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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영화] ‘통조림 가게’ 델리카트슨 사람들



감독: 장-피에르 주네, 마르크 카로, 출연: 도미니크 피농, 마리-로르 두그낙, 장-클로드 드레퓌스

[뉴스에듀] 전직 서커스단 광대인 루이종은 방을 세놓는다는 신문 광고를 보고 어느 여인숙을 찾아간다. 음울하고 인적 드문 거리에 위치한 건물의 1층에는 '델리카트슨'이라는 간판의 정육점이 있다. 그런데 이곳은 극심한 식량난 가운데 마지막 대안으로 인육을 파는 가게이다. 인육의 공급원은 다름 아닌 여인숙 투숙객들로, 임대 광고는 바로 정육점 주인 클라페가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 낸 것이었다. 클라페의 딸 쥘리는 어느 날 곤경에 처한 자신을 도와준 루이종에게 호감을 느끼고 급기야 사랑에 빠진다. 클라페는 루이종을 죽일 음모를 꾸미지만 좀처럼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 루이종의 희생을 막아야겠다는 일념으로 가득한 쥘리는 지상사회체제에 반대하며 하수구에 들어가 사는 지하인간들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이들은 엉뚱한 실수를 저지른다. 굶주리고 악에 받친 세입자들을 대동하고 루이종을 죽이러 온 클라페는 이번에도 루이종의 기지로 목적 달성에 실패하고, 루이종을 지지하는 매춘부 플뤼스의 개입으로 뜻밖의 결말을 맞이한다.

‘델리카트슨’의 사전적 의미는 ‘요리된 육류, 치즈, 통조림 등을 파는 가게’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육 판매점도 식량난이 심각해지기 전에는 그런 흔한 가게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이 멸종되고 기근이 극단으로 치닫고 인육을 먹고 곡물이 화폐로 사용되는 이 사회의 배경은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는다. 다만 이를 핵전쟁이 휩쓸고 간 세계로 보는 이도 있고 2차 세계대전 이후 프랑스 시골마을로 보는 이도 있다. 초현실적인 상황 설정으로 이 작품은 SF 영화로 분류되곤 하지만 쥘리와 루이종의 러브스토리나 작품 곳곳에 배치된 엽기적이고 우스꽝스러운 장면 등 로맨스나 코미디적 요소도 곁들여져 있다. 많은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자본주의 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한다. 세입자들은 식량인 인육을 사가는 고객이지만 동시에 생산을 위한 착취의 대상이고, 정육점 주인은 상대의 배를 채워주는 것 같지만 실상은 자신의 탐욕을 채우는 자본가라는 것이다. 하지만 비도덕적 행태를 서슴지 않는 악덕 주인은 가차 없이 응징을 당하고 세상은 평화로워진다는 권선징악의 교훈적 결말은 영화를 한 편의 동화로 탈바꿈시킨다.

1992년 세자르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편집상 등 4개 부문을 석권한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이른바 ‘컬트영화’로 소개, 개봉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마르크 카로와 장-피에르 주네 감독이 최초로 공동 작업한 장편영화로 후속작인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에서도 이어지는 기발한 상상력과 독특한 예술적 감각이 살아있다. 절망적 상황을 잘 표현한 어둡고 음산한 영상, 그 속에 첼로와 톱이 함께 선율을 연주하는 그로테스크한 낭만, 그리고 자살에 매번 실패하는 여인, 방에서 달팽이를 키워 먹는 남자, 몸을 팔아 고기를 사먹는 매춘부 플뤼스 등 각양각색 세입자들의 모습이 어우러져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개성적 마스크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루이종 역의 도미니크 피농(Dominique Pinon), 푸줏간 주인으로 분한 장-클로드 드레퓌스(Jean-Claude Dreyfus) 등은 마르크 카로, 장-피에르 주네 감독 의 다음 작품인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에도 출연했다.
 
'델리카트슨 사람들'은 4월 6일(금) 밤 25시 1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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