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본분류

“저는 중1 ‘수포자’예요”… 우리 아이 조기 수포 막으려면?

이경호 리얼수학 원장이 말하는 ‘수포자를 막아라’ 시리즈 ① 중학 편


 
《수학, 참 어렵다.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어렵고, 어떤 방법으로 가르치는 게 효과적일지 고민하는 교사·학부모에게도 어렵다. 왜 수많은 과목 중 유독 수학만 이런 고뇌를 우리에게 안겨주는 것일까? 그리고 결국엔 굴욕적인 수포자란 단어를 안겨주는 것일까?  

왜 학생들이 수포자의 길로 들어서는지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중등·고등 두 편에 걸쳐 제시해보고자 한다. 이번에는 먼저 중학생에 대해 논한다. 》 

○ 자유학기가 돌리는 선행의 바퀴? 

수포자를 구제하는데 사교육이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사교육이 수포자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과도하게 어려운 내용을 설명하거나, 많은 과제를 내서 지치게 하거나, 무리한 선행으로 때에 맞지 않는 개념을 우겨넣을 때 그렇다. 
 
아무래도 사교육의 초점은 성과에 있을 수밖에 없다보니, 짧게는 중간·기말고사, 멀게는 수능까지 ‘시험’ 대비를 하는데 총력이 모아진다. 여기에서 1차적인 괴리가 찾아온다. 자유학년제의 영향으로 중1은 학교 시험을 치르지 않고, 평소 과제도 수행평가 등으로 대체되다 보니 집중적으로 배운 내용을 복습할 내신 대비 시간이 텅 비어버리는 것이다.  

시험 볼 범위와 기간을 정해두고 공부해도, 동기부여가 안 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러다 보니 학부모들은 차선책으로 ‘선행학습’의 바퀴를 돌리는 것을 택한다. 그러면 학생들은 점점 학교 수업과는 멀어지고,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내용을 배우려니 흥미가 떨어진다. 결국 단순 암기식 학습에 머무르게 돼버리고 마는 것이다. 일부 학부모가 무리한 선행학습 욕심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문제풀이 그 자체에 집착하지 마라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는다고 수학을 잘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을 모두 알고 있지만, 시험 점수 외에 아이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잣대를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가장 일반적인 수학 공부방법은 문제를 반복해서 풀며 유형을 익히고, 그 다음 고난도 문제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방법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여기에서 수포자를 만드는 요인 두 가지가 숨어있다. 하나는 개념 이해가 덜 된 상태에서 문제풀이 위주의 공부를 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학습부담만 늘어가는 상태에서 ‘겉똑똑이’를 양산하는 것이다. 

개념을 반복해서 차분히 설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수업 리듬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고, 제한된 시간 안에 가르쳐야 하는 내용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다 보면, 교사-학생 속도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많다. 학생은 연산을 확인하고 검산을 하고 있는데, 교사는 이런 시간을 뛰어넘고 다음 개념을 설명하고 있는 것. 이 때 학생들의 눈은 교사의 설명으로 따라오고 있을지 몰라도, 머리는 아직 이전 문제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가르치는 입장에서 조금 갑갑하더라도 그런 학생들에게는 충분히 연산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이제 막 중학교에 진학한 학생일수록 정확한 연산능력을 다지는 데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우리 아이는 이해력은 좋은데 연산을 많이 틀려요’라고 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물론 연산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다보니 연산도 서두르게 되고, 식을 따라 꼼꼼히 계산하지 못하니 실수 연발인 경우가 훨씬 많다. 

공식을 적용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처음만 공식이 나오는 과정을 보고 듣고 배우고, 그 이후에는 암기한 공식을 단순 적용만 하다보니 공식을 잊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수학이 원리의 학문이라는 원칙을 선생님과 학생 모두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어야만 느리지만 정확한 길을 갈 수 있다.

또한 흔히 말하는 ‘유형문제’라는 건 해당 단원의 기본 개념을 가지고 만든 대표적인 문제를 말하는데, 이 유형문제 풀이에 지나치게 몰입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문제 암기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유형문제가 이해가 안 된다면 개념부터 되짚어 봐야 하는데, 문제를 풀어내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면 결국 암기만 남는 것이다. 더욱이 유형문제를 푸는 단계는 개념이해, 기초문제 확인을 지난 3번째 단계로, 심리적으로 1단계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은 것도 있다. 결국 문제 암기란 빠른 길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기억력이란 마술은 그리 오래 머리 안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수학은 배우는 학생도, 가르치는 선생님도 꾸준한 인내의 과정-설명하고 질문하고, 이해될 때까지 질문하고 설명하는-을 거쳐야 함을 받아들이자.  

○ 아이를 갉아먹는 마음의 ‘괴물’ 

“중1엔 여기까지는 배워둬야 하고. 중2엔 적어도 이 정도는 해놔야겠죠?”

가끔 공식처럼 이런 고민을 하는 학부모들을 만날 때가 있다. 선행학습 자체가 절대 악이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선행인가를 되물어봐야 한다. 단순히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게 하니까? 또는 대입을 위해 미리 이공계열 공부를 더 많이 해두어야 해서? 과연 그것이 선행학습의 충분한 이유가 될까.

선행이 주는 해악은 예상보다 훨씬 많다. 이미 배운 내용을 학교에서 뒤늦게 천천히 다루다 보니 학교 수업에 대한 충실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실 가장 기초 개념을 충분히 설명해 주는 곳은 다름 아닌 학교 교실이다. 제일 중요한 수업을, 학원에서 미리 배우고 문제를 풀어봤다는 이유로 등한시 하는 아이들을 많이 만난다. 심지어 학교에서 학원 숙제를 하다가 야단을 맞는 경우도 숱하게 일어난다. 

한 번 시작한 선행은 멈추기도 쉽지 않다. 이전 진도를 기준으로 다음 진도를 설정하다 보니, 정확한 이해 없이 배운 책의 권수만 하염없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중1이 고1·2 수준의 수학공부를 하는 것을 보면 이 아이가 정말로 함수의 의미를 이해하는지, 그냥 외워서 푸는 것인지, 최악의 경우 선생님의 풀이를 그저 베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1년 혹은 6개월 정도의 선행학습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장 문자와 식(중1-1학기)의 개념을 익히고 식의 연산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 맞는 아이에게, 곱셈공식(중2-1학기)이나 정다면체의 성질(중1-2학기)을 병행하는 것이 어떠한 효과가 있겠는가. 모든 아이들이 수학 영재가 되거나 경시를 준비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다. 지금 해야 할 내용을 즐겁게 배우고,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쌓여서 수학 실력이 완성되는 것이다. 
 
지금 말하는 내용이 도덕책이나 교육부 홍보책자에 있을 법한 얘기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실제 고민을 들어보며 뼛속깊이 느낀 것에서 도출한 결론이다. 실제로 아이들도 선행을 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끼고 자신이 뒤쳐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모두가 아이들의 불안감을 갉아먹으며 커져가는 괴물이 되어가지 않도록 부모와 교사가 모두 되돌아봐야 한다.  

○ 평범한 현재진행형 진도가 정도(正道) 
 
우리 아이의 잠재된 수학적 재능의 반짝임이 영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평범한 현재진행의 진도를 권장한다. 그것 자체로 아이를 빛나게 하고, 정말 잠자고 있을지도 모르는 재능이 나중에 피어나게 해주는 데 더 좋은 바탕이 된다.

첨언하자면 어릴수록 쉬운 교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학생들의 과제를 채점해 주다 보면, 습관적으로 모르는 문제를 찍어오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틀린 문제를 다시 풀기 싫어서이기도 하지만, 한 문제라도 더 맞히고 싶은 욕구가 숨어있는 것이다. 심화교재를 쓴다고 하여 심화된 사고를 하지는 않는다. 심화문제를 풀어 써주는 강사의 실력에 도움을 줄지는 몰라도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고 무슨 일이든지 잘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 욕망이 이루어졌을 때 긍정적인 에너지가 형성되고 다음 단계로의 추진력을 얻는다. 자신에게 맞는 교재를 선택하고, 꾸준히 개념을 숙고해보고, 문제를 접한 후 왜 틀렸는지를 진단하는 알고리즘의 반복이 우리를 수학포기에서 구원해 줄 것이다.

▶이경호 리얼수학 원장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