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현장 교사 배제한 채로 대입제도 고치겠다고?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테이블에 교사 자리가 없다



대입제도 개편을 맡게 된 국가교육회의가 제도 개편 과정에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4월 12일 교육부로부터 대입 개편 시안이 담긴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을 전달받았다. 이에 16일 제3차 회의를 개최해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 방안’을 심의 의결하고, 국민참여형 공론화 과정을 거쳐 그 결과를 반영해 8월 초까지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 방안’은 ▲대입제도 개편 특별위원회(대입특위)와 ▲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를 구성해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1. 대입특위가 대입제도 중 공론화할 내용과 범위를 설정해 공론화위에 전달하면 => 2. 공론화위는 실무를 맡아 권역별 토론회, TV 토론, 온라인 의견 수렴 등 공론화 과정을 관리하며 => 3. 공론화위가 그 결과를 대입특위에 보내면 => 4. 대입특위는 이를 토대로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확정한다.

즉, 공론화할 내용을 정하고 최종 권고안을 만드는 것은 대입특위에서, 의견수렴을 위한 실무 절차는 공론화위에서 담당하는 식이다.

■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 절차 


대입제도 공론화 테이블에 교사 자리가 없다

그런데 이처럼 막중한 책임을 가진 대입특위와 공론화위에 일선 교사들의 참여가 사실상 전무해 교육 현장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기 힘들다는 것이 교육계의 우려다. 

대입특위는 국가교육회의 위원, 대학/전문대학 및 시도교육청 협의체가 추천한 교육 전문가 등 13명 내외로 구성된다.

위원장은 국가교육회의 상근위원이 맡고, 위원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추천인사 3명, 학계 등 교육전문가 4명, 언론인 2명, 국가교육회의 위원 겸 전문위원회 위원장 3명 등으로 구성된다.

국가교육회의 전문위원회는 유·초·중등교육 위원회, 고등교육 위원회, 미래교육 위원회 등 세 위원회를 말한다.

공론화위는 갈등관리, 조사통계 분야 등 공론화 전문가를 중심으로 7인 내외로 구성된다. 공론화 과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원칙으로 한다.

■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추진 기구


대입특위 구성, 언론인 2명 대학당국 2명 ‘교육전문가’ 4명, 교사는 0명

이에 대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대입특위와 공론화위의 인적 구성안을 보면 유·초·중등 교육의 전문가인 교사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대학 종사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며 “현장성을 결여한 대부분의 교육 관료들과 이른바 ‘교육전문가’ 그룹을 독점한 학자들에 의해 현장과 괴리된 교육정책이 남발될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교조는 “대입제도 개혁의 핵심 목표는 대학입시 경쟁이 유·초·중등 교육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리를 차단해 우리 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려면 유·초·중등 교육 정상화라는 관점에서 가장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현장 교사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입특위 구성을 보면 언론인 2명, 학계 등 교육전문가 4명, 대학당국 2명 등을 명시한 반면, 현장 교사의 참여는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 교사가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추천 몫인 1명에 포함되는 것뿐이다.

전교조는 “유·초·중등 교육 정상화를 모색하는 테이블에 교사는 없고 언론인과 교수와 대학당국자만 있다”며 “앞서 국가교육회의 구성에서도 유·초·중등 교사를 완전히 배제하더니, 이번 대입특위 구성까지 교사를 철저히 배제하고 있어 현장의 분노가 매우 크다”고 전했다.
 
국민 토론회는 있는데 현장 교사 토론회는 없다? 

이들은 대입특위 구성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공론화 과정에서도 현장 교사 참여가 철저히 배제돼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의 주장대로 국민토론회, TV토론회 등은 있지만 정작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토론하고 검토하는 절차는 빠져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입특위는 국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공론화 범위를 결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런데 대학입시 문제는 교육부 이송안 발표에서 드러난 것처럼 매우 복잡한 함수관계를 가지고 있어서, 현장 경험이 없으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교조의 지적이다.

따라서 공론화의 의제와 범위를 결정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장 교사들의 의견 수렴과 검토 과정을 체계적으로 조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진정으로 교육 현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개혁적인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참여 과정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공론화 추진 과정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국가교육회의는 5월까지 공론화 범위를 설정하고, 6~7월 중 공론화 의제를 선정해 국민토론, TV 토론 등 국민 참여 공론 절차를 마무리해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6월 13일이 지방자치 선거일이므로 공론화 과정은 사실상 한 달 반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교육부의 이송안에서 제시된 주요 논의 주제만 해도 여섯 가지나 되고, 각 항목의 조합에 따른 경우의 수는 100여 가지를 넘기 때문에, 2개월간의 공론화 일정으로는 논의가 형식적이고 졸속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대입제도 개혁은 단순히 입시 방식을 기술적으로 수정 보완하는 식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 상식이다. 한국 교육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진단한 후 교육개혁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먼저 이끌어내야 한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가 발표한 일정으로 이 모든 것을 다 해내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교조 측의 판단이다.

공론화위에서 논의해야 할 주요 주제는? 

1. 선발 방법의 균형: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 간 비율
2. 선발 시기: 수시·정시 통합 여부
3. 수능 평가 방법: 절대평가 전환 여부, 원점수제 표기 여부
4. 학생부종합전형 개선 방법: 고교 학생부 기재 항목 축소 여부, 대학 선발 과정 개선
5. 수능 시험 체제: 과목 구조, 논·서술형 도입, EBS 연계
6. 수능 최저학력기준, 대학별고사, 교과 특기자 폐지 여부 등

전교조, 대입특위에 현장교사 1/3 참여 보장 요구 

“현장교사위원회도 별도 설치해 교사들의 의견 수렴해야”  
전교조는 대입제도 개편 과정이 형식적이고 졸속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려면 현장 교사들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전교조는 “대입특위에 현장 교사가 적어도 1/3 이상 참여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대입특위, 공론화위와 별도로 ‘현장교사위원회’를 설치해, 대입특위가 공론화의 의제와 범위를 설정할 때 ‘현장교사위원회’의 의견 수렴과 검토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현장교사위원회’가 국민 참여형 공론 과정에 집단적으로 참여해 공론화 과정에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입제도 개편을 논하는 과정에서 개인이나 집단의 유·불리를 따지는 계산법이 개입되어서도 안 된다”고 지적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느라 소모적인 논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오로지 ‘교육다운 교육’을 이 땅에 뿌리 내리는 방안을 찾아내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총 “공론화 테이블에 현장 교사와 전문가 많이 참여시켜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또한 전교조와 의견을 같이 했다. 교총은 “지난해 9월 구성된 국가교육회의 구성원에 교육현장을 대표하는 교원이나 교원단체 등의 현장전문가를 배제해 대표성과 중립성에 비판을 받아왔다”며 “대입특위와 공론화위 구성원은 반드시 공정성과 전문성,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대입제도를 둘러싸고 갈등이 심하고 사안별로도 내용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등 혼란이 큰 점을 감안할 때, 구성원들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논의·결정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고 밝히고 “국가교육회의는 산하 특위 등에 전문성과 대표성, 균형성 등을 갖춘 현장교원 및 전문가를 보다 많이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는 사실상 중요한 교육 정책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국가교육회의가 민의를 반영한 교육 정책을 마련하기 위해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나선 것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진 정책은 필연적으로 교육 현장과 괴리된 모습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국가교육회의가 논의 과정에 교사들을 배제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국가교육회의가 국민의 목소리에 한쪽 귀를 열었다면 다른 한쪽은 학교 현장을 향해 두는 것이 옳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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