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교육칼럼] 현직 교사가 보는 대입 개편, “학교 현장의 실제 들여다봐야”



입시 정책이 바뀌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시대 변화에 따른 인재상의 변화를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굳이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단어까지 인용하지 않더라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서로 어울려 잘 살아가는 인재일 것이다.  

현재 교육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대입 개편 논의의 중심에도 이러한 철학이 담겨야 한다. 어떤 결정이 나든, 궁극적으로 그 결정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주인정신을 가질 수 있고, 또 그런 학생들에게 자신을 둘러싼 세상과 주변을 더 좋게 만들어 가려는 역량과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대입 개편의 주요 사안들을 교육 현장의 실제에 비추어 바라보고자 한다. 

○ 수능 중심 체제에서 무너져간 학교교육 

정시 확대. 즉 수능이 강화되면, 현재 미래 인재를 육성하자는 취지로 진행하는 2015 개정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역량강화교육, 학생맞춤형수업, 과정형 평가 등 미래지향적 교육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교과로 볼 수 있는 학교 수업 이외에 교과 외 활동까지 포함하는 ‘교육과정’은 표준화된 수학능력을 평가하는 수능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  
 
그럼에도 정시를 확대하자는 주장은 학교 테두리 내에서의 교육과정을 제대로 따라오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이미 성적이 어느 정도 결정돼 있는 고3, 혹은 재수생과 같은 이들에게 늦게라도 만회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에는 수능이 사교육의 개입 여지가 큰 다른 요소에 비하면 오히려 더 공정한 것이라는 인식도 깔려있다. 수능은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혹은 집에서 혼자서도 기출문제 등을 활용해 준비할 수 있어서 스스로 공부하는 학습 외적인 요소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 입장에서 보자면, 수능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지는 것이 꼭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그간 수능은 역설적으로 학교의 기능을 축소시켜 왔다. 수능 준비 때문에 학교가 교육기관의 역할 대신 ‘문제풀이 학원화’ 된 전례는 이미 있다. EBS 연계 교재가 교과서를 대체한 것이 벌써 몇 년째다. 학생들의 여러 역량 중 수능형 문제풀이 능력이 뛰어난 학생들이 주목받는 반면 문제풀이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수업에서 소외된다. 

동시에 정시가 축소되면서 긍정적 변화가 생긴 부분도 적지 않다. 사교육비 절감 측면에서는 재수 시장의 규모가 줄었고. 대치동이나 수능 대비 학습 시장이 주춤했다. 학원들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어느 학원 강사는 ‘이제 학원은 수능 문제풀이가 아닌, 독서하고 토의‧ 토론하고, 관심분야의 주제를 심화 연구하고 테드와 무크 강의를 보며 세계 석학의 생각과 삶을 경험하고,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준비하게 하는 학원교육을 준비해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학생부종합전형, 무조건 축소하는 것이 능사일까 

입시설명회 등에 강의를 나가면, ‘상위권 아이들에게만 학생부를 잘 기재해준다고 하는데, 정말 맞을까요?’라고 묻는다. 다양한 대답이 나온다. 보통 나는 ‘맞다’고 대답한다. 대신 ‘왜 그럴까요?’라고 되묻는다. 이어 ‘담임교사, 과목별 교사, 동아리 교사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찾아가 상담한 학생들이 대개 어떤 학생들이었을까요’라고 묻는다. 단순히 상위권 학생이어서가 아니라,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을 되짚어보니 상위권 학생인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보통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는 학생은 그 시간에 졸지 않는다. 질문을 받은 교사는 질문을 한 학생을 기억한다. 그 둘 사이에 인격적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부에는 그런 ‘교육’의 과정이 기록되는 것이다.  

물론 학생부 기재가 일부 불공정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다. 교사는 학생들의 행동이나 성취를 관찰해 기록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교사가 주로 볼 수 있는 것은 ‘역할’뿐이기 때문이다. 학생이 어떤 행동을 하게 된 동기와 학습을 통해 느끼고 배운 점, 자신의 변화는 학생 본인 스스로를 빼고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런데 대학이 학생부에서 보고자 하는 것은 교사가 관찰할 수 있는 역할보다 동기와 느끼고 배운 점, 그로 인한 변화다. 

이 때문에 학생부가 결국 ‘교사 마음에 달린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점이 있다면 이를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지, 무조건 학생부종합전형을 없애자고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학생들에게 교사나 학교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을 길러주어 학생 개개인의 활동이 의미 있게 기록되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지, 그것이 잘 안된다고 무작정 학생부종합전형을 줄이자는 것은 아예 소통의 기회를 없애자는 것과 같다. 

학생부종합전형이 완전하지 않은 제도인 것은 맞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교육 현장에 여러 변화를 몰고 왔다. 학생은 그전까지 신경쓰지 않던 교사와의 소통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며, 교사는 일방적인 강의 대신 학생들이 수업 속으로 들어와 함께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수능형 문제풀이 역량이 다소 부족한 아이들도 자신이 잘하는 다른 역량을 교실 안에서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는 교육‧입시 제도 고민해야 

이러한 견지에서 볼 때, 결과적으로 현재 이야기되고 있는 여러 안 가운데,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의 비중을 적정하게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한다. 오히려 학생부종합전형은 늘리고, 수능은 당초 본안대로 자격고사화, 즉 전 과목 절대평가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수능이 유지되거나 증가하면, 교실 현장은 다시 EBS 연계문제풀이, 사교육 시장이 커지는 형국이 되풀이 될 것이다.  

대신 수능 이후에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학교 공부와 수능 공부가 맥을 같이 하면서 3학년 2학기까지 교육과정을 정상 운영할 수 있다. 혹은 수시와 같이 수능도 8, 9월에 준비와 전형을 끝내 대학에서 이후 전형을 진행하는 시간을 충분히 주고, 3학년 2학기에는 자유학기제를 도입하는 것도 권장할만하다. 대학이나 사회에 나가기 전에 진정한 자신과의 만남을 할 시간이 필요하다.

한편 학생부는 사교육 유발요소를 정비하고, 대신 외부 활동과 학교 현장에서 하기 어려운 부분은 학교 교육과정 틀 안으로 포함시켜 경제력에 상관없이 많은 학생들이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공교육과 사교육을 분리해 보는 접근보다는, 수익자 부담 및 정부 지원을 통해 공교육 안에서도 학생 맞춤형 수업과 심화 연구 및 프로젝트 같은 개별화 교육이 가능하도록 외부 전문가와 협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상화는 기존의 것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이다. 진로설정을 위해 고민하는 자기와의 소통 경험, 수업시간 친구나 선생님과 함께 지덕체의 폭과 깊이를 확장해가는 소통 경험, 호기심과 관심에서 출발하는 독서 경험, 혼자만의 소통을 넘어서 친구들과 같이 소통하는 학술동아리, 봉사동아리, 진로동아리 활동, 연구 경험 등 학교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형태의 교육활동이 실제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대입 제도도 그에 발맞추어 가야 할 것이다. 

 

※ 오늘과 내일의 학교는 정보 공유가 되어야 교육의 상향 평준화가 된다고 믿는 교사들과 전문가들이 모인 단체다. 

이들이 교육과 관련된 정보를 모으고 나누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듯이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마을 공동체 단위의 평생 교육이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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