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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폭탄’ 학종을 교사들은 왜 지지할까

대입제도 개편, 미래 대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야



학생부종합전형은 수능 성적순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당연시하던 세간의 인식을 완전히 새롭게 바꿔버린 대입전형이다.

수능 성적으로만 대학을 가던 시절, 학교는 마땅히 가져야 할 교육 기능을 사실상 학원 등의 사교육 시장에 완전히 빼앗기고 말았다. 교실 수업 시간은 학생들이 수면 시간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전락했다. 교육의 뿌리가 흔들리는 절체절명의 시기였다.  

더욱이 이전 정권이 특목고와 자사고를 만들어 우수 학생 우선 선발권을 쥐어주자, 상대적으로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모이게 된 일반고는 갈수록 학교의 기능을 상실해갔다. 고교 교육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절실한 요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결국 2009년 학생부종합전형의 전신인 입학사정관제도가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부자 부모를 둔 학생들의 외부 스펙 경쟁으로 입시가 흘러가면서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이를 보완해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학생의 교과와 비교과 활동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세상에 나오게 됐다.

학종이 도입된 후 학생의 성실한 학교생활이 대입 합격의 필수 조건이 되면서, 학종은 고교 교육을 빠르게 정상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많은 고교 교사들과 교육 관계자들이 학종의 단점을 찾아 개선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학종 자체를 축소하는 것을 반대하고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폭탄’ 학종, 그래도 지지하는 이유는 

교사 입장에서 보면 학종은 ‘일폭탄’이다. 학생마다 특성과 장단점을 잘 이해해 교사추천서를 써줘야 하고 학생들이 써온 자기소개서를 수도 없이 봐줘야 한다.

거기다 수업 시간이나 학교생활에서 보이는 학생의 성실성, 학업 의지, 열정, 인성, 자기주도성 등을 기억해 이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해야 한다. 학종이 도입된 후로 교사들의 일거리는 과거에 비해 못해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수업 연구에 들이는 시간도 전보다 크게 늘었다. 수능 문제풀이 중심 수업을 했던 과거에는 사실상 수업을 연구할 필요가 없었다. EBS 교재에 나오는 문제만 풀어주면 끝이었다.

하지만 수능 문제풀이 수업으로는 미래 인재가 가져야 할 핵심역량인 문제해결능력, 대인관계능력, 의사소통능력, 조직문화이해능력, 자기관리능력 등을 키워줄 수 없기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참여형 토론수업으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사들은 학생참여형 토론수업을 기본으로 교과 지식 외에도 학생들에게 필요한 필수 역량을 키워줄 수 있도록 다양한 수업 방식을 고안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일이 느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교육자로서의 양심과 책임의식을 갖고 있는 교사들 중에는 학교를 제자리로 돌려준 학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수능 성적 줄 세우기로 인해 무한경쟁에 내몰린 수많은 학생들이 소중한 목숨을 스스로 버려야 했던 비극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학종을 지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학생들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과중한 입시 부담을 주고 학교로부터 학생을 교육하는 권리와 의무를 빼앗아간 난공불락과 같았던 ‘수능’을 밀어내준 것이 학종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입식 암기식의 5지선다 정답 고르기 학습으로는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기주도성을 키울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교사들에게는 미래 인재를 키워햐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기에, 수능이 아닌 학종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물론 학종을 둘러싸고 여러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기도의 한 교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실시되고 있는 지금도 적지 않은 고교가 여전히 수능 문제풀이 중심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학교와 교사에 따라 학생부 관리 수준에 차이가 많이 나거나 성적 우수 학생에게 교내상을 몰아주는 등 문제가 적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뜻 있는 교사들이 적극 나서서 변화를 이끌어가야 하고, 이와 함께 교사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짚었다.

이 교사는 “학종에서는 타인이 세운 로드맵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학생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학종은 기본적으로 학업성실도와 함께 학생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알고 스스로 진로를 탐색해 가는 과정에서 수행하는 다양한 활동, 과정, 결과를 보고 학생을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기주도성을 발휘해 자신의 학생부를 스스로 관리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대입제도 개편, 미래 대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풀어야 

4월 25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는 22개 교육 관련 단체들이 모여 ‘2022학년도 수능 및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실천교육교사모임, 서울교사노동조합,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일체화 교사동아리 등 교육현장에서 직접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들은 초·중·고 학교 정상화와 교육혁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대입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면서,학종은 불공정 요소는 제거하되 유지·발전시켜야 하며 정시 수능전형 확대는 신중을 기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현장 교사들은 누구보다 학교와 학생을 잘 알고 우리 교육 발전에 관심과 애정을 쏟는 교육 실무자다. 2022 대입제도 개편의 총책임을 맡은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미래에 대비할 수 있는 대입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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