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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기재방식 개선되면? 고교 책임 ‘더’ 무거워진다

교육부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 시행되면 교육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교육부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 시행되면 교육현장에는 어떤 변화가?



2022 대입개편으로 교육계가 시끄러운 가운데, 현 중3 학생·학부모라면 놓쳐서는 안 될 ‘숨은’ 이슈가 있다. 바로 ‘학생부 신뢰도 제고 방안’이다.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 발표 당시 함께 공개한 이 안에는 학생부 내 △수상경력 삭제 △방과후교실 및 자율동아리 활동 기재 금지 △창의적 체험활동상황 글자 수 축소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교육부는 정책숙려제를 통해 8월 구체적인 안을 확정하고 당장 2019년 3월 고교 입학생부터 적용할 계획.  

이 안이 거론된 건 학생부에 대한 사회적 불신 때문이다. 많은 학생·학부모들은 고액의 사교육 컨설팅을 받아야만 좋은 학생부를 만들 수 있으며, 이런 학생부를 기반으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 역시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한다. 이를 의식한 교육부 역시 사교육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큰 항목들을 축소·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학생부 공정성 제고 방안에서 언급한 내용이 실제 고교현장에 도입될 경우,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나아가 고교는 이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주요 항목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 수상실적 사라지면… 학생부교과-종합전형 차이 미미해진다 

교육부가 가장 먼저 손질에 나선 건 수상경력이다. 더욱이 ‘축소’도 아닌 ‘삭제’라는 적극적인 대응책을 들고 나왔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생·학부모·교원 모두 수상경력을 사교육 유발 가능성이 높은 항목 1순위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상경력이 사라지면 사실상 학생부교과전형과 학생부종합전형 간의 차이가 미미해져, 전형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슨 말일까. 

수상경력은 학생의 학업역량을 다양하고 신뢰감 있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창구로 활용돼 왔다. 예를 들어 경영학과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교내 ‘소셜벤처창업경진대회’에서 수상했다면 경제 교과 기본개념에 대한 이해력은 물론, 개념의 현실 적용 능력, 그리고 실천력 등을 두루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경제 교과 성적이 우수한 것보다 훨씬 확실하게 학생의 학업역량을 보여줄 수 있던 것. 

그런데 수상경력을 더 이상 확인할 수 없다면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의 학업역량을 오로지 교과 내신 성적, 그리고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통해서 확인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존립 근거가 학생의 학업역량을 ‘정성적으로’ 그리고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확인하는 데 있다는 것. 그런데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교과 내신 성적을 통해서만 학업역량을 측정할 수 있다면 사실상 학생부교과전형과 별 차이가 없는 셈이다. 

‘삐끗’해서 망친 시험 성적을 보완할 수 있는 길도 막히게 된다. 다소 부족한 교과 내신 성적을 수상경력으로 보완해 합격한 사례가 적지 않은데, 더 이상 이런 합격 사례가 나오기 어려워진다는 것. 장프로 참된교육컨설팅 대표는 “어떤 학생의 수학 성적이 2등급이더라도 수학경시대회 수상경력이 많다면, 입학사정관은 이 학생을 학업역량을 다시 한 번 고려하게 된다”면서 “오히려 수학 성적이 1등급이지만 경시대회 수상경력은 없는 학생보다 분석적 사고력은 훨씬 뛰어나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보완재 역할을 해온 수상경력이 사라진다면 학생 입장에서는 망친 성적을 보완할 방법이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 자율동아리 삭제? “큰 문제없어”  

삭제가 거론된 항목은 하나 더 있다. ‘자율동아리’다. 일부 학생들은 “학생 스스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독자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율동아리가 사라지면 나만의 장점은 어디서 드러내느냐”며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대다수 교육전문가들은 오히려 자율동아리 활동이 삭제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이 의문은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금방 해소된다. 이미 대학들이 자율동아리 활동을 비중 있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교내동아리는 ‘수학동아리’ ‘국어동아리’ 등 단순 교과 학습 동아리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로봇윤리연구동아리’ ‘지역사회 관광명소 홍보동아리’ 등 특색 있는 자율동아리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해온 학생들이 입학사정관들의 눈에 띌 수밖에 없던 것은 사실. 하지만 대학의 이런 선호를 파악한 사교육계에서는 고액의 자율동아리 컨설팅을 운영하고, 이 노하우가 전체 학생들에게로 퍼지면서 현재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자율동아리 활동을 하는 추세다. 소수의 학생이 자율동아리 활동을 할 때와, 지원자 모두가 자율동아리 활동을 할 때 그 영향력은 다를 수밖에 없다.  

대치동에서 학생부 컨설팅 학원을 운영 중인 한 입시전문가는 “자율동아리가 대입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던 시기도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 “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자율동아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지금은 대입에서 그 영향력이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자율동아리 활동만을 어필하기보다는, 전혀 다른 주제의 교과동아리와 자율동아리에서 각기 다른 활동을 하며 융·복합 역량을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

○ 고교의 역할, 더 막중해진다  

위의 사안들을 꼼꼼히 따져보면, 교육부의 제안이 학생부에서 사교육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대신 ‘고교활동’의 영향력은 확대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고교와 교사의 책임이 막중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이는 고교 또는 교사 간 역량에 따라 학생들의 대입 유·불리가 심화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말로 이렇게 학생부 기재방식이 변화되고, 그에 따라 고교의 역할이 막중해진다면 교사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수상경력부터 살펴보자. 일단 수상경력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게 되면, 고교에서는 학생들의 수상경력을 채워주기 위해 진행해왔던 교내대회 자체를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기존의 교내대회를 자율활동, 또는 진로활동 등으로 변형시켜 학생들의 학업역량을 다른 영역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상근 덕원여고 교사는 “학생들이 학업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창구가 이전보다 줄어들기 때문에, 학업역량을 다른 영역에서 드러내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한다”면서 “나아가 중요도가 높아질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역시 보다 정교하고 설득력 있게 작성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리활동의 경우 자율동아리 기재가 금지되면 그만큼 교내 창체동아리의 중요성이 커진다. 고교에서 내실 있는 창체동아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황창호 강릉명륜고 교사·전국진학지도협의회 공동대표는 “교내동아리의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다양한 동아리를 개발하고 커리큘럼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또한 지적욕구가 있는 학생들은 자율동아리 활동에도 임하도록 지도하고, 대신 이 경험을 학생부의 다른 항목에서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교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창의적체험활동’ 특기사항 글자 수가 3000자에서 1700자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항목의 글자 수도 1000자에서 500자로 줄이는 방안 역시 언급되면서 학생의 장점을 짧은 문장 안에 얼마나 잘 담아낼 수 있는지에 대한 교사의 역량도 중요해졌다. 김종우 양재고 진로진학부장은 “글자 수가 줄어들면 의미 없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나열하는 작성법은 유효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학생에게서 ‘알맹이’를 뽑아내 이를 압축적으로 담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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