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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수포’라고 안심 말고 '좀' 다른 길을 가라

이경호 리얼수학 원장이 말하는 ‘수포자를 막아라’ ② 고등 편



《수학, 참 어렵다.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어렵고, 어떤 방법으로 가르치는 게 효과적일지 고민하는 교사·학부모에게도 어렵다. 왜 수많은 과목 중 유독 수학만 이런 고뇌를 우리에게 안겨주는 것일까? 그리고 결국엔 굴욕적인 수포자란 단어를 안겨주는 것일까?  

왜 학생들이 수포자의 길로 들어서는지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중등·고등 두 편에 걸쳐 제시해보고자 한다. 이번에는 먼저 중학생에 대해 논한다. 》 

아마도 대부분의 학교들이 중간고사를 끝마쳤을 시점일 것이다. 새로 진학한 고등학교에서 첫 시험을 준비하며, 자신만의 각오와 희망을 가지고 임했을 학생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며, 그 결과를 받아들이며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지고자 한다. 만족하는 점수를 받아든 학생보다는 슬프게도 그렇지 못한 친구들이 훨씬 많을 것이기에 그 원인을 찾아보고, 앞으로 수학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건네보고자 한다.

올해 4월 고3 모의고사 5등급컷을 보면, 가형은 45점, 나형은 31점이다. 전국 고3 학생 중 40%는 5등급 이하의 점수를 맞았다는 뜻이다. 어느 시민단체에서 조사하기를 고교생의 55% 정도가 스스로를 수포자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상위 40%까지인 4등급컷을 보면, 가형 61, 나형 50이다. 즉 상위 40%에서 60% 사이에서 스스로를 수포자라고 여기는 학생들이 존재하는데, 실제 점수 분포를 보면 정말 포기상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여기에 잠재적인 또 하나의 수포자 유형이 있다고 본다. 

단어 그대로 의미로 수학이라는 과목 자체를 포기하고 다른 과목 공부에만 매진하는 경우(특히 인문계 학생들)에도 최소한의 내신대비는 하는 학생들이 많다. 고등학생에게 수포자란 뜻은 전혀 수학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본인은 노력한다고 하나, 성취가 전혀 나오지 않거나, 기본 문제 이상은 풀 엄두를 못내는 경우도 넓게는 수포자라고 불리는 상태로 보아야 한다. 참고로 3월 고1 모의고사 상위 40%는 54점, 60%는 40점이었다.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가형과 나형의 평균이 고1 모의고사 같은 등급 점수와 거의 유사하다. 물론 고3 모의고사와 고1 모의고사를 같은 결로 보고 분석하는 것은 지나친 계량화의 오류이므로 보조수단으로만 봐주시길 바란다.

안타깝게도 중등수학의 기초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학생들, 혹은 중학교 때 이미 수학공부를 놔버린 학생들이 고등과정을 단기간에 따라잡고 점수를 올리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시험지를 받아보면 첫 장 세 문제 이외의 문제를 풀어낼 수 없다면(심지어 이 정도 학생은 비율은 20%를 상회한다) 독하게 마음먹고 중등과정의 복습을 병행하지 않는 이상, 선생님이 해줄 수 있는 행동이 거의 없다.  
 
본 글에서 주 대상으로 하고자 하는 이들은 꾸준히 공부를 했으나 고등학교 첫 내신을 망쳤거나, 모의고사 등급이 5등급 혹은 6등급 정도가 나와 수학을 포기해버리고 싶거나, 이미 반쯤 포기 상태인 학생들이다.
 
고1의 경우 당연히도 고등학교 첫 시험에서 중학교 때와 달리 절대점수의 하락을 반드시 경험한다. 중학교 때는 교과서 중심으로 공부하고, 보조문제집 하나 정도를 따로 준비하면, 90점 이상 받던 A라는 학생이 고등학교에서는 50~60점 대의 점수로 멘붕(!)에 빠지는 경우를 흔하게 본다. 

이 단계에서 대다수 포기자들이 등장한다. 낮은 점수에 대한 창피함, 노력한 것에 대한 보상이 없음에서 오는 절망감, ‘나는 하면 잘하는데 안 해서 못 한거야!’라는 회피, 그리고 그에 따라 더욱더 노력하지 않는 악순환…. 한 번의 시험으로 많은 것들이 결정된다.  

기본적으로 고등과정은 중등과정에 비해 2배 이상의 시험범위를 가진다. 중3 1학기와 고1 1학기 내용을 넓게 살펴보자. 중3은 제곱근, 인수분해, 이차방정식, 이차함수가 보통 한 학기 과정이다. 고1은 곱셈공식, 항등식, 나머지정리, 인수분해, 복소수, 이차방정식, 이차함수, 부등식, 점과 직선, 원의 방정식, 도형의 이동이다. 단원만 보아도 두 배 이상이고, 내용도 더 심화된다. 당연히 학생들의 단위 시간당 학습량이 늘어나야 함에도 중학교 때와 같은 방법으로 공부하려 하니, 스스로 지치게 되는 것이다. 
 
고등학생이 되면 문제집을 스스로 풀어보고, 정답도 확인하고, 왜 틀렸는지 고민해야 한다. 단순 실수인지 개념이해를 잘못하고 있는지, 혹은 정답은 맞았지만 해설과는 다른 방법으로 풀었다면 그 과정도 확인하여야 한다. 이 과정이 숙달되고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꾸준히 유지되는 학생들이 수학 실력이 오르는 것이다. 
 
그렇다! 이 글이 말하고자 하는 첫 번째 핵심이 여기에 있다. 수학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정답을 잘 보는 연습이다. 모든 문제를 맞히는 학생은 없다. 그렇다면 틀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방법을 알아야 한다. 가장 안 좋은 습관은 해설지를 문제 밑에 깔고 한 문제 풀 때 마다 확인하는 학생이 있다. 보통 기초가 약하고, 쉽사리 풀리는 문제가 없다보니, 곧바로 해설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경우다. 이런 공부는 교재는 풀려있고, 동그라미, 세모가 색색의 펜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전혀 머리에 남지 않는 공부이다. 눈으로 한번 해설을 읽고, 혹은 같은 풀이를 교재나 노트에 옮겨 적어 보는 것은 채 이틀도 가지 않아 허공으로 사라져 버린다. 자신의 머리를 과신하지 마라. 시간도 투자했고, 교재도 풀려있으나 시험장에 들어가면 당연히 머릿속이 하얘질 수밖에 없다.
 
반대의 경우로 문제를 쭉 풀고 채점한 후 틀린 문제는 죄다 질문하는 학생도 있다. 틀린 문제는 모르는 문제라는 공식이 성립되어 버렸다. 천천히 풀어서 왜 틀렸는지를 본인이 찾게 유도하면 조금씩 이러한 습관은 교정되는 편이니, 스스로 생각하는 연습을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역시 해설을 보며 공부하는 연습이 필요한 경우인 것이다.

그래서 오답노트를 만들라는 말을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시간적으로 오래 걸리고 주객이 전도되어 오답노트를 만드는데 지나치게 열성을 다하게 되는 사태도 심지어 발생한다. 적정 내용의 문제를 풀고 채점하고, 오답을 스스로 먼저 고민한 다음, 정말 안 풀리는 문제는 해설을 보되, 이후(최소2~3일 정도)에 다시 한 번 풀어보는 습관만 들여도 공부 효율은 놀랍도록 올라간다.

두 번째 핵심은 여전히 선행의 문제이다. 선행문제를 꾸준히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학원가에 만연한 풍토이고, 그에 따라 학부모님들의 근심걱정이 우리 아이가 진도를 어디까지 나갔는지에 죄다 쏠려 있다. 선행을 못해서 가고자 하는 학원에 못가고 퇴짜를 맞는 웃지 못할 아이러니도 생긴다. 

대개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고1 1학기 정도는 선행을 하고 가는 것은 이제 기본이 되었다. 이러하다보니, 정작 2학기만 되어도 전혀 선행이 안 되어 있는 상태에서 처음 내용을 배우는 학생들은 많은 혼란을 겪는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실시간 라이브 학습을 하는 기분인 것이다. 그래서 미리 해야한다가 아니라, 학생들이 전혀 불안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2학기 내용은 여름 방학을 이용하면 충분히 개념정리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 내용에도 정도와 한계가 있다. 고1 올라가기 전에 고등과정을 한번 훑어봤으면(!) 하시는 부모님이 계신다. 드라마도 포털 사이트 요약본을 그렇게 보면 기억에 하나도 남지 않는다. 줄거리는 기억에 남을지라도 장면, 장면의 감동과 여운을 줄 수는 없다. 선행을 위한 선행이 되도록 수학Ⅰ, 수학Ⅱ, 미적분, 확률과 통계, 기하를 어디까지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빠져 나와야 우리 아이가 수포자로 가는 길을 막을 수 있다. ‘선행을 미리 해놔야 나중에 편하다’라며 당장 먹을 끼니가 없는데 겨울에 먹으려 땅에다 곡식을 묻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것이 종자가 되어 내년을 풍요롭게 한다면 양보할 수 있겠지만, 씨눈 없는 낱알은 당장 밥을 해먹어야 한다. 선행이 그러하다. 위에 서술한 고1 1학기 과정의 단원을 보면, 식의 연산, 방정식, 부등식, 기본도형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당연히 다음 과정을 배우기 위해 기초를 다져 줘야 하는 단계인데 주춧돌을 놔야 기둥을 세울텐데, 서까래먼저 올리자고 하니 건물이 만들어질 리가 없다. 

배우는 내용이 많으니 선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100% 동조하는 바이다. 그것이 중3 겨울 방학에 이루어지고 학기 중에 심도 있는 내신대비와 개념을 완성시키고, 또 다시 한해가 지나 상대적으로 긴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다음해의 내용을 준비하는 것에 시비를 걸고자 함이 아니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선행은 효율이 떨어진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고1 2학기 과정(수학-하)을 예로 들면, 여름방학에 진도를 한번 완성하고, 학기중 내신대비를 하며 유형을 풀이해 보는 것과, 중3때 몰아쳐서 배운 내용을 여름에 다시 복습하고 중간고사 준비로 다시 복습을 한다고 하면, 당연히 후자 쪽이 여러 번 내용도 반복하고 깊이 있는 공부가 될 것이라고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중3때 세웠던 수학(하)의 내용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여름방학 중 단기간 빠른 복습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매우 어려운 내용이라는 잔상 만 남은 채 2학기를 맞이하고, 그 혼란 그대로 중간고사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 배웠다고 기억하지 않는다. 차라리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초부터 다져주는 것이 효율이 훨씬 좋다. 결국 작년 겨울에 했던 선행공부 시간이 날아가 버린 것을 떠올린다면 그 효율성의 문제는 더욱 커져 보인다. 이쯤에서 현실과의 타협점을 찾아보자. 중3 겨울에 선행을 안 하고 보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당면한 수학(상)과, 먼 시간이 남아있는 수학(하)의 교재 난이도나 지도하는 내용의 차이를 두어야 조금이라도 의미있는 선행이 될 것이다.

항상 선행문제는 개개인마다 학습능력의 차이로 단정적으로 이게 옳다고 말할 수 없음에, 조언의 어려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꼭 강조하면서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자신에게 꼭 맞는 진도를 찾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시류에 따르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고, 냉철한 자기분석에서 출발하기를 바란다. 

▶이경호 리얼수학 원장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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