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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정시 확대를 거부하는 진짜 이유는?

서울대 "정시비율 확대할수록 지방고와 일반고에 불리"



서울대가 정시 선발인원을 늘릴수록 강남 출신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교육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대는 4월 교육부 박춘란 차관의 정시 확대 요구를 거절하면서 “정시 확대는 공교육 붕괴를 가져오고 대입 안정성을 악화하며 지역별 계층별 격차를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2018학년도 지원자의 전체 성적을 분석한 ‘서울대 정시모집 확대(안) 검토 결과 보고서’를 제시했다.

서울대 "정시비율 확대할수록 지방고와 일반고에 불리"

2018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는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73%를, 정시 일반전형으로 27% 가량을 선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시 선발 비율을 40%로 확대할 때 서울 강남 3구 출신 합격자가 169명에서 254명으로 85명(51%)이나 늘었다. 반면 군 지역 학생들은 47명에서 59명으로 12명(26%)이 느는 데 그쳤다.

거기다 정시 비율을 50%까지 확대하면 강남 출신 합격자가 141명 늘 때, 군 지역 합격자는 겨우 20명이 느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 3구 출신 합격자가 현행보다 두 배에 가까운 310명이 돼 141명(84%)이나 느는 데 반해, 군 지역 출신 합격자는 67명으로 20명(43%)이 증가할 뿐이었다.

정시 확대는 특목고보다 일반고 학생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간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018학년도 수시 학종으로 서울대 합격자를 낸 일반고는 총 305곳이고 특목고는 78곳이었다. 그런데 정시 선발 비율을 50%로 늘릴 경우 일반고 수는 171곳으로 절반 가까이 줄지만, 특목고는 71곳으로 겨우 7곳이 주는 데 그쳤다. 또한 자율고는 68곳에서 43곳으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정시는 공정하고 수능은 불공정하다는 주장, 사실일까?

일부에서는 강남 출신 학생들과 특목고 학생들에게 정시 확대가 유리하다는 것이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시 학종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며 정시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부유층이 밀집해 있고 사교육의 천국인 강남 3구 출신 학생들의 정시 합격률이 높다는 것은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기회를 박탈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능 시험에서는 비슷한 학업역량을 가진 학생이라도 족집게 고액 과외나 학원 수강의 기회를 가진 학생이 그렇지 못한 학생보다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능 정시가 공정한 제도라는 주장에 이의를 갖는 이들이 많다.

반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내 학생 활동 위주로 학생을 선발한다. 학생 평가가 주로 교과 수업과 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교과외 활동의 경우 학교밖 활동 스펙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게 돼 학부모가 개입할 여지가 크게 줄었다. 학교생활을 성실히 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흥미 분야를 탐구하며 학업역량을 높여가는 학생들이 대학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

과거에는 서울대 합격자를 1명도 내지 못한 지방 고교들 중에는 수시 학종 비율이 크게 늘면서 매년 합격자를 배출하게 된 학교도 크게 늘었다.

전북 지역의 한 일반고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도 학종이 도입된 후로 4년째 서울대 합격생이 1명 이상 나오고 있는데, 정시 중심이던 시절에는 서울대 합격생을 꿈도 꿀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지방 학생이 학업역량이 낮아 정시에서 서울대를 못 가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여건과 환경 때문에 서울대 합격이 어려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남 3구 학생들이 누리는 사교육을 지방 학생들이 똑같이 받는다면 지방 학생들도 서울대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문제를 틀리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최상위권 다툼을 하는 정시 수능은 고액 사교육을 많이 받는 학생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사교육이 확대될수록 공교육이 설 자리는 좁아진다. 정시를 확대한다는 것은 학종 덕분에 교육의 요람으로 겨우 자리잡아 가고 있는 학교 현장을 다시 입시 지옥으로 되돌리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수능 정시 확대되면 점수 따기 경쟁에 매몰돼 교육의 본질 훼손 우려

이와 관련해 보고서는 공교육 붕괴의 예로 수능 물리Ⅱ와 아랍어 선택 비율이 기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들었다. 2018학년도 서울대 입시에서 수능 물리Ⅱ 선택 비율은 1.3%에 그친 반면 아랍어Ⅰ은 71.4%나 된다는 것이다.

더구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현재 고1 학생들부터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이 크게 강화됐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은 일반적으로 지원하는 전공과 관계 깊은 교과목을 선택해 공부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수능 정시에서는 상대점수를 잘 받는 것이 유리하다.

서울대는 “정시를 확대할수록 지원자들은 응시자가 적어 1등급을 받기 힘든 과목은 더욱 기피하고, 아랍어처럼 학교에서 배우지도 않은 과목에 쏠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시가 늘수록 학생들이 미래 진로나 희망 전공에 필요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서울대 정시 합격생들이 수시 학종 합격생들보다 중도탈락률이 3배 가까이 높다는 결과가 여실이 증명하고 있다. 서울대가 2014학년도 입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분석한 결과 정시 일반전형 합격자의 중도탈락률은 11.5%나 되는 반면, 수시 학종 합격자들은 4.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정시 지원자들은 1점이라도 점수를 더 올리기 위해 지원하는 전공과 무관한 과목을 공부하는 경우가 많지만, 학종 지원자들은 반대로 자신이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라고 설명하며 “대입 선발 제도가 아닌 교육 자체로만 접근하더라도 정시보다 학종이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훨씬 우수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역임한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서울대는 한국의 대표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에 도전정신을 가지고 깊이 있게 공부할 학생들을 선발하려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수능 중심 입시가 학생들에게 깊이 있는 학습을 할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능 정시를 확대하면 학생들에게 수능 공부만 하면 서울대에 합격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판단해 정시 선발 비율을 늘리는 데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서울대 정시 일반전형 합격자 수 예상 결과 


*단위: 명, ( )는 증가율, 자료=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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