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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서울대 합격 사례가 말한다! 교내대회=학업역량? ‘낡은 생각’이라고

서울대 합격생 사례로 보는 쏟아지는 교내대회 ‘알뜰’ 활용법



5월은 학생들에겐 이른바 ‘비수기’다. 4월 말이면 교내 중간고사도 끝이 나고, 전국단위로 치러지는 모의고사도 5월에는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학생들의 마음은 ‘붕’ 뜨고, 공부 흐름은 ‘뚝’ 끊기기 십상.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고교 역시 구멍을 막는 방편으로 교내대회를 적극 권장해 왔다. 실제로 고교에서는 5월 중 가장 활발하게 교내대회가 열린다. 

문제는 교내대회에서 모든 학생이 ‘수상’을 거머쥘 순 없다는 데 있다. 더욱이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지침’에 따르면, 교내대회에서 수상했을 경우만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 내 ‘수상경력’ 항목에 해당내용을 기재할 수 있고, 수상하지 못한 경우라면 교내대회와 관련한 내용을 학생부의 다른 어떤 항목에도 기재할 수 없다. 참가하지 않자니 찜찜하고, 수상을 못하면 학생부에 기입할 수 없어 억울한 교내대회.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서울대 웹진 ‘아로리’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아로리는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쉽고 정확하게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서울대 입학본부가 제작한 학생부종합전형 정보 웹진. 이 웹진에는 3개 학과에 대한 3명의 합격생 사례(학생부 일부 및 자기소개)가 실려 있다. 해당 사례 중 교내대회를 자기소개서에 활용한 경우를 토대로, 교내대회를 알뜰하고 가치 있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봤다.


○ ‘2인 1조’ 교내대회로 ‘협업 능력’ 드러내라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교내대회는 수상하지 않으면 참가 사실조차 학생부에 기록할 수 없다. 단, 자기소개서는 예외다. 수상을 하지 못했더라도 교내대회를 참가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잘 뽑아낸다면 훌륭한 자기소개서 글감이 되는 것. 지난해 수시전형으로 서울대 국사학과에 합격한 A 학생 역시 교내대회 참가 경험을 대교협 자기소개서 공통문항 3번, 즉 ‘배려·나눔·협력’ 경험에 활용했다. 전문가들은 이 학생이 교내대회를 ‘협력’과 접목시킨 점을 특히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왜일까.  

대다수 학생들은 교내대회에서 ‘학업능력 및 학습경험’만을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내대회 자체가 토론대회, 경시대회, 올림피아드, 과제연구대회 등 학업과 관련된 주제로 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고방식으로는 대교협 자기소개서 공통문항 1번, ‘학업능력 및 학습경험’의 증거로 한두 줄 적는 수준으로밖에는 활용할 수 없다. 거의 모든 학생이 1개 이상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 같은 활용법은 입학사정관들의 마음을 조금도 사로잡지 못한다.  

이에 서울대 국사학과에 합격한 A 학생은 교내대회에서 ‘협력’을 주제로 남다른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냈고 이를 자기소개서에 작성하여 최종 합격을 거머쥐었다. ‘2인 1조’ 연구대회 참여 경험을 통해서다. 

좀 더 자세히 확인해보자. 위의 언급한 교내대회들은 대부분 ‘나 홀로’ 참가하는 방식이다. 시험을 둘이보거나, 문제를 둘이 풀 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제연구대회만은 예외다.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탐구대회다보니 오히려 ‘여럿’이 함께 하는 게 결과의 질을 높일 수도 있다. 문제는 2인 이상의 사람이 모여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혼자 연구를 할 때와 달리 주제를 결정하고, 주제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검증 방법을 결정하고, 결론을 도출하는 등 모든 과정에서 협력이 요구된다는 것. A 학생 역시 이 과정에서 소통이 쉽지 않고, 친구와 번번이 다투는 난관에 부딪혔다. 하지만 이 경험이 있었기에 협력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었고, 향후 과제형 수행평가에서 조장으로 활동하면서도 각 조원들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조율할 수 있었다. A 학생은 이 성장과정을 ‘교내대회’라는 발판을 삼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손요한 쏜교육컨설팅 대표는 “교내대회에 참가하고 수상했다는 사실만으로 학업역량은 이미 어느 정도 드러난다”면서 “이런 일차원적인 차원을 넘어 대학이 요구하는 다양한 역량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교내대회를 폭넓게 이용해보라”고 조언했다. 


■ 서울대 국사학과 합격생 A의 교내대회 자기소개서 활용 사례 

1학년 때 공통된 관심사를 갖고 친구와 함께 과제연구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하지만 개요 짜기, 결론 도출 방향 등 세부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 차가 발생했고, 쉽게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제출일이 다가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과제를 끝냈습니다. 최선을 다했고 결과도 만족스러웠지만 친구와는 서먹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마음에 여유를 갖고 생각해 보니, 당시에는 둘 다 더 좋은 결과물을 내고 싶은 욕심에 자신의 의견만 강하게 주장했던 것 같았습니다.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서로 배려가 부족했던 것입니다. 저는 하루 빨리 대화를 통해 갈등을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도 친구도 같은 마음이었고 서로 이해하며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함께 과제를 한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그래서 더 넓게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경험은 앞만 보지 말고 주변도 살필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제 삶의 큰 교훈을 주었고 이후 과제형 수행평가에서 조장이 되어 조별 과제를 수행할 때 다른 조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서로의 생각을 조율하며 과제를 훌륭히 해낼 수 있었습니다.

※자료: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 


○ 동아리-교내대회-자기소개서, ‘일타삼피’도 OK 

교내대회를 통해 학업역량과 협업 능력을 동시에 보여준 A 학생의 사례. 하지만 이게 교내대회 활용법의 전부일까? ‘교내활동’을 기반으로 교내대회에 참석하고, 여기서 남다른 의미까지 끌어낸다면 일타삼피도 무리는 아니다. 서울대 재료공학부에 합격한 B 학생의 경우가 좋은 예다.  

이 학생은 공학자를 꿈꾸는 친구들과 실용화학탐구반 자율동아리를 구성했고, 동아리 동료들과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분석하여 ‘우수동아리대회’에서 수상도 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해당 경험을 토대로 미래 공학자로서 가져야 할 역량 및 진학 후 포부까지 자기소개서 2번 항목에 담아낸 것이다. 

특히 교내대회 경험을 ‘지원학과’에 대한 역량으로 자기소개서에 어필한 점이 뛰어난 전략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B 학생은 자기소개서에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해당 업체 연구원이 독성 물질이 호흡기로 흡입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했기 때문”임을 밝혀내고, 이를 토대로 “생명과 건강을 염려할 줄 아는 윤리의식과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갖춘 공학자가 되어야겠다”고 적었다. 지원학과에서 필요로 하는 ‘책임’이라는 역량에 대한 이해는 물론, 진학 후 포부까지 한 번에 드러낸 것이다.  

이처럼 교내대회 활동을 다른 교내활동과 연계시킨다면 다양한 역량을 보다 폭넓은 방법으로 드러낼 수 있다. 김상근 덕원여고 교사는 “교내대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이를 다른 교내활동과 연계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교내대회 참가를 결정하기 이전에 대회 준비방법과 연계된 다른 교내활동에 대한 계획을 미리 세워두라”고 조언했다. “나아가 이처럼 활동 간의 유기적인 연계를 보여주는 것은 그 자체로 자기소개서의 좋은 소재이니 자소서 소재로도 적극 활용해보라“고 말했다.  


■ 서울대 재료공학부 합격생 B의 교내대회 자기소개서 활용 사례 

2학년 때에 공학자로의 진로를 희망하는 친구들과 자율동아리 ‘Plug-In’을 결성하고, 화학분과 팀장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주도했습니다. 그 중, 가습기 세정제 사건에 대해 알아보고 발표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TV 뉴스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이 왜 일어나게 되었고 우리가 앞으로 공학자가 된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 동아리부원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 신문기사와 각종 블로그를 통해 PHMG, PGH 등의 독성을 가진 물질을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제조업체의 연구원이 호흡기로 흡입된다는 점을 간과한 채 이미 많은 항균제품에 두루 사용된다는 것과 피부에서의 독성은 적다는 것만을 보고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발표를 통해 생명과 건강 등의 국민의 기본권을 고려할 줄 아는 윤리의식과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감을 갖춘 공학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때에는 그 제품이 인간의 생명과도 깊이 관련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영향을 빠뜨리지 않고 철저히 연구를 진행하는 자세를 갖춰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료: 서울대 입학본부 웹진 ‘아로리’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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