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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 학생이 수시 학종 학생보다 능력 높다는 게 말이 돼?

직능원 ‘대학생 핵심역량 연구 보고서’ 결과, 구멍 ‘숭숭’



정시 수능전형으로 대학에 입학한 학생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입학생보다 핵심역량이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교육계가 발칵 뒤집혔다.

더구나 해당 연구가 수능 정시전형 확대를 주장하는 측에서 진행한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진로능력 개발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욱 컸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진로 탐색과 진로 활동이 평가에 중요한 요소로 활용된다. 이처럼 학종은 진로교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데, 진로교육의 큰 축을 담당하는 직능원이 학종 입학생의 핵심역량이 정시 수능 입학생보다 낮다는 ‘제살 깎아먹기식’ 연구 결과를 발표했으니, 파장이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다.

해당 연구는 직능원 손유미 선임연구원 등이 2017년 12월 ‘대학생 핵심역량 진단(K-CESA) 지원과 활용’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2016년과 2017년에 핵심역량진단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다.

‘수시 출신이 낫다 VS 정시 출신이 낫다’ 과연 진실은? 

핵심역량이란 개인이 갖고 있는 지식과 기술, 태도로 직무를 수행하면서 탁월한 성과를 도출하는 능력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갖춰야 할 필수 역량이다.

연구에 따르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정시 전형 입학생에 비해 6가지 핵심역량이 모두 낮았다. 문제는 이번 연구 결과가 학종을 운영하는 대학들이 진행한 연구 결과와 완전히 상반된 것이라는 점이다.

대학생들의 역량에 대해 학종을 운영하는 대학 쪽에서는 학종 출신자들의 역량이 높다고 말하고, 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직능원에서는 수능 정시 출신자들의 역량이 높다고 말하고 있어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 직능원 보고서의 입학 전형 방법별 K-CESA 점수



조사 표본 선정에 대입 현실 제대로 반영 안 돼 

하지만 연구 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정적인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조사 대상 학생 표본이 기존 대학들의 표본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직능원은 2016년에 41개, 2017년에는 49개 대학의 학생들을 수능 위주 정시전형, 수시 학종, 수시 학종 외 전형, 기타전형 등 지원전형별로 나누고 각 그룹 학생들의 핵심역량을 조사했다.

그런데 상위권 대학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입의 대표 전형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중위권 이하 대학에서는 학생부교과전형과 정시전형으로 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따라서 학종 출신 학생들을 종단연구하는 대학 대부분이 상위권 대학이고, 결국 표본 학생도 상위권 성적대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이 같은 대입 현실을 조사 표본 선정시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즉 지원전형 학생들의 핵심역량을 명확히 알고자 했다면 상위권 대학과 중위권, 하위권 대학 학생을 따로 구분해 조사를 했어야 한다.

결국 직능원의 이번 연구는 표본 선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진행 돼 학종 평가를 왜곡시키는 자료가 될 수밖에 없다. 직능원이 사실을 왜곡하기 위해 전체 대학을 뭉뚱그려 조사를 강행했거나, 연구진이 대입전형의 특성을 전혀 모른 채 연구를 진행했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연구진이 대입전형의 특성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연구 결과를 인용하고 보도한 언론이나 교육 전문가들은 대입전형의 특성을 인지하고 연구진에게 원자료를 요청해 심층 분석을 했어야 옳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이런 사실을 도외시한 채 무조건 인용하고 보도하기에 바빴고, 코멘트를 요청받은 교육 전문가들은 수시 확대론에 힘을 실어주기 바빴다.

직능원 “표본 학생들의 출신 대학 밝힐 수 없다”…'깜깜이' 연구 인정하나 

본지는 사실 확인을 위해 직능원 주연구자와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이후 부연구자와 연락이 닿았지만 “원자료는 줄 수 없고 49개 대학의 명단도 밝힐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또한 군필 학생과 군미필 학생들, 남학생과 여학생 간에도 핵심역량에서 차이가 나 이 역시 연구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각 전형별 군필 학생의 비율과 남학생과 여학생의 비율 등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역시 거절당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연구 조사에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교육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며 학종 확산 기조를 사실상 철회하고 정시 확대 기조로 사실상 돌아선 것으로 의심을 받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시 학종을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것이 진로교육의 메카라는 직능원의 연구 보고서라는 점에서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이 연구로 인해 학생부종합전형을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해야만 이 나라의 백년대계를 바로세울 수 있다는 왜곡된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2016년도 상반기와 2017년도 상반기에 대학생 핵심역량 진단(K-CESA)에 참여한 학생들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는 방법으로 이뤄졌다. 2016년도 상반기에 대학생 핵심역량 진단에 참여한 대학 수는 41개(중복 제외)이며 학생 수는 총 1만 2,404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문대학 학생과 설문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학생의 데이터를 제외해 총 5,511명의 데이터를 이용했다.

또한 2017년도 상반기에 대학생 핵심역량 진단에 참여한 대학의 수는 49개(중복 제외)이며, 학생 수는 총 1만 4,319명이었다. 역시 전문대학 학생과 설문조사에 응답하지 않은 학생의 데이터를 제외해 총 4,729명의 데이터를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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