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교육칼럼] 대입개편, 전형 다양성에 대한 고민 필요하다

이희윤 로고스멘토 원장 ‘2022 대입개편 中 ‘수험생 전형 기회 축소’에 대하여’



이번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은 ‘우리 교육의 현 주소’로 그 내용이 시작되고 있다. 입시 위주의 과도한 점수 경쟁과 사교육 과다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4차 산업혁명 도래와 저성장 고착화 등 도전적 상황 하에서 재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학습과 교육체제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이송안에서는 미래 인재상과 바람직한 교육 혁신의 방향을 거시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논의는 대부분 추상적이다.

이번 이송안의 핵심 쟁점은 ① 학종과 수능의 적정 비율 모색 ② 대학입시 단순화를 위한 수·정시 통합안 ③ 수능 절대평가와 원점수제 ④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 ⑤ 수능 시험 체제 개선 ⑥ 수능 최저·대학별고사·특기자전형에 관한 사항 등 모두 6가지로 압축된다. 말이 압축이지 사실상 전면 개편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6가지 항목 모두 ‘기대효과(찬성 의견)와 우려점(반대 의견)’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는 것이다. 문구만으로 보면 이송안에 언급된 6가지 쟁점에 대해 교육부는 매우 객관적인 입장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첨예한 의견이 혼재하는 쟁점들인 만큼 교육부가 단독으로 좌지우지하기보다는 다양한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여 숙의, 공론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므로 민주적인 절차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6가지 항목 모두 ‘기대효과/우려점’이 공존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한쪽을 다듬어 예쁘게 한 후 반대편을 돌려보면 일그러져 있다. 그래서 일그러진 부분을 다듬고 보니, 아까 다듬은 부분이 다시 일그러지는 상황이 된다. 다듬어 보기 좋게 만들면 ‘기대효과’가 되겠지만, 반대급부의 ‘우려점’은 우리 눈을 찌푸리게 만든다. 결과적으로 크든 적든 필연적으로 부수되는 딜레마 상황을 안고 가는 상황이다. 튀어나온 부분이 흉해 누르니 반대편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와도 같다. 그래서 자꾸 주물럭거리다 보면 결국은 임시방책이 된다. 쟁점마다 언급된 기대효과와 우려점을 국민이 모를까. 국가교육회의가 공중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다 보면 결국 교육부가 처음부터 예상했던 기대효과와 우려점이 계속 노출, 증폭되기만 한다.

특히 전형 다양성 훼손이 문제다. 먼저 거론된 수·정시 통합안이 현실화될 경우 현행 9회에서 6회로 지원가능 횟수 자체가 줄어들게 되므로 수험생 입장에서는 다양한 대입 지원 기회를 현격히 제한 당한다. 따라서 수시, 정시를 통합하더라도 원서 접수부터 전형 기간까지의 시간을 최대한 길게 잡아 대학과 수험생 모두에게 자율권과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이유다.

수험생의 대입 지원 기회 폭이 제한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적성고사, 논술전형 등의 폐지 논의에서도 그 조짐이 엿보인다. 이 사항들은 이번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의 추가 논의 사항 중 3번 기타 사안에 총 네 줄로 기록되어 있다. 내용은 “2022년부터 대학별 객관식 지필고사(소위 적성고사)와 논술고사는 시행 금지”한다는 것.
  
우리 헌법 31조에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되어 있다. 적성고사는 인서울 일부 대학과 경기권, 충청권 일부 대학이 수시입시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율권’임에도 교육부가 ‘금지’를 명령하고 있는 것이다.

적성고사는 내신, 수능 3.0~6.0등급 수준, 즉 상위 12~60% 수준에 있는 전체 수험생의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기회로 생각하고 희망을 걸고 있는 전형이다. 우리 삶에서 기회는 희망으로 희망은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적성고사 실시 대학은 서울 주요 대학도 아니고, 적성전형 자체는 1~2등급 수준의 상위권 수험생들이 지원하여 사회적 관심을 받는 화려한 전형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적성전형은 역대 정부로부터 많은 핍박을 받아왔다. 하지만 억압을 넘어 이 전형이 폐지 수순으로 간다면 정부는 성적이 다소 처지는 수험생과 그런 수험생이 지원하는 대학을 앞장서서 억압한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수 있다. 

내신, 수능 4~6등급 수준의 중위권 수험생들의 성적으로는 수시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전형, 정시전형 등으로 적성고사 시행 대학을 넘볼 수가 없다. 하지만 중위권 수험생들은 패자부활전이라도 치르듯이 내신의 불이익을 극복하고 현 적성고사 실시 대학의 관문을 어렵사리 통과하고 있다. 따라서 적성전형은 중위권 수험생들에게 희망과 행복의 동아줄이 되는 전형이기도 하고 그들에게는 실낱같은 기회가 되는 전형이기도 하다. 관심에서 벗어난 이들에게 실낱같은 기회라도 주어진다면 국가가 나서서라도 그 기회가 확대되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적성고사 폐지는 개선이 아닌 개악의 초석이 될 수 있다.

이번 적성고사 폐지안을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그 근거의 빈약함 때문이다. 이송안 35쪽에 기록된 적성고사 폐지의 근거는 '사교육 우려‘라는 한 마디로 요약된다. 적성고사가 어느 정도 사교육의 폐해를 야기했고, 적성고사 대비를 위해 어느 정도의 학생들이 학원을 다녔으며, 그래서 수험생들에게 어느 정도의 경제적 부담이 있었는지 정도의 최소한의 수치조차 없다. 

적성고사를 시행하는 각 대학들은 해마다 ’선행학습 영향평가 자체 보고서‘를 만들어 공표하고 있다. 가천대가 제시하는 다음의 자료만 봐도 실질적으로 적성고사의 사교육 의존도는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자료에 의거하면 유지, 확대에는 가장 많은 의견, 폐지에는 가장 적은 의견을 가진 전형이 바로 적성전형이다. 적성고사를 실시하는 대표적인 대학인 가천대에서 실시한 자료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최대한 축소 평가를 하더라도 대다수 공중의 의견은 적성고사 폐지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을지대의 설문 조사를 보더라도 적성고사를 위해 사교육에 의존한 학생은 겨우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적성전형 폐지의 핵심이 되는 근거가 ‘사교육 우려’라면 이러한 공중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적성고사 폐지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존 롤스라는 학자는 그 사회의 최소 수혜자, 즉 가장 약자인 자에게 가장 많은 분배의 이익이 돌아가도록 할 때에만 불평등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적성고사 지원을 염두에 두고 있는 수험생은 이미 상위권에서 벗어난 수험생이다. 수험생 집단에서는 소외된 약자로 볼 수도 있다. 만약 적성전형이 그들에게 기회가 되는 전형이라면, 롤스의 말대로 그들에게 최대의 수혜가 돌아가도록 배려해야 바로 정의로운 일이 아닐까? 

5천명도 안 되는 적성고사 모집인원에 10만 명 이상의 중위권 수혐생이 기회와 희망을 품고 지원하고 있다. 자칫하면 교육개혁안의 일부 내용에 불필요한 칼질을 함으로써 역대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현 정부에 먹칠을 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이희윤 로고스멘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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