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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기출 분석, 1회독이면 충분하다고?

‘순수국어’ 저자 유민우 강사에게 듣는 ‘효과적인 국어 기출 분석법’



수능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기출 문제 분석이 중요하다는 말을 듣게 된다. 기출 문제는 해당 시험의 문제 유형, 출제 의도 등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하다고 여길 만하지만, 계속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풀다 보면 중요성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 과거와 달리 시중에 양질의 문제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출 문제 분석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그리고 기출 문제 분석은 어떻게 해야할지 ‘순수국어’ 저자 유민우 강사와 함께 알아보기로 한다. 

1. 기출 문제가 중요한 ‘솔직한’ 이유 

많은 이들은 기출 문제가 늘 재출제되기에 반복해서 풀어 봐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사실 수험생들의 입장에서 크게 공감하기 어려운 말이다. 문제의 유형이야 다른 문제집에서도 대부분 비슷하게 출제되고, 등장하는 개념도 기출 문제‘만’ 특별하다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 혹시 남들이 다 중요하다고 하니까 그냥 중요해 보였던 건 아니었을까?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출 문제가 재출제된다는 말은 분명히 맞다. 하지만 이 말은 문제의 겉모습이 그대로 나온다는 것이 아니라, ‘사고 과정’이 재출제된다는 의미이다. 기출 문제를 통해 여러가지 사고 과정을 연습해 두었을 때 ‘적어도’ 유리하게 문제가 출제되는 것인데 고난도 문제를 바탕으로 함께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자.
 

2. 모호한 상황을 명료화하는 방법 

○ ‘사고 과정’의 관점에서 바라본 기출 문제 분석 

아래의 문제를 보자. 2009학년도 6월 모의평가에 출제된 ‘도량형의 표준화’ 문제의 일부이다.

㉠ 현대 산업 체계에서 도량형의 통일된 표준이 없다면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25. ㉠의 사례로 보기 어려운 것은? 

① 휴대폰 충전기가 모델마다 달라서 호환 문제가 발생한다. 

② 병원의 체온계마다 측정한 온도가 달라서 오진이 우려된다. 

③ 건전지 전압이 제조 회사마다 달라서 전자 제품이 고장 난다. 

④ 생산된 부품들의 치수가 공장마다 달라서 자동차가 고장 난다. 

⑤ 시계의 시각이 은행마다 달라서 사업자 간에 손해 배상 소송이 제기된다.

 
해당 문제에서는 “표준이 통일되어 있지 않으면 큰 혼란이 발생할 만한지”를 묻고 있다. 이는 정답률 46%를 기록할 정도로 어렵다는 평을 받는 문제이고, 수험생들 역시 문제를 접하곤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큰 혼란이 아닌 것을 찾으라고 하는데 ‘크다’의 기준이 상대적이고, 따라서 굉장히 애매하게 느껴지기 때문.

‘사고 과정’의 측면에서 모호한 상황을 해쳐가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금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각할 때는 차이를 많이 나게 만들어 두어야 비교하기가 편하기 때문인데 선지를 보며 하나씩 생각해 보자. 지금은 오답 선지부터 검토해 보기로 한다.

 
② 병원의 체온계마다 측정한 온도가 달라서 오진이 우려된다. 

→ 예를 들어 A, B, C 세 병원에 갔는데 체온이 다르게 나왔다고 치자. A 병원에서는 체온이 37도가 나왔다고 한다. B 병원에 갔더니? 이번에는 체온이 -50도가 나왔다고 한다. C 병원에서는? 무려 +2000도가 나왔다고 가정해 보자. 굉장히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지금 예시의 현실성을 따지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원래 ‘유추’란 논리적 비약을 지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③ 건전지 전압이 제조 회사마다 달라서 전자 제품이 고장 난다. 

→ 이어서 또 한번 예를 들어 보자. 건전지의 전압이 다 다르다고 하니 A, B 두 회사가 있다고 치면 되겠다. A 회사의 일반 건전지를 샀더니 1.5 볼트. 제품 역시 작동이 잘 될 것이다. 이번에는 B 회사의 건전지를 샀다. 몇 볼트라고 가정하는 것이 좋을까?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100만 볼트라고 치자. 오랜만에 ‘피카츄’를 본 느낌일 정도로 혼란스러울 것이다. 


④ 생산된 부품들의 치수가 공장마다 달라서 자동차가 고장 난다. 

→ 이번에도 예를 들어 보자. A, B 두 공장에서 부품이 나온다고 치고, A 회사의 부품은 10cm짜리라고 가정한다. 아마 자동차에 잘 맞는 크기였을 것이다. 다음 번에는 귀찮아서 근처에 있는 B 회사의 부품을 사기로 했다고 치자. 분명 같은 부품을 샀는데 이번에는 100m짜리라면 어떨까? 버스에도 구겨 넣을 수 없을 것이고, 역시 굉장히 혼란스러울 것이다. 


⑤ 시계의 시각이 은행마다 달라서 사업자 간에 손해 배상 소송이 제기된다.

→ 똑같이 극단적인 예를 들어 보자. 이번에는 시계의 시각이 은행마다 다 다르다고 한다. 은행 영업이 마감되는 오후 4시. 은행 업무를 보러 오후 3시 50분에 찾아갔다. 그런데 A 은행의 시계에는 새벽 3시 50분으로 표시되고 있다. 아직 은행은 문도 안 열었을 테고, 우리는 굉장히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이제는 정답인 1번 선지로 넘어가 보자. 

① 휴대폰 충전기가 모델마다 달라서 호환 문제가 발생한다. 

→ 마찬가지로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본다. 전세계에 있는 ‘아이폰’ 충전기로, 전세계에 있는 ‘갤럭시’ 휴대폰이 충전되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혹은 똑같은 ‘삼성’의 휴대폰이지만 단말기 모델마다 충전기가 다른 경우를 생각해도 좋다. 다른 선지에 비해 과연 ‘더 혼란’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까? 


○ 같은 해의 다른 문제는 어떻게 출제됐나? 

이번에는 같은 해 9월에 출제된 문제로 잠깐 넘어가 보자. 2009학년도 9월 모의평가에 출제된 ‘디지털 영상 처리 기술’ 지문이다. 

㉡ 첩보 위성이 찍은 어떤 영상은 화소의 밝기 값이 0에 가까워 어둡고, 밝기 값의 차이가 별로 없어 선명하지도 않지만, 이 기술을 적용하면 밝고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15. 위 글의 내용으로 보아 ㉡을 수행하는 과정에 가장 적합한 디지털 영상 처리 기술을 나타낸 것은? [3점]



이 문제에서는 밝기 값의 차이가 적어서 선명하지 않은 경우를 설정해 두고, 차이가 나게 만들기를 요구하고 있다. 각 선지의 오른쪽 그래프를 볼 때 2~5번 선지는 여전히 차이가 별로 없지만, ‘곱하기’를 적용한 1번 선지의 그래프는 왼쪽에 비해 각 값의 차이가 벌어져 있다. 정답은 1번 선지이고, 정답률은 58%를 기록했다.

문제가 함의하고 있는 핵심 생각은 무엇일까? 

“차이를 키워라. 그러면 선명해질 것이다.” 

물론 문제의 겉모양만을 봤을 때에는 기출 문제의 재출제가 잘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 과정’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정확하게 재출제로 느껴진다. 또한 이 생각이 비록 ‘정석적인 핵심’은 아닐지라도, 미리 이러한 관점을 분석해 둔 학생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시험장에서의 체감 난도가 줄어드는 것은 덤이다.


3. 효과적인 기출 분석 방법 

이렇듯 기출 문제를 분석한다는 것은 단순히 ‘문제 풀기 → 오답 정리 → 다시 풀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관점을 반복하고 있는지, 그게 어떤 형태로 다르게 등장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출 분석은 ‘테마별’로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도량형의 표준화’ 지문을 공부했다면 한 번 풀었던 연도별 기출 문제집을 쭉 넘겨 가며,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생각하는 것이 좋았던 상황에는 또 어떤 지문이 있었는지를 다 찾아내 보는 것이다. 

만약 ‘시간의 흐름’이라는 개념이 항상 애매하게 느껴진다면? 한 번 풀었던 기출 문제집을 쭉 넘겨가며 ‘시간의 흐름’을 모조리 찾아 보며 비교하자.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 말인지를 귀납적으로 정리한다면 개념 정리를 외우는 것보다 ‘개념’이 훨씬 정교하게 피부로 와닿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기출 분석을 할 때, 비로소 기출 문제의 중요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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