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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학기제-2018.5월호] 그림 그리고 토론하다보면 어려운 역사 개념도 머리에 ‘쏙’

거중기 문화재 팝업북을 만드는 대현중 학생. 대현중 제공


“우리나라 화폐 속 인물은 왜 모두 조선시대 사람일까?” “간송 전형필이 전 재산을 문화재 구매에 사용한 이유는 뭘까?” 


울산 대현중 자유학기제 주제선택 프로그램 ‘역사 속의 사회-문화 탐구’ 수업의 토론 주제다. 이 수업을 기획한 대현중 김보영 역사 교사는 역사는 지루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 역사 수업에 탐구활동을 접목했다. 학생들은 1차시에 △영화 △예능 △해외 여행사진 △예술작품 △지폐 등 다채로운 영상 및 사진 자료를 보며 역사를 학습하고, 2차시에는 앞서 배운 역사 수업을 주제로 토론 및 토의, 그림 그리기 등의 탐구활동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동서양의 다양한 역사를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총 18차시로 진행된 이 수업은 △풍속화를 통해 알아보는 조선후기의 사회상(2차시) △화폐 속 문화유산(2차시) △일본군 위안부(2차시) △도전! 로마숫자(2차시) △설민석의 무도특강(2차시) △독도와 영토분쟁(2차시) △우리가 몰랐던 국보이야기(2차시) △의열단과 한인애국단(2차시) △내 손으로 만드는 문화재(2차시)의 순서로 진행됐다.


역사 탐구활동으로 ‘과거’와 ‘오늘날’의 연결고리 찾는다 

1·2차시는 조선후기 미술작품을 살펴보며 당대의 사회상을 탐구하는 시간. 학생들은 서민의 소박한 삶을 익살스럽게 그린 김홍도의 작품과 양반들의 풍류,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신윤복의 그림을 관찰하며, 조선후기 사회의 모습에 대해 토론한다. 산수화 중심의 조선전기 그림과 달리 조선후기 그림에는 서민이 주로 등장한다는 점을 통해 조선후기 신분제의 동요와 서민의 성장을 파악하게 된다. 


김 교사는 “신윤복의 그림이 소장된 간송 미술관을 설명하며 간송 전형필의 다큐멘터리도 시청했다. 학생들은 간송 선생이 일제로부터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해 사재를 털어 문화재를 구매한 덕에 신윤복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었다며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3·4차시에는 우리나라 화폐에 실린 이이, 이황, 신사임당 등의 업적을 살펴본다. 학생들은 특정 위인을 화폐 도안의 주인공으로 삼으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해당 인물의 업적이 현 시대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돼야 함을 이해하게 된다. 이후 각자 새로운 위인을 추천해 화폐 도안을 그리고, 추천 이유를 적어봄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5·6차시에 학생들은 영화 ‘귀향’과 여성가족부가 제작한 ‘중학교 일본군 위안부 바로 알기’ 자료를 살펴본 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논의했다. 7·8차시에는 로마숫자 읽는 방법을 배운 뒤에 로마숫자가 새겨진 유럽 건축물 사진을 보며 과거 대제국을 이뤘던 로마의 역사적 흔적을 찾아본다. 김 교사는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세계사의 흐름 속에 우리나라가 어떤 위치를 차지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 학생은 자신이 유럽 여행에서 무심코 지나친 글자가 로마숫자였으며, 이것이 건물이 세워진 년도, 위인이 죽은 년도 등을 의미함을 깨닫고 세계사 학습에 흥미를 보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독도에 대한 애정을 휴대전화 잠금화면 그림으로 표현한 학생 작품. 대현중 제공 


국보 지정하고, 손수 문화재 만들며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 

9·10차시, 학생들은 한국사 통사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한다. 그 뒤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민족대표 33인은 탑골공원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역사적 사실을 두고 ‘이들이 민족대표로서의 자격이 있는가’를 주제로 찬반토론을 실시했다. 토론을 통해 동일한 역사적 사실을 두고도 사람마다 해석에 차이가 있으므로 역사 강의를 듣거나, 역사를 주제로 한 영화·역사서를 볼 때에는 비판적인 자세가 필요함을 깨달았다.


11·12차시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해외의 고문헌·고지도를 살펴보며 독도가 우리 땅임을 확인하고, 타이포그래피와 독도의 모습을 담은 휴대전화 잠금 화면 그리기 활동을 하며 독도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13·14차시에는 국보에 숨겨진 뒷이야기를 듣는 시간. 교사는 국보 1호 숭례문의 현판 글자가 세로로 쓰인 이유, 창경궁(국보 226호)이 일제에 의해 동물원으로 이용됐던 사실, 국보 1·2·3호의 숫자는 중요도가 아닌 지정 순서로 결정된 것임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화재로 소실된 숭례문이 복원되는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음을 배우고, ‘복원된 숭례문이 국보 1호로서의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은 숭례문이 국보 1호로서의 상징성을 계속 지녀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한편, 댐 건설로 수몰된 국보 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국보 1호로 지정해 보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으며 토론을 통해 국보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15·16차시에는 영화 ‘암살’을 시청한 뒤 한인애국단과 김원봉, 김구, 남자현의 생애를 학습한다. 또한 영화 속 가상인물의 뇌 구조를 그린 뒤 간단한 역할극을 해본다. 이를 통해 역사적 사실과 배경, 주요 역사 인물을 입체적으로 이해했다. 


17·18차시에는 문화재 팝업북(그림이 입체적으로 튀어나오는 책)을 제작했다. 학생들은 △혼천의 △앙부일구 △측우기 △팔만대장경 △석굴암 등 친구들이 제작한 문화재 팝업북을 살펴보며 우리나라의 여러 가지 문화유산의 존재를 알고, 관련 정보를 탐구했다. 


김 교사는 “국보 1호는 알지만 국보 2, 3호는 모르던 학생들이 이 수업을 통해 우리나라의 다양한 국보를 알게 되었다”며 “이 수업은 학생들의 관심사에 맞춰 주제를 다채롭게 변주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1, 2차 세계대전에 높은 관심을 보인 학생들을 위해 다음 수업에서는 세계사 파트를 늘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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