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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시대, 과연 자본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까?

신자유주의로 알아보는 경제의 역사

본 기사는 <나침반36.5도> 매거진 5월호 p.56에 수록된 내용입니다.

인류의 전 역사에 걸쳐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다. ‘어떻게 잘 살 것인가’하는 문제다. 이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겪은 시행착오의 역사는 매우 길다. 오랜 시간동안 경제, 그리고 경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우리의 삶을 연구해온 것이다.

국가는 경제 성장을 통해 전 세계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국가 경쟁력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개인은 그 속에서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희망한다. 세계는 이를 이루고, 우리를 유토피아로 이끌어줄 경제 철학으로 ‘신자유주의’를 채택하고 따라왔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의 역사가 우리나라에 정착한지 20년이 지난 현재, 우리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원하던 것을 이뤄냈을까? 신자유주의, 그 역사를 통해 현재의 우리를 짚어보려 한다.

신자유주의, 어디에서 왔을까?

케인즈, “‘경제 대공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정부’뿐이다!”


1929년 미국에서 발생한 경제 대공황이 세계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며 전례 없는 경제 빙하기를 맞았다. 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할 것을 요청했다. 이것이 바로 ‘케인즈 혁명’이다.

경제학자 케인즈는 “장기적인 처방보다 지금 굶어죽고 있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당장 경제를 살리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라며 “정부가 나서서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나서서 국가사업을 통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들의 소비가 늘어나도록 해야 경제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경제에 개입하는 ‘큰 정부’의 역할을 하게 됐다. 국민들의 소비가 줄어들면 정부가 나서서 지출을 확대하며 경제를 살렸고, 소비가 늘어나면 반대로 재정지출을 줄이며 균형을 잡았다. 이 같은 ‘큰 정부’의 역할로 1960년대 말까지 세계경제는 엄청난 호황의 시대를 열었다.

반전된 경제 상황, 신자유주의를 불러내다


세월이 흐르면서 세계경제의 황금기도 위기를 맞았다. 그 동안 과도하게 축적된 자본들로 과잉설비가 이루어지고 생산능력은 크게 늘어난 반면, 수요는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투자 이익률도 함께 감소하며 1960년대까지 호황을 누리던 경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이와 더불어 중동에서 발생한 전쟁으로 석유 가격이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 세계 물가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폭등하며 세계 경제가 휘청거렸다. 그러자 경제학자들은 다시 정부가 ‘작은 정부’의 역할로 돌아갈 것을 요구했다. 정부의 경제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유경쟁 원리에 경제를 맡기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의 시발점이 됐다.

신자유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선진자본주의 국가인 영국과 미국의 상황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은 당시 노조의 잦은 파업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에 1979년 집권한 보수당의 마가렛 대처 수상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탄광 폐광을 거부하는 석탄노조 파업에 군대를 동원하는 강경대응으로 진압하며 신자유주의 시대를 열었다.

한편,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며 생산기술의 혁신과 발전을 미뤄온 미국은 신흥공업국 일본의 추격을 받으며 위기를 맞았다. 미국의 대기업은 생산성이 일본에 비해 뒤떨어지는데다, 낮은 품질의 상품을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처럼 경기침체 속에 물가는 높아지자 미국 제 40대 레이건 대통령은 케인즈 경제학과는 정 반대의 정책인 ‘레이거노믹스’를 펼쳤다.

미국은 레이거노믹스 정책으로 세금을 인하하고 기업 규제를 완화하며, 정부 지출을 삭감하는 한편, 시장에 유통되는 화폐를 감소시키는 통화 긴축 정책으로 정부의 시장개입을 축소하는 신자유주의로 접어들었다.

신자유주의, 세계를 물들이다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영국과 미국의 변화에서 시작된 신자유주의는 자유방임을 내세워 경제에 대한 국가규제의 최소화를 주장했다. 또한 분배를 줄이고 투자를 늘려 침체된 경제를 회생시키려는 목적으로 전기·은행·철도 등 기간산업의 민영화, 기업과 투자자들에 대한 감세, 노조의 힘 약화, 사회보장의 축소를 정책으로 펼쳐나갔다.

신자유주의의 논리는, 경제를 살리는 열쇠는 오로지 기업만이 가지고 있으며, 이 기업들의 성쇠는 결국 투자자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전부가 투자자들과 기업의 의욕을 살리기 위한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기업 활동에 장애가 되는 국가의 규제는 최소화해야 하며, 투자자들의 투자의욕을 감소시키는 높은 세율을 낮추고, 조세정책 완화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사회는 자본의 수익 창출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언제든지 제공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노동시장은 유연해지고 사회 복지 지출은 최소화해야 한다. 신자유주의 안에서 모든 개인과 사회는 자신의 ‘자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를 집어삼킨 신자유주의

특히 1989년 몰타선언으로 냉전이 끝나고 사회주의 국가가 붕괴하자 선진자본주의 국가에 제동을 걸 세력이 사라졌다. 따라서 미국을 필두로 자유무역을 내세운 이들은 1995년 이를 이끌어갈 새로운 국제기구인 ‘세계무역기구(WTO)’를 창설했다.

이 기구는 무역 관세를 인하하고 무역의 자유화와 자본 이동의 자유화를 전 세계 국가에게 요구하며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도록 했다. 신자본주의를 받아들인 국가들은 자본주의의 논리 속에 사회적 평등이 약화되고, 빈부격차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지는 심각한 불평등의 문제를 떠안게 됐다.

또한 기술 발전으로 자동화된 공장들이 증가하고, 기업들은 국제화로 고용의 안정성보다 유연한 노동을 선택하게 되자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돼 실업률이 급증하고, 이와 함께 비정규직과 파트타임 노동이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의 팽창은 자본과 노동의 관계도 변화시켰다. 노동조합 가입률이 떨어지며 노동의 교섭이 힘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이런 국제화 추세에 저항할 수도 없어 전체 국민소득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몫은 점점 줄어들었다.

한국에도 불어온 신자유주의 바람

한국에 뿌리 내린 신자유주의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신자유주의로 전환된 시점을 1995년 1월, 김영삼 정부가 세계화추진위원회를 출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신자유주의는 이미 80년대부터 국제적으로 강요돼 왔다. 1982년 외채위기에 빠진 멕시코에게 국제통화기금(IMF)가 구제자금을 빌려주는 대가로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요구한 것이 시초이다. 멕시코 외에도 수많은 국가들이 비슷한 형식으로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였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이해 미국과 IMF가 한국에 요구한 구조조정도 똑같은 원리다. 그들은 구제자금을 주는 대가로 상품시장과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공기업의 민영화, 노동의 유연화를 요구했다. 한국은 이를 단일화된 세계시장에서 기준으로 통용되는 규범으로 받아들이고 저항하지 않았다. 오늘날 한국 경제와 사회의 수많은 문제가 여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한국에 신자유주의가 도입된 지 20년도 지난 지금, 우리 경제는 장기적으로 저성장 기조를 보이고 있다. 또한 수많은 임금 노동자들은 혹독한 노동에 제대로 된 대가도 받지 못한 채 오히려 이를 스스로 싸워 쟁취해야 했다.

삶의 행복지수는 점점 낮아지고 자살률은 12년째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3월 말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전년에 비해 4.2% 증가한 반면 부채는 4.5% 증가했다. 10억 원 이상의 순 자산을 보유한 가구는 전체 5% 수준인데 비해 순 자산이 1억 미만인 가구는 34.1%나 차지한다.

신자유주의의 도입으로 행복을 누리는 것은 이미 자본을 가지고 있던 대기업과 금융 기관, 국가기구의 최상부를 장악한 극소수 지배층뿐이다. 다수의 대중은 여전히 경제적 불안을 호소하며 찌든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신자유주의에 대한 회의는 세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IMF나 OECD 등 신자유주의 경제의 주축이었던 국제기구들은 21세기에 들어서야 임금 소득의 상승이 경제 성장의 실마리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성장의 전제조건으로 복지 강화를 꼽는 보고들이 쏟아지고 있다.

자본에 기대어 자본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허구로 드러났다. 이제는 경제를 지배하던 신자유주의를 대신해 진정 ‘잘 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행복을 향한 성장을 이룩할 ‘플랜B’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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