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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의 상징 “국영수 위주로 공부했어요”… 이제는 꼴등의 변명?

국영수 위주 학습으로 ‘탐구’ 놓치면 큰 코 다쳐



6월 모의평가 이후 수험생들의 불안은 극도로 커졌다. 예상보다 어려운 시험에 화들짝 놀랐기 때문이다. 시험 직후 입시업체가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국·수·영 모두 전반적으로 쉬웠다”는 전문 강사진의 의견이 많았는데, 정작 수험생들은 “쉬웠다고? 그럼 나만 어려웠던 거냐”며 상반된 반응을 보였던 것. 높은 난도에 긴장한 수험생들은 다소 소홀했던 수능 준비에 다시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수험생이 제일 먼저 잡고 보는 과목은 당연히 국영수. 하지만 “국영수 위주로 공부하겠다”는 ‘전교 1등형’ 다짐은 너무 구시대적이다. 최근 입시지형은 영어 절대평가라는 대형 변수가 끼어들면서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탐구영역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커졌다.  

게다가 국영수 성적을 베이스로 깔고 가는 상위권 싸움에선 오히려 방점이 탐구영역에 찍힌다. 실제 서울 소재 주요 대학에서 탐구영역이 정시 합격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산술적으로 분석해보니 그 영향력이 절대적임을 알 수 있었다. 탐구영역 학습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하나하나 따져봤다. 

○ 국어만큼 중요해진 사탐, 수학보다 중요해진 과탐 

탐구는 더 이상 국영수 공부를 한 뒤 시간이 남으면 공부하는 ‘곁다리’ 과목이 아니다. 이는 정시모집 반영비중만 확인해도 바로 알 수 있다. 영어 절대평가가 본격 시행된 지난해부터 대학들이 정시모집에서 영어 비중을 대폭 줄이고 대신 탐구 비중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탐구 반영비중은 천정부지격으로 치솟았다. 영어성적을 일정 비율 반영하지 않고 등급별로 감점 처리하는 연세대의 과학탐구 반영비중은 31.3%인데, 이는 수험생들이 훨씬 중요한 과목이라고 인식하는 국어영역 반영비중과 같을 정도다. 영어성적을 감점 대신 가점 방식으로 반영하는 성균관대는 심지어 국어(25%)보다 과학탐구(35%) 비중이 훨씬 높다. 이밖에 한양대도 △국어 20% △수학(가) 35% △영어 10% △과학탐구 35%를 반영하는데, 자연계열의 꽃인 수학(가)형과 탐구영역 반영비중이 같으니 탐구의 중요성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자연계열보다 덜하긴 하지만 인문계열이라 해서 사회탐구 비중이 작은 건 아니다. 사회탐구 성적을 25% 반영하는 이화여대와 홍익대, 30% 반영하는 한양대 등이 사회탐구 반영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대학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정시에서 국·영·수·탐 4개영역 성적을 골고루 반영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부터 영어를 제외한 3개영역만 반영하는 곳이 많아졌다”면서 “학생들이 체감하는 것 이상으로 탐구과목의 중요도가 높아진 이유”라고 설명했다. 

○ 변환표준점수의 비밀?  

정시 실전영역에 들어서면 탐구영역이 합불에 미치는 힘은 더욱 커진다. 이번엔 반영비중이 아닌 ‘반영방식’ 때문이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대부분의 주요대학은 성적표에 기재되는 표준점수를 그대로 쓰는 대신, 백분위 성적을 토대로 산출한 ‘변환표준점수’라는 것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탐구영역 성적으로 반영한다. 표준점수의 경우 각 과목의 난이도 차이에 따라 선택과목 간 만점이 달라지는데, 이때 생기는 유·불리를 막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변환표준점수’라는 옷을 입으면 그 점수 차가 백분위 성적보다 훨씬 커진다는 데 있다. 지난해 연세대 변환표준점수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과학탐구 백분위 성적 100과 96을 변환표준점수로 변환하면 각각 68.25점과 65.4점으로, 그 차이는 3.14점이었다. 일단 이렇게만 놓고 보면 백분위 성적 차(4점)보다 변환표준점수 차(3.14점)가 더 작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전 과목 반영비중까지 고려해 실제 정시에 활용되는 ‘최종 합산성적’을 산출하면 그 격차는 어마어마하게 벌어지기 때문. 지난해 연세대는 정시모집(자연계열)에서 영역별 성적을 각각 1(국어):1.5(수학):1.5(과탐)의 비율로 반영했으므로, 과학탐구 변환표준점수에 1.5를 곱하여 국어, 수학 성적에 더해야한다. 이렇게 최종 성적산출을 해보면 과학탐구 백분위 성적 100과 96의 점수 차이는 무려 4.7점까지 벌어진다. 

김찬휘 대성마이맥 입시센터장은 “소수점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는 정시에서 4점 이상의 점수 차는 가공할만한 위력을 갖는다”면서 “이런 점수 차를 불러오는 과탐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말했다.

○ 두 과목 ‘골고루’ 잘하는 것보단 한 과목 ‘확실히’ 잘하는 게 효과적 

그렇다면 수험생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할까? 선택한 두 과목을 모두 그럭저럭 잘하는 것보단, 한 과목이라도 만점을 받겠다는 ‘독한’ 전략이 더욱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왜일까.  

변환표준점수의 영향력이 백분위가 높을수록, 즉 성적이 좋을수록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연세대의 2017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변환표준점수를 예로 들어 살펴보자. 당시 백분위 100점과 99점의 점수 차는 1.37점이었지만, 백분위 90점과 89점간의 점수 차는 0.36점에 불과했다. 즉, 백분위 점수가 높을수록 변환표준점수 격차는 커지고 백분위 점수가 낮아질수록 변환표준점수 격차도 점점 줄어드는 것.   

<그림1> 2017학년도 수능 연세대 과학탐구 변환표준점수 


따라서 높은 성적대의 학생일수록 ‘1점’이라도 높아야 격차를 확 벌릴 수 있다. 가령 국·수·영 총점이 동일한 학생 A, B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A 학생은 탐구 2과목 백분위 성적이 각각 100, 96이고, B 학생은 98, 98이다. 이 두 학생의 연세대 최종 환산성적을 산출한 결과는 놀라웠다. A 학생은 한 과목 성적이 B 학생보다 낮았음에도 591.94점을 얻은 반면, 평균적으로 더 성적이 좋았던 B 학생은 590.33점밖에 얻지 못한 것. 이는 A 학생이 한 과목에서 만점을 거뒀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그림2> 2017학년도 수능 국영수 총점이 동일한 두 수험생 간 탐구 백분위 성적에 따른 차이


이는 연세대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고려대, 서강대, 서울대 등 다른 상위권 대학들도 연세대와 비슷한 방법으로 탐구영역 변환표준점수를 반영하기 때문에, 선택 과목 중 한 과목이라도 반드시 만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학습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영덕 대성학원 학력개발연구소장은 “단기간 집중학습만으로도 성적이 향상된다는 생각에 탐구학습을 뒤로 미루는 수험생이 적지 않은데, 지금부터 탐구를 꼼꼼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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