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

섣부른 선행학습, 수포자·영포자 넘는 ‘공포자’ 만든다

초-중 전환기인 중1, 후행학습으로 영·수 학습공백 채워야
 


자녀가 ‘수포자’ ‘영포자’가 되는 것을 반기는 학부모는 없을 것이다. 현행 대입 체제에서 두 과목이 차지하는 위상이 높다는 이유도 있지만, 영어·수학에 대한 자신감 결여가 학습  자체에 대한 의욕을 저하시켜 자칫 자녀를 ‘공포자(공부를 포기한 者)’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수포자’ ‘영포자’가 되는 원인은 무엇이며, 가정에서는 자녀가 수학과 영어 학습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떠한 교육을 진행해야 할까. 

○ ‘전환기’의 학습공백… 영포자·수포자 양산한다 

일반고에 재학 중인 학습부진학생 대부분은 중학교 1학년 시기부터 영어, 수학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이 발행한 ‘KICE Brief 7호’를 살펴보자. 여기에는 평가원이 일반고 재학생 1908명을 대상으로 영어·수학 학습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가운데 영어·수학 부진학생(중3 마지막 학기 수학 성취기준 D, E에 해당) 각각 233명, 164명의 응답 내용을 별도로 분석한 내용이 담겨있다. 

해당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영어 학습 부진학생은 영어 공부가 어려워진 시점이 ‘중1(31.3%)’이라고 가장 많이 답했다. 뒤이어 중2(25.3%), 초3(12.1%) 순으로 응답률이 높았다. 수학 또한 마찬가지였다. 수학 학습이 어려워진 시점은 중1(26%)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중2(24.4%), 중3(12.7%) 순이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대부분의 영어·수학 학습부진학생들의 학습 공백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의 전환기인 중1 시기에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평가원 설문조사에 참가한 교사들은 중1 시기에 학습 결손이 두드러지는 원인에 대해 중학교에서 배우는 영어, 수학 학습 내용이 초등학교에 비해 어려워지면서 학생들의 학습결손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했다.  

○ 기초부족, 학습 루틴 형성으로 극복하라 

평가원의 이러한 조사결과는 ‘후행학습’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이제 곧 여름방학을 맞이한 중1 자녀를 위해 이미 선행학습 계획을 빽빽이 세운 학부모도 적지 않을 터. 하지만 학습 공백을 메우지 않은 채 무작정 선행학습에 나설 경우 학생들이 영어, 수학 학습에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고 어느 순간 공부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영·수포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직 중등 교사들 역시 “학습 결손을 보완하지 않은 채 선행 학습을 하는 것은 모래성 위에 탑을 쌓는 것과 같다”며 ‘후행 학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단, 후행학습 지도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신만의 학습 루틴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학생들이 영어, 수학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근본 원인은 ‘기초 부족’에 있는데, 매일 적정량의 내용을 학습하는 습관을 만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기초가 무너지는 현상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미 영어교사(경기 용인백현중)는 “‘학습’에 대한 기본적인 시간 투입 없이는 기초를 다질 수 없다”며 “영어의 말하기, 쓰기, 읽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은 ‘표현 학습’에 대한 시간투자가 부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매일 일정량의 어휘학습과 함께 교과서 본문을 응용해 자신만의 표현을 만들어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문장을 베껴 쓰고, 직접 말로 표현해보는 과정에서 문법 개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응용력도 향상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학은 다른 과목에 비해 특히 위계성이 강하다. 이 때문에 평소 꾸준히 문제를 풀며 낯선 개념을 스스로 체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진이 경북사대부중 수학교사는 “중학교 수학에서는 초등학교에서는 배우지 않은 ‘음수’를 활용한 사칙연산이 이뤄지는가 하면, 계산식에 x, y가 등장해 학생들이 혼란을 느낀다”며 “학생들이 중학교 진학 후 연산에 어려움을 겪는 현상은 수학 개념이 어렵다기보다 ‘낯설기’ 때문에 발생한다. 연산에 어려움을 느낀다면 정수와 유리수 문항을 여러 번 푸는 반복 훈련을 통해 낯선 개념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영어·수학 아예 손놓았다면?… 흥미 유발로 ‘거리감’부터 좁혀야

“나는 영어(수학)를 못해”라는 심리적인 요인도 학습 부진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후행 학습을 진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영어와 수학 공부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학생들의 경우, ‘흥미’를 유발하는 다채로운 활동으로 심리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영어의 경우 영어 동화책, 애니메이션, 팝송, 유튜브 영상 등을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대구 성산중 최시강 영어 교사는 “영어 학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자녀에게 강제로 문제집을 풀게 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며 “영어 애니메이션을 함께 시청하며 특정 단어가 어느 맥락에서 어떻게 활용됐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며 영어 단어를 학습하거나, 애니메이션의 간단한 대사를 해석해보며 문법이 어렵다는 인식을 해소하는 것이 좋다. 영어 단어를 학습할 수 있는 게임 앱도 많으니, 이를 활용해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수학 개념은 ‘체험’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이영숙 수학교사(서울 광장중)는 “중학교 1학년 수학 개념은 사실 초등 5, 6학년 때 배운 내용보다 간단하다. 가령 원의 넓이를 구할 때 3.14를 곱하는 대신 ‘파이(∏)’를 사용해 계산도 더욱 간단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수학에 자신감을 잃은 이유는 초등 고학년 때 수학을 어렵게 배웠던 기억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며 “수학에 대한 자신감 회복을 위해 방학을 이용해 서울 남산 서울특별시교육청과학전시관의 수학체험관이나 서초구의 수학 박물관 등을 방문하면 어려운 수학 개념을 재미있게 접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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