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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넘어 전쟁 방불케 할” 올해 과학고 입시… 승전보 올리려면?

과학고 자소서 ‘결과’를 담아라



뒤틀린 고교 입시전형으로 인해 올해 과학고 입시는 단순 ‘경쟁’이 아닌 ‘전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과학고보다 한 발 앞서 전형일정을 시작한 영재학교 경쟁률이 이를 반증한다. 올해 8개 영재학교의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크게 상승했으며, 일부 영재학교는 경쟁률이 폭등했다.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는 모집정원이 75명으로 지난해와 같았음에도 지원자 수는 300명 가까이 늘어났을 정도다(경쟁률 14.80대 1→19.25대 1). 

영재학교 경쟁률 폭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단연 외고·자사고의 후기 선발. 올해부터 후기고로 전환된 외고·자사고에 불합격할 경우 거주지와 먼 일반고에 임의배정 되는 사태까지 각오해야 하지만, 여전히 전기고에 해당하는 영재학교의 경우 이런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 같은 전기고인 과학고 입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늘어난 경쟁자 수만큼 서류, 특히 서류의 꽃인 ‘자기소개서’의 수준은 더욱 높아져야 할 터. 어떻게 해야 좀 더 눈에 띄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을까? 과학고 입학전형인 ‘자기주도학습전형’을 들여다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과욕은 내려두고 기본으로 돌아가 보자.  


○ 자기주도학습전형의 뼈대는 ‘결과’ 

자기주도학습전형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어 하나를 뽑는다면 무엇일까? ‘자기’도 ‘주도’도 ‘학습’도 아닌 ‘결과’다. 왜일까? 이 전형을 개발한 한국교육개발원이 ‘학생의 자기주도학습 결과를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고등학교 입학전형 방식’으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  
 
단, 결과라는 단어의 의미를 오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여기에서 결과란 단순히 높은 성적이나 등수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자기소개서의 목적이 수치화된 업적을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배우고 느낀 점을 ‘서술’하는 데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의 의미는 더욱 뚜렷해진다. 정리하면 ‘경험과 그 경험으로 인한 자신의 변화를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 ‘결과’의 참된 의미인 셈이다.  

실제 자소서 문항에도 이런 맥락이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세종과고는 자기소개서에서 ‘지원자가 수학 분야에서 자기주도적으로 수행한 탐구 사례를 자세하게 기술하고 (중략)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경험이 아니라 그 경험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이 더욱 중요한 것. 

‘탐구 경험과 활동 사례 (중략) 그것들을 통해 지원자가 이룬 성장과 변화의 일화’를 요구하는 부산과고, ‘수학·과학 관련 분야에서 학업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기주도적으로 노력한 내용과 그 과정에서 배운 점’을 요구하는 진산과고 등 대부분의 과학고 자소서 문항 역시 마찬가지.  

김진호 씨앤씨학원 특목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고교의 교육 시스템을 기반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학생을 길러내는 게 학교의 목표”라면서 “당장의 결과보다는 △스스로 학습하고 △그 결과로 말미암아 계획을 수정하고 △다시 도전하며 자신을 발전시켜 나갈 ‘가능성’을 가진 학생이 고교가 원하는 진짜 인재”라고 설명했다.


○ 사례 자체보다는 변화가 핵심 

그렇다면 그 ‘결과’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아래 학생의 합격 자기소개서를 살펴보자. 

(경험)

유독 어렵게 느껴졌던 도형 파트를 반드시 해결해보려고 기존의 방식 외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수학교과서에서 제시하는 문제풀이는 대수적 풀이방법을 이용한다. 나도 이런 풀이에 익숙해져 있지만 시선을 돌려서 기하학적 방법으로 접근할 수는 없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부채꼴의 넓이를 구할 때 비례식을 이용한 것 외에 원을 쪼개서 접근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기하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면서 직각삼각형을 이용해 파이 값을 구해보기도 하고, 직사각형과 평행 사변형의 넓이를 구한 후에 두 도형의 넓이를 비교하며 코시-슈바르츠 부등식을 증명해보기도 했다.

(결과)

이런 과정을 통해 수학은 풀이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문제해결방법에 한정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조건을 만족시켜 답을 찾으면서 수학이 왜 논리적이고 추론하는 학문인지를 알게 되었고 수학의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자료: 엠베스트


위 학생은 도형 파트 문제를 해결하고자 수학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문제풀이를 ‘대수적 방법’ 대신 ‘기하학적 방법’으로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부채꼴의 넓이를 구하기 위해 비례식 대신 원을 쪼개보거나, 파이 값을 구하기 위해 직각삼각형을 이용하고, 직사각형과 평행 사변형의 넓이를 비교하며 코시-슈바르츠 부등식을 증명해보이기도 했다. 

이는 물론 특별한 경험 사례다. 하지만 여기서 그쳤다면 합격을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자기주도학습전형에서 요구하는 ‘결과’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A 학생은 자신의 경험을 위와 같이 기술한 뒤 “이런 과정을 통해 수학은 풀이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문제해결방법에 한정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다양한 조건을 만족시켜가며 답을 찾으면서 수학이 왜 논리적인 학문인지” 알게 됐다고 서술했다. 경험을 토대로 수학이라는 학문의 본질, 그리고 앞으로 수학을 공부하면서 견지해야할 자세까지 담아낸 것이다. 


○ 독서활동 ‘요약’은 금물 

‘수학·과학 학습경험’ 외에 지원자의 학업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항목인 ‘독서경험’도 결과를 중심으로 작성해야 한다. 특히 단순히 책의 내용을 요약하는 건 절대로 범해서는 안 되는 실수다. 

예를 들어 ‘DNA: 생명의 비밀’이란 책을 읽은 두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B 학생은 책을 읽고 유전병들이 발견되기까지의 과정을 정리해서 자기소개서에 담았다. 반면 C 학생은 사람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다년간 유전병을 연구한 연구자들을 보고 끈기가 중요하다는 ‘깨달음’과, 나아가 특정 유전병의 원인을 밝히고 치료법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함께 제시했다. 두 학생 중 누가 높은 점수를 받을까? 

답은 당연히 C다. B 학생에게선 이 책을 통해 갖게 된 지식만 확인할 수 있지만, C 학생에게서는 유전공학 분야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직업적 가치관과 열정까지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창식 엠베스트 수석연구원은 “어떤 항목을 쓰든 ‘적극적이고 잠재력 있는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자기주도학습전형의 취지를 잊어선 안 된다”면서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이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더욱 좋다”고 말했다.

 
○ 인과관계 어긋나면 안돼 

단, 앞서 제시한 경험과 결과가 인과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모두 물거품이 된다. 질문이 요구하는 것이 경험에 ‘대한’ 결과인 만큼 경험(원인)과 깨달음(결과)은 반드시 논리적인 연결고리 갖춰야 하는 것.

김창식 엠베스트 수석연구원은 “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한 경험을 기술한 뒤, 해당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선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는 식의 앞뒤가 맞지 않는 설명을 하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면서 “선정된 사례들의 유기적인 인과관계를 따져가며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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