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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외고 탐방] 매년 SKY 진학자만 세 자릿수, 노하우가 어디가나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 ⑧ 대원외국어고등학교

《2019학년도 고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의 머릿속이 복잡합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의 우선선발권이 폐지되면서 기존의 고교 입시 지형이 모두 뒤틀려버렸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부 자사고들이 우선선발권 폐지에 반발해 제기한 헌법 소원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어서 코앞으로 다가온 고교 입시가 매우 유동적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깜깜이 고입’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요?  

이럴 때야말로 ‘정공법’이 필요합니다. 향후 대입에서 특목·자사고가 혹은 일반고가 유리할지, 불리할지를 따져보며 입시 변화의 종속 변수로 고교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고교 생활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돌아보고 학교가 그에 알맞은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는지를 주의 깊게 따져보는 것이 더욱 필요하단 뜻입니다.  

이에 <에듀동아>는 8개 학교(△경기외고 △경남과학고 △동탄국제고 △대원외고 △민족사관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용인외대부고 △한영외고)의 재학생과 입학 담당 교사가 직접 소개하는 ‘진짜’ 특목·자사고 탐방 기획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을 준비했습니다. 중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실질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이번 기획 취재에는 특별히 고교가 위치한 인근 지역의 중학생도 함께하였습니다. [혼란 속 고입, 특목·자사고 현장 클로즈업] 시리즈가 합리적인 고교 선택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외국어고는 한국이 세계무대로 도약하던 시점에 글로벌 인재 육성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등장했다. 이러한 설립목적은 지구촌 시대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1984년 ‘우리나라 1호 외국어고등학교’로 개교한 대원외고는 고교 3년간의 교과 수업 시수 중 40%를 전공어 및 제1외국어(영어·일본어·중국어·독일어·프랑스어·스페인어) 수업으로 편성했다. 교과 외적으로 원서강독, 영어디베이트, 어학당 프로그램 등 재학생들의 외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비교과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재학생들의 유창한 외국어 실력만으로 대원외고의 경쟁력을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유순종 대원외고 교장은 “대원외고 졸업생이라면 누구나 어느 분야에 종사하든 영어를 포함한 2개 언어에 능통하도록 외국어교육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4차 산업혁명 이후 사회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것에 중점을 두고, 토론수업, 거꾸로 수업, 모둠활동 등 협업과 창의성에 중점을 둔 수업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대원외고는 수시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입시환경의 변화가 컸던 최근 3~4년 동안에도 줄곧 50명 이상의 서울대 합격자를 냈다. 진출 분야도 어문계열을 포함해 인문·사회과학·상경계열 등 다양하다.

대원외고의 진짜 경쟁력은 명실상부한 명문고로 자리 잡은 이후에도 끊임없이 학교 시스템을 바꾸며 성과를 이어 온 ‘지속가능성’에 있다. 과연 그 지속가능성의 배경에는 어떤 교육이 자리하고 있을까. 황인중 대원외고 교무입학부장 교사와 1학년 박이현(영어과), 장현수(스페인어과) 양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 외국어 경쟁력이 전부? 상경계열도 선호하는 대원외고인 

원서강독은 외고로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원외고의 대표 교육프로그램이다. 원서강독은 단순하게 몰랐던 단어나 구문을 익히는 영어독해 수업이 아니다. 오히려 입체적인 독서로 원서의 주제나 문제의식을 다양한 분야로 확대 발전·적용해보는 융합 수업에 가깝다. 예를 들어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을 한 학기 동안 읽으면서, 학생들은 문학이 판매 가능한 상품으로서 가치를 띠게 된 배경에서 산업혁명의 역할, 종교와 과학의 만남과 충돌 양상, 도시 자본주의 흐름 속에서 변화된 시민의 삶 등에 대해 조별 토론을 하거나 발표를 한다. 한 권의 책을 학생 주도적으로 ‘탐독’하는 것이다.  

황인중 교무입학부장 교사는 “복잡한 원서에서 저자의 의도나 주제를 명확하게 파악해내는 원서독파력 등은 원서로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 대학 수준에서는 어떤 전공이든 꼭 필요로 하는 역량”이라면서 “모든 학생이 어문계열로만 진학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학업역량을 길러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방면에서 학생들의 역량을 채워주려는 학교의 노력은 또 있다. 12명 이내의 소수 정예로 진행되는 금요 방과후 수업인 ‘대원아카데미’는 무학년제로, 교과 구분이 없다. 대신 ‘영화를 통한 음악적·사회적·인문학 분석 및 토론’, ‘생활 속의 경제학 개념 탐구’와 같이 학생들의 적성, 흥미를 계발할 수 있는 활동이나 주제 중심의 강좌가 개설된다. ‘수학적 관점에서 본 의사결정의 최적화와 경영경제 이론’ 수업을 듣는다는 1학년 장현수 양은 “보통의 수학 수업시간에는 배우기 어려운 새로운 관점이나 시각을 접할 수 있어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생들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강좌가 개설되기 때문에 학생부 활용도도 높다는 것이 학교의 설명. 황 교사는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대원아카데미는 교육과정 편성권에 제약이 있는 외국어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면서 “1, 2학년 동안 수학을 6단위밖에 이수하지 않지만, 상경계열 진학을 희망하거나 자신의 수학적 역량을 심화시키고 싶은 학생들은 대원아카데미를 통해 심화미적분 등의 수업을 수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놀라운 입시실적? 벤치마킹조차 어려운 노하우 덕분 

대원외고는 좋은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 만큼이나 현재 운영 중인 프로그램의 성격과 운영 성과를 대학 측에 적극 알리는 데도 열성적이다. 프로그램별로 주요 내용과 학생들의 결과물 및 소감, 운영 경과를 자료집으로 엮어 대학 측에 제공해 온 것.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만큼 그 양도 방대하다. 한 해에만 수십 권의 자료집이 나오는데 올해부터는 아예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해 각 대학 입학처에 USB로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대원외고 홈페이지 내에 별도의 아카이브 공간을 마련하고 이에 접속할 수 있는 계정을 대학 입학사정관들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학교의 이러한 노력은 비중이 크게 확대된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한 대응방안이기도 하다. 수십 년간 전국에서도 수위권의 진학 실적을 내면서 꾸준히 입시의 흐름을 따라 온 노하우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 황 교사는 “프로그램의 매 단계마다 결과물을 남기고, 이를 수집해 최종 편집하기까지 담당 교사들이 많은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그러나 입학사정관들이 우리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나 학생부에서 특정 프로그램을 발견했을 때 해당 프로그램의 수준이나 깊이를 잘 알게 된다면, 그 학생의 역량도 더 잘 알아봐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수년째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대입이 수시 중심 체제로 전환된 이후 많은 ‘정시형 고교’들이 시행착오를 겪는 와중에도 대원외고는 높은 수준의 진학 실적을 유지해 왔다. 2018학년도에는 △서울대 53명 △고려대 120명 △연세대 93명, 2017학년도에는 △서울대 56명 △고려대 88명 △연세대 93명의 합격자가 나왔다. 별도의 정시반을 두어 체계적으로 재학생들의 수능 대비를 지원하는 한편 학교 차원에서 수시 대비 체제를 꾸준히 정비해 온 결과다.

황 교사는 “앞으로도 고등학교 학생부 기재사항이 축소되는 등 변화가 예고돼 있어, 학교 내부적으로 TF팀을 구성해 교육과정 편성을 바꾸는 등 대안 마련에 착수했다”면서 “대입 환경이 급변하고 있지만, 그만큼 학교도 재학생들의 역량과 잠재력을 더 내보일 수 있는 대안들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7분 이내의 짧은 면접 시간, 두괄식으로 답변하라 

탄탄한 교육 경쟁력으로 매년 많은 중학생 학부모들의 관심을 받는 대원외고지만 올해는 지원을 결정하기 전 고려해야 할 변수가 있다. 대원외고는 올해부터 일반고와 같은 후기에 입시를 진행한다. 이 때문에 외고에 지원했다 탈락할 경우 원하는 일반고에 배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임의배정 동의서를 제출하더라도 외고·자사고 탈락자의 일반고 배정은 일반고 지원자들이 먼저 배정되고 남은 40%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전형방식의 변화도 고려요소다. 외고는 1단계 영어 내신 성적 및 출결, 2단계 면접평가(1단계 성적 60% 반영)를 거쳐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1단계 전형에서 2학년 성적은 성취평가제, 3학년 성적은 석차등급제에 따른 성적으로 구분해 반영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4개 학기 모두 성취평가제에 따른 성적만 반영된다. 지원자들의 합격선이 상승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황 교사는 “아마 올해 지원자들은 4개 학기 성적이 모두 ‘A’일 것”이라면서 “동점자 수가 1단계 합격선인 1.5배수를 넘길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동점자가 발생하지 않을 때까지 3학년 2학기 국어>3학년 2학기 사회>3학년 1학기 국어>3학년 1학기 사회와 같은 순서로 2학년 1학기 사회 성적까지 비교할 수 있으며, 사회를 배우지 않은 학기에 한해 한국사 성적이 대체 반영된다”고 말했다.  



1단계 전형의 변별력이 약해지면 2단계 면접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특히나 외고 면접은 면접 시간이 짧아 대비하기가 까다롭다. 1학년 박이현 양은 “면접이 5~7분 정도로 굉장히 짧기 때문에 면접 답변을 연습할 때부터 모든 대답을 1분 내로 하려고 시간을 재가며 연습했다”면서 “질문에서 묻는 부분이 답변의 가장 첫 부분에 나올 수 있도록 두괄식으로 말하는 연습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황 교사는 “면접을 통해 전형위원의 궁금한 점이 해소되거나, 구체적인 예를 통해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이 좋은 답변”이라면서 “반면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반복해 읊거나 질문에서 묻고자 하는 바에서 벗어난 답변을 할 경우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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