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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자소서 작성] 자소서는 ‘X-ray’처럼 학생부 꼼꼼히 들여다보는 과정 거쳐야

자소서 내용 구성 및 기획 ① 학생부 들여다보기




《2019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두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지난달 말 발표된 6월 모의평가 성적표를 놓고 어떤 대학 수시모집에 지원할지를 신중히 고민하고 결정해야 하는 수험생들에게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바로 자기소개서 작성일 것입니다. 학생부에 기재되어 있는 무슨 소재를, 각각의 항목에 어떻게 배치해 작성해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수험생이 한둘이 아닌 것이죠. 


자기소개서 작성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학생부를 꼼꼼히 뜯어보며 구성 및 기획하는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하고, 자기소개서를 실제로 작성하는 과정에서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지요.  


에듀동아는 자기소개서 작성 시즌을 맞아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자에게 조금이나마 자소서 작성에 도움을 주기 위해 <실전 자소서 작성>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완결성을 갖춘 자소서는 어떻게 작성할 수 있는지 이 시리즈를 통해 공부해보고, 모든 수험생이 평가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자소서를 작성해보길 바랍니다.》


자소서를 쓰려는 많은 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은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를 모르겠다”이지요. 무슨 소재를 자소서에 담아내고, 해당 소재를 활용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낼지 도무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첫 줄도 제대로 써내지 못하는 학생들이 허다합니다.  


대학에 제출할 1~4번 항목의 자소서. 무턱대고 처음부터 글을 쓰려는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글을 쓰기 전에 내용을 구성하고, 기획하는 단계부터 진행해야 합니다. 시간을 오래 갖고, 스스로 어떤 소재들을 담을지 길게 고민해보는 과정을 거쳐야 완성도 높은 자소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연예인들의 냉장고에 담긴 재료로 15분간 요리를 해내는 한 유명 방송프로그램에서 셰프들이 요리를 하는 과정을 생각해봅시다. 식재료를 준비하는 과정 없이 무턱대고 가스 불에 냄비부터 올리는 요리사가 있나요? 가장 먼저 냉장고에 무슨 재료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바탕으로 최선의 요리가 무엇일지를 깊게 고민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 다음에 채소도 손질하고, 고기도 손질하는 과정을 거치고 조리를 해야 맛있는 요리가 탄생하지요.


자소서도 똑같습니다. 완성된 자소서가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라면, 그 자소서를 만들 재료들을 꼼꼼히 찾아보고 다듬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은 필수이지요. 자, 그럼 자소서라는 요리를 만들어줄 재료들이 담긴 냉장고는 무엇일까요? 바로 여러분들이 3년 동안 가꾸어온 학교생활기록부입니다. 


○ 자소서라는 음식 만들어줄 재료 담긴 냉장고는 ‘학생부’  


자소서는 학생부를 기반으로 작성되어야 합니다. 나의 3년간의 고교 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학생부. 학생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가장 핵심적인 평가 자료이고, 입학사정관들은 이 학생부를 보조하는 참고 자료로 자기소개서를 활용합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전에 반드시 학교생활기록부 


를 꼼꼼히 들여다보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이유지요.  


학교생활기록부가 학생이 학교에서 무엇을 했는지 결과를 나타내는 자료라면 자기소개서는 학생이 학교에서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자세한 과정을 드러내는 자료입니다. 자, 그렇다면 합격한 선배들은 신선한 재료들이 담긴 학생부라는 냉장고에서 어떤 재료들을 꺼내 요리를 했는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가장 먼저, 서울여대에 합격한 한 선배의 학생부 여기저기를 발췌해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로 제시된 학생부 항목은 학생의 진로희망사항입니다. 1학년 때까지만 해도 교사가 꿈이었던 학생은 2학년들어서 통번역사로 진로가 변경되었네요. 많은 학생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죠? “고교 3년간 참가했던 활동들은 진로희망사항과 직결 될수록 좋다.” 사실 진로와 꼭 연결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제로 진로와 연결되지 않은 활동내역을 갖고 자기소개서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 대학에 어필하는 합격자들도 많지요.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이런 방식으로 학생부를 가꾸고 있는 상황이니 과연 이 합격생은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7번 창의적체험활동 상황란을 통해 살펴보세요. 


2학년 때 봉사활동으로 다문화 아이들에게 언어 및 문화체험을 소개하는 다문화 프로그램 보조강사 활동을 했었군요. 이 봉사활동은 학생이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3학년 때는 자율활동에 참여하면서 통번역사의 진로를 탐구하고 모의 번역 지원서도 작성해봤네요.  


선생님이 기록해주시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은 어떤가요? 외국 여행을 통해 여러 도시와 대학을 탐방했다고 기록되어있습니다. 아무래도 학생이 통번역하고 싶은 언어권의 국가를 여행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자, 합격생 A의 학생부 진로희망사항, 창의적체험활동상황,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통번역사’라는 꿈과 연관된 활동들을 일관적으로 해왔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나요? 그럼 이 학생의 자기소개서도 살펴볼까요? 




앞서 우리가 살펴봤던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비교해서 살펴보세요. 학교생활기록부는 단순히 학생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 그 결과만 기재되어 있었지요. 즉, A 학생의 학생부에선 단순히 ‘다문화 프로그램 보조강사로 봉사활동을 했다’라는 사실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었지만 자소서에는 어떤 내용이 기재되어 있나요? 봉사활동 중에 ○○국가를 주제로 수업하는 강의를 제안받았고, 자신이 가진 자료를 총 동원해 수업을 준비했으며, 여행에서 직접 경험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수업을 진행해 아이들의 흥미를 끌었다는 내용도 매우 구체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활동을 통해 ○○ 국가에 대한 열정도 증가했음을 언급하며 활동 후 느낀 점도 언급해 놓았습니다. 자소서에 기재된 모든 내용을 학생부의 기록 하나하나가 증명하고 있는 셈이지요. 


자소서 작성을 눈앞에 둔 수험생이라면 이를 보고 느끼는 점이 많을 겁니다. ‘자소서를 써야겠다’하고 무턱대고 덤비기 전에 A 학생처럼 학생부 곳곳에 기재된 내용들을 꼼꼼히 뜯어보며 여러 항목에 걸쳐 나눠진 사항들을 연결해보기도 하고, 어떤 사실들이 함께 연관돼 설명되었을 때 자소서 독자(입학사정관)에게 효과적인 글이 될지를 고민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을 거란 말입니다. 합격 자기소개서 하나를 더 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의 자소서는 서울대가 공개한 한 재료공학부 합격생의 자기소개서입니다. 이 학생은 자신의 진로희망사항에 공학자가 기재되어 있었을 겁니다. 자신의 진로희망사항을 증명해줄 활동 자료로 친구들과 자율동아리를 만들어서 했던 활동을 사례로 들었고 해당 활동을 통해 느낀 점 또한 언급했습니다. 이 학생이 그저 무턱대고 자기소개서를 쓰려는 시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기소개서가 나올 수 있을까요? 아닐 것입니다. 자신의 학생부를 꼼꼼히 분석하고 1~4번 항목에 어떤 소재들을 담아낼지 구성한 뒤, 더 깊은 고민을 거친 다음에야 작성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음식 재료롤 손질하려는 노력도 없이 요리를 하려하면 좋은 요리가 절대 나올 수 없습니다. 자소서 또한 마찬가지로, 소재를 찾고, 다듬고, 아름답게 플레이팅 하려는 고민이 없으면 합격할 수 있는 자소서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 자소서 쓰려면 ‘X-ray’ 찍듯 학생부 들여봐라 


여러분 모두 ‘X-ray’를 찍어본 경험이 있을 겁니다. ‘X-ray’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물체의 내부를 엑스선을 이용하여 찍는 사진입니다. 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X-ray’를 찍듯, 자기소개서에 어떤 내용이 담겨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다면 ‘X-ray’ 찍듯 학생부 곳곳을 꼼꼼히 들여다보길 바랍니다.  


입학사정관은 자기소개서를 평가할 때 철저하게 근거 서류에 입각해서 평가를 실시합니다. 즉, 자기소개서와 학생부를 교차해가며 검토해보면서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내용들의 근거를 학생부에서 찾으려고 애쓴다는 말입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전에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일이 학생부를 ‘X-ray’ 찍듯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인 것이지요. 


그런데, 자소서 작성 전에 학생부를 살펴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일단, 합격 자기소개서 하나를 더 보겠습니다.  




위의 자소서는 서울대가 공개한 한 국사학과 합격생의 자기소개서 3번 문항의 일부입니다. 학교생활 중 배려, 나눔, 갈등관리, 협력 등을 실천한 사례를 묻는 3번 문항에 대해 이 합격생은 위와 같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자, 여기서 문제를 하나 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어떤 내용을 기반으로 이 항목을 쓰게 됐을까요? 


아마 해당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의 창의적체험활동상황란을 참고했으리라고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자율활동 또는 봉사활동으로 교내 해오름반의 ‘나누미’ 활동에 지원해 활동했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런데, 학생부에는 위의 자기소개서에 기재된 내용이 모두 다 들어가 있을까요? 아마 담당 선생님께서 기재해주시는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란에 위의 내용 중 일부가 기재됐을 수는 있겠지만 학생 자신이 적응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도와줬던 구체적인 사례나, 학생이 해당 활동을 통해 느낀바 등은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재됐더라도 ‘해오름 나누미 활동에 지원해 활동하면서 적응에 어려워 하는 친구들을 도와주는 등 자신이 맡은 바에 열심히 참여하는 모습을 보임’과 같이 추상적으로 기재됐을 가능성이 높지요. 즉, 이 학생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내용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 내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학생부를 뜯어보는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지점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학교생활기록부를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내용 그 자체만을 반복적으로 기재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 안 됩니다. 단순히 자신의 우수한 학업역량을 드러내기 위해서 “저는 고등학교 때 교과 성적을 잘 받았습니다. 국어와 수학 과목은 모두 1등급이었고, 교내 독서감상문 대회와 수학 경시대회에서도 줄곧 수상했습니다. 수학경시반에서도 활동했습니다” 이렇게 쓰는 것은 학교생활기록부와 다를바 없다는 말이지요. 


자기소개서는 학생의 실적을 확인하는 자료가 아니라 학생 자신의 내면에서 성장하고 있는 꿈과 열정, 생각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여야 평가 서류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자신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부여하려면 단순히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내용 그대로를 옮기기만 할 것이 아니라 옮기더라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것이지요. “국어에서 1등급을 받았다”고 기재할 것이 아니라 “저는 문학에 관심이 많아 ○○○ 소설가의 ○○○이라는 작품을 감명 깊게 읽고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문학에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다는 점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라고 써야 된다는 말입니다. 단순히 “수학 경시반에서도 활동했다”가 아니라 “수학 가운데 미적분은 어려우면서도 수학적 사고의 확장의 틀을 실감케 해주었고, 이는 수학 경시반 자율 동아리를 창설하도록 했다”고 쓰라는 것입니다. 꾸준히 강조하고 있지만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교차 검증하며 학생을 평가합니다.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고스란히 자기소개서에 기재하지 말아야 할 이유인 것이지요.  


자기소개서는 학생이 학교생활에서 무엇을 배우고 느꼈는지, 자신의 진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지원 대학 및 지원학과에 적합한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등을 표현하는 글입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글의 근거자료로 학생부를 십분 활용하는 것은 좋지만 학생부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기재하려는 생각을 가지다보면 ‘자기소개서에 무엇을 쓸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X-ray’ 사진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물체의 내부를 실제와 비슷하게 보여주는 모습일 뿐이지 ‘X-ray’ 사진이 실제와 완전히 똑같은 모습은 아닌 것처럼 말이지요. 


▶이영선 한영외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