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코칭

[자유학기제-2018.5월호] 우리 마을 문제 해결사 “나야 나”

서울 충암중 권순찬 교사의 소프트웨어교육 수업


올해부터 소프트웨어(SW)교육이 중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됐다. 하지만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의해 SW교육 선도학교로 지정된 학교들은 일찍이 SW교육을 시행해왔다. 올해로 SW교육 선도학교 운영 4년차를 맞은 충암중은 △정규 교과 수업 △방과 후 수업 △SW 동아리 등 다양한 SW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창의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충암중에서 SW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권순찬 정보 교사는 학생들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하여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는 ‘마을과 함께하는 SW교육’ 수업을 진행했다. 이 수업은 △마을의 문제점 발견하기(1차시) △프로토타입 앱 제작하기(2차시) △발표하기(1차시)로 이뤄졌다. 

○우리 삶과 관련된 문제 탐색하며 참여도↑ 

일반적으로 ‘SW교육’이라고 하면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수업을 하거나 학생들에게 특정 프로그램 사용법을 알려주는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SW교육은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리적인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둔 교육. 권 교사는 이 점에 착안해 학생들이 살고 있는 ‘마을’의 문제점을 찾아보고 이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앱을 개발하는 수업을 기획했다.  

먼저 1차시는 마을의 문제점을 탐색하는 시간. 학생들이 직접 마을을 돌아다니며 찾은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오면, 이를 공유하고 함께 토론하며 해결방법을 찾아본다. 이때 문제해결 도구는 앱이다. 즉, 문제 상황이 쓰레기 무단 투기라면 해결방안은 분리수거 하는 법을 알려주는 앱 개발이 되는 식.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방법을 찾아보고, 도구로서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SW교육의 목적이 모두 실현되는 셈이다. 권 교사는 “자신들의 삶과 맞닿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문제해결능력이 한 층 높아진다”면서 “교사 입장에서도 수업 주제를 정하는 게 쉽지 않은데 학생들의 삶과 관련된 소재에서 주제를 길어 올리면 의외로 쉽게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종이 오리고 붙이며 앱 만든다? 

​2~3차는 본격적으로 앱을 개발하는 시간. 먼저 개발하려는 앱의 △이름 △사용 대상 △개발 목적 △주요 기능에 대해 토론한다. 대상과 목적이 명확해야 적합한 기능을 갖춘 앱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앱의 목적과 기능이 결정되면 본격적으로 개발 작업에 착수한다. 그런데 학생들은 컴퓨터를 켜는 대신 종이와 가위를 든다. 앱을 ‘페이퍼 프로토타입(Paper Prototype·종이 모형)’ 형태로 개발하기 때문이다. 페이퍼 프로토타입 앱이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앱을 만들기 전 종이로 만들어본 일종의 가상의 앱을 말한다. 즉, 앱을 터치하여 작동시키고, 앱이 작동하면 로그인 창이 뜨고, 아이디(ID) 입력란을 누르면 키보드 자판이 나오는 등의 과정 하나하나를 모두 ‘종이’로 표현해보는 것. 아직 프로그래밍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무리하게 앱 개발을 시키면 오히려 SW교육에 대한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데, 그에 앞서 쉽게 종이로 만들어보며 흥미를 북돋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앱 작동 과정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권 교사는 “학생들은 앱의 작동 과정을 단계별로 쪼개보며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고 말했다. 

○토론 통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마지막 4차시는 개발한 앱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 학생들은 페이퍼프로토타입 앱을 작동하는 모습을 촬영·편집한 뒤, 해당 동영상을 보여주며 발표한다. 카메라는 물론 편집 프로그램까지 스스로 다뤄봐야 하기 때문에 도구 활용 역량도 기를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발표를 들은 이후에는 함께 토론하며 개발한 앱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본다. 가령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터치 한 번으로 자동 신고가 되는 앱이 있다면, ‘응급상황을 강조하기 위해 붉은색 계열로 디자인해보는 게 어떨까’ 등의 의견 을 내며 기능이나 디자인 측면에서 보다 나은 앱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한 번 더 고민해보는 것. 실제 SW개발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회활동은 협력과 토의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사소통 능력과 협력심을 길러주는 효과도 있다.  

토론이 잦은 만큼 대화방식도 중요하다. 권 교사는 수업에서 ‘I Like, I Wish’ 방식으로 말하도록 지도했다. 한 학생이 의견을 냈을 때 ‘네 의견은 틀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너의 의견에서 이런 점은 참 좋아. 하지만 이런 점은 보완됐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도록 한 것이다. 권 교사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서로의 의견을 수용할 줄 아는 자세를 갖게 됐다”면서 “또한 마을이라는 공동의 관심사를 함께 다루면서 공동체 의식까지 가지게 된 것이 이 수업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교사의 수업지도 노하우] “스스로 문제 발견하는 힘 길러줘야” 

Q. 수업 운영에 어려운 점이 있다면? 

학생들이 문제를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다.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었던 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왜 떨어질까’라는 의문을 가졌기 때문이다.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야 해결 방법도 따라온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들이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생각할 거리들을 꾸준히 던져줘야 한다. 

문제해결 과정에서는 소프트웨어가 반드시 필요한 도구임을 설명해주면 좋다. 학생들은 소프트웨어라고 하면 컴퓨터 게임을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사실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용한 도구임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이런 효용성을 느껴야 학생들이 소프트웨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제로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게 된다. 

Q. 수업의 효과는? 

학생들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는 눈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효과다. 하지만 단순히 문제를 발견하는 것에서 그치진 않았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깨닫고, 따라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  

마을이라는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서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공동체 의식도 함양할 수 있었다. 사회·도덕 교과에서 이론으로 배운 내용을 앱 개발 활동을 통해 몸소 실천해보며 공동체적 삶의 가치를 깊이 있게 이해한 것이다.

Q. 이 수업을 활용하려는 교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SW교육이 곧 프로그래밍 교육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프로그래밍 교육을 통해 코딩 방법을 배우고, 알고리즘을 이해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하지만 이것을 가르치는 궁극적인 이유는 학생들의 ‘문제 해결력’을 높이기 위해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실제 수업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교사가 ‘먼저’ 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수업을 예로 들면 직접 마을을 돌아다니며 문제를 찾아보고, 페이퍼 프로토타입 앱도 만들어보는 식이다. 이런 사전경험이 있으면 학생들이 어떤 부분을 어려워할지 미리 예측하여 조절할 수 있다. 

▶권순찬 서울 충암중 정보 교사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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