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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고한 진로 희망? 전공 관련 경험? 없어도 학종 쓴다!

‘전공적합성’ 내려놓은 대학들의 학생부종합전형

 

수시 원서접수가 다가오고 자기소개서 작성 시즌이 되면 어김없이 등장해 수험생들을 괴롭히는 개념이 있다. 바로 ‘전공적합성’이다. 전공적합성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상당수 대학이 평가요소로 활용하는 개념으로, 지원 전공(계열)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이해, 노력과 준비 정도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최근 고교생들은 1학년 때부터 진로 및 지원 학과를 정해두고, 그와 관련된 경험을 체계적으로 쌓아가는 경우가 많다. 고3이 되어 수시를 준비할 때도 자기소개서와 면접 답변 곳곳에 전공적합성을 뚜렷이 녹여내기 위해 애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희망 진로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온 학생을 더 선호한다는 인식에서다. 

그렇다보니 진로 목표가 확실하지 않았거나, 중간에 계획이 틀어진 수험생들은 수시 원서를 쓸 시점이 되면 전공적합성과 씨름하느라 골머리를 앓는다. 심지어 자신의 학생부로는 전공적합성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학생부종합전형 지원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포기하긴 이르다. 비록 진로와 관련된 활동과 경험이 일관되게 이어지지 않더라도 학교생활만큼은 누구보다 열심히 한 수험생이라면, 학생부종합전형에 도전할 여지는 충분하다. 모든 대학이 전공적합성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 ‘학생부종합전형≒전공적합성’이란 편견을 깨면 길이 보인다. 

○ 고교 단계에서 전공적합성? 계열 적합도 정도면 충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입정보포털 ‘어디가’에 소개한 <대학별 학생부(종합)전형 서류평가 항목>을 보면, 상당수 대학이 전공적합성을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요소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이화여대 △한양대 △홍익대 등은 ‘전공적합성’에 해당하는 평가요소를 따로 두고 있지 않다.  


전공적합성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는 대학들은 전공적합성이 곧 ‘지원 전공과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높은 활동/경험’으로만 좁게 해석되는 것을 경계한다. 고교 단계에서 전공적합성은 계열 수준에서 반드시 필요한 학업역량을 갖춘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 공통된 입장이다.  

이화여대는 전공적합성을 별도 지표로 내세우진 않지만, 전공에 대한 준비도, 계열 적합도 등을 ‘학교활동의 우수성’이라는 지표 안에 포함해 평가한다. 이 때 ‘전공에 대한 준비도’를 오해해선 안 된다. 안정희 이화여대 입학사정관은 “특정한 학과와 관련된 구체적인 경험이나 활동을 했는지, 안 했는지가 전공에 대한 준비도를 파악하는 근거가 되진 않는다”면서 “단과대학 혹은 인문․자연 계열 수준의 넓은 범위에서 적합도를 평가하는 것이지, 특정 학과와 관련된 준비 여부로 범주를 좁혀서 평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한양대 입학처 관계자도 “특정한 전공에 대한 희망이 고교 시절에 완전히 확정될 수 없다는 기본 전제 하에 학생부종합전형 평가를 진행하기 때문에 학업역량, 수학능력 측면에서 지원자의 학업 내용이 지원 학과와 계열적으로 적합한지 부분적으로 따져볼 수는 있어도, 전공과 관련한 일관된 노력을 굳이 따져 평가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 전공적합성 대신 ‘학업역량’ 내보여야 

그렇다면 ‘학생부종합전형≒전공적합성’이란 편견을 깬 이들 대학들은 어떤 평가기준을 갖고 학생부종합전형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일까. 전공적합성을 강조하지 않는 대학들은 주로 학업역량이나 성장가능성에 큰 비중을 둔다.  

서울대의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요소 어디에도 특정 전공이나 계열, 모집단위와 연관된 평가요소는 찾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적어도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에서만큼은 흔히 학생들이 알고 있는 ‘전공적합성’은 아예 의미 없는 개념이라 봐도 무방하다”면서 “극단적으로 고교 과정 내내 수학을 아주 잘해 수학교육과 지원을 희망하던 학생이 정작 어문계열을 택해 수시 지원하더라도, 학습 이력과 지원 학과 사이의 간극이 크다는 것 때문에 불이익을 주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전공적합성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평가요소는 학업역량이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대학에 와서 해당 전공을 공부할만한 충분한 준비, 즉 그만한 ‘학업역량’을 갖추었는지를 고교에서 지원자가 ‘공부’한 것을 토대로 평가하는 것이 서울대 학생부종합전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원 전공에 특화된 준비와 노력보다는 고교 과정의 충실한 수행과 그 결과물로 쌓아지는 ‘학업역량’ 자체가 더욱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 전공적합성? 학문 경계 넘나드는 ‘성장가능성’에 더 주목  

특정한 학과를 겨냥한 전공적합성을 넘어서 아예 다양한 전공을 포괄할 수 있는 폭넓은 역량과 성장가능성에 초점을 둔 대학도 있다. 서강대는 8개 학부, 600개 이상의 조합이 가능한 다전공 제도를 운영 중이면서, 학생 스스로 원하는 강의를 조합․설계해 신청하면 대학에 개설되어 있지 않은 전공이라도 학생 개인의 ‘전공’으로 공인해주는 시스템을 두고 있다. 학문 간 자유로운 융합을 권장하는 학풍 아래에선 ‘우리 전공에는 이런 특성을 가진 학생이 필요하다’는 전제부터가 무의미하다.  

서강대가 펴낸 ‘2019학년도 입학 가이드북’에서 “서강대학교는 ‘전공적합성’이라는 다소 좁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항목을 평가요소로 활용하지 않는다”면서 “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동아리나 기타 활동 외에도 대학 공부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학업역량을 향상시킨 사례, 주어진 교육환경의 활용/극복에 대한 과정상의 노력들이 더 중요하게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가이드북은 “문․이과 경계 없이 자유로운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이과 학생도 인문계열인 경영학부로 교차지원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서강대 입학처 관계자는 “물론 성장가능성 안에 전공적합성도 일부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지원 전공과 연관된 수상내역이나 활동이 있어야 한다’는 일대일 대응식의 개념은 아니다”라면서 “좁은 의미의 전공적합성보다는 ‘입학 당시 전공 외에도 다양한 전공을 가질 수 있는 서강대에 와서 다른 학생과 함께 공부할 능력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성장가능성에 더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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