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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자유학기제-2018.6월호] 소설을 통해 돌아본 내 삶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

김수애 부산 신호중 국어 교사의 거꾸로 교실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된 이후 청소년들의 문화 트렌드는 ‘스낵 컬쳐(Snack Culture)’로 설명할 수 있다. 웹툰이나 동영상 클립처럼 5~15분가량의 짧은 시간 동안 가볍게 소화할 수 있는 콘텐츠를 즐기는 것. 실제로 요즘 학생들은 ‘곱씹는 맛’이 있는 긴 글보다는 ‘임팩트’가 있으면서 짧은 글을 선호한다. 애초에 글보다 영상을 편하게 여기는 학생들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글 읽기’가 기본인 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들의 고충이 적지 않다. 특히 지문의 길이가 긴 소설을 제재로 한 단원은 학생들이 지문을 끝까지 읽도록 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김수애 부산 신호중 국어교사가 올해 중1 수업에서 시도한 거꾸로 교실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도 이러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학생들에게도 익숙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 캐릭터를 수업에 접목시킨 김 교사는 “소설 속에서 감정 캐릭터를 찾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설에 몰입하게 된다”면서 “소설을 끝까지 읽는 것뿐 아니라 ‘깊이 있게’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이 수업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수업은 이렇게 진행하세요 
 

[1, 2차시] 소설을 읽으며 등장인물의 감정 찾기 

1차시와 2차시를 블록 타임으로 묶어 ‘소설 읽기’ 활동을 진행한다. 소설 읽기는 개별 활동이면서 모둠 활동이다. 각자 교과서에 실린 소설 ‘보리방구 조수택’을 읽으면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에 등장하는 5개의 감정 캐릭터(△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가 드러난 부분을 찾아보고, 이를 모둠별로 종합해 전지에 정리한다. 모둠활동이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심리 상태에 대해 모둠 내에서 서로 상의하거나 토론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 인사이드 아웃의 내용을 모르거나, 소설 속 인물의 심리를 잘 읽지 못하는 모둠원이 있으면 같은 모둠의 친구가 도와줄 수도 있다. 

5개의 감정이 드러났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정리할 때는 그 부분을 두루뭉술하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부분(인물들의 말과 행동 등)을 지문 그대로 옮겨 적게 한다. 그래야 추후 다른 모둠과 결과물을 맞춰볼 때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3차시] 빙고 게임으로 찾은 내용 맞춰보기 

모둠별로 찾은 내용을 다 함께 맞춰보는 시간이다. △기쁨 △슬픔 △버럭 △소심 △까칠 5개의 캐릭터별로 각 모둠이 찾은 내용을 하나씩 돌아가면서 발표하도록 한다. 자신의 모둠에서 더 이상 발표할 내용이 없을 때까지 모둠별로 계속 차례가 돌아간다. 

찾은 내용을 맞춰보는 과정은 빙고 게임과 유사하다. 한 모둠이 한 가지 내용을 발표할 때마다 1점씩 주고, 그 내용을 동일하게 찾아낸 모둠에게도 모두 1점씩 준다. 만약 다른 모둠에서 발견하지못한 부분을 찾아내 발표한 모둠이 있을 때에는 그 모둠이 발표한 내용이 정말 해당 감정이 드러난 부분이 맞는지 학급 내 토의를 통해 따져보도록 하고, 맞는 내용이라고 판단될 경우 해당 모둠만 1점을 획득하게 된다. 학급 친구들의 동의를 얻지 못할 경우에는 답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빙고 게임을 마친 후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모둠이 이기게 된다. 이 빙고 게임은 자신의 모둠에서 찾지 못한 내용까지 모두가 함께 알아갈 수 있어 더욱 의미 있는 활동이다.

[4차시]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빙고 게임을 통해 각 등장인물의 심리에 대해 파악했다면, 이번에는 자신들이 파악한 내용을 최대한 풍부하게 담아 등장인물을 마치 내 오랜 친구이자 학급 친구인 것처럼 소개해 본다. 

소개할 등장인물은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 정도로 좁힌다. 모둠(4인 1모둠)에서 두 명은 여자 주인공, 두 명은 남자 주인공을 소개하는 글을 써 본다. 소개글을 다 쓰고 나면 먼저 모둠 안에서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 후, 모둠에서 각각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에 대해 발표한 사람을 1명씩 정해 발표하게 한다.

1~3차시를 통해 찾은 각 인물의 심리 상태에 더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한 등장인물의 성격,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 주요 사건 등을 요약해 등장인물을 소개하다 보면 소설의 전체 줄거리를 한 번 더 완벽하게 정리할 수 있다.

※ 추가활동 

만약 차시를 조금 더 확보할 수 있다면, 등장인물의 이름으로 삼행시를 짓게 하는 활동을 1차시 정도 추가로 진행하면 좋다. 삼행시를 지을 때는 그 인물의 특징이나 그 인물이 처한 상황을 삼행시 안에 녹여내야 한다. 삼행시는 줄글로 설명하는 소개글보다 훨씬 압축적으로 등장인물의 특징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인물 파악 능력이나 표현력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 별도의 차시를 확보하기 어렵다면,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글을 작성할 때 아예 이름 삼행시를 포함해 작성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5차시] 나를 돌아보며 주인공에게 편지쓰기 

이 단원의 핵심 성취기준 중 하나가 ‘인간의 성장을 다룬 작품을 읽으며 삶을 성찰하는 태도를 지닌다’이다. 주인공에게 편지를 쓰도록 하는 5차시는 소설을 읽고 이해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의미가 있다. 

주인공에게 쓰는 편지 내용에는 반드시 자신의 경험이 들어가도록 지도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소설 속에서 큰 상처를 받은 일에 대해서 쓰면서 “사실은 나도 친구에게 상처를 받은 일이 있었어”라고 자신의 경험에 대해 털어놓는 것이다. 꼭 상처받은 경험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자신이 상처를 준 경우에 대해서 고백할 수도 있다. 친구 사이의 일이 아니라 가족에 관한 이야기나 본인의 내면에 관한 고백이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학생들이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도록 해당 편지는 수업 중에 따로 공개하지 않고, 교사만 확인한다. 

[6, 7차시] 12컷 이미지로 줄거리 정리하기  


소설 내용을 정리하는 마무리 활동이다. 모둠별로 소설의 전체 분량(페이지)을 모둠원 수만큼 나눠 각자에게 배분한다. 모둠원은 자신이 맡은 분량 내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건 또는 중심 소재가 드러난 부분을 이미지로 표현한다. 신호중은 4명이 한 모둠이었기 때문에 각자 세 장면씩 총 12컷의 이미지를 그려 소설의 줄거리를 요약했다. 완성된 이미지는 입체 모형으로 만들어 교실에 전시하거나 걸어둔다. 

이 활동을 끝으로 수업을 마치면 학생들은 결과적으로 △처음 소설을 읽으며 감정 캐릭터를 찾을 때 △등장인물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편지를 쓸 때 △이미지로 소설을 줄거리를 정리할 때까지 총 3번에 걸쳐 소설의 내용을 정리한 셈이 된다. 

○평가는 이렇게 하세요 

4차시, 5차시 활동에 대해서는 과정중심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수업 전체가 학생들의 활동을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개별 활동이나 모둠 활동에 대한 교사의 개별적 지도와
피드백은 늘 필요하다. 

또한 그와 별개로 학생들이 이 단원이 목표로 하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학습했는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 이런 부분은 교과서에 있는 학습활동을 풀어보게 하고, 교사가 이를 확인해 개별적으로 피드백해주는 것으로 보완한다. 즉, 모든 활동을 끝낸 후 최종적으로 교과서에 있는 학습활동을 풀어보게 함으로써 활동 중심 수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학습 내용의 결손을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피드백을 해 주는 것이다.

[거꾸로 교실 도전하기] 읽기조차 어려웠던 소설, 술술 읽히는 수업으로! 

Q. 이 수업을 어떻게 설계하게 됐나? 

소설 단원 수업을 할 때 가장 어려운 점 중 하나가 학생들이 읽는 것을 너무 힘들어 한다는 점이다. 이번 수업의 제재였던 ‘보리방구 조수택’이란 소설은 교과서에 약 11페이지 분량으로 실려 있던 소설이다. 중1 수준에 맞춰 교과서에 실려 있던 소설인데도 읽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많다. 소설 단원은 일단 소설을 다 읽어야,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다음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그런데 학생들이 읽기 자체를 어려워하니 수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악화된다. 

이 때문에 평소에도 소설 단원 수업을 할 때마다 학생들이 소설을 끝까지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여러 가지 재밌는 미션과 활동들을 생각한다. 그러다가 올해는 학생들에게 친숙한 애니메이션인 ‘인사이드 아웃’을 떠올리게 됐다. 마침 인간의 내면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들여다 본 인사이드 아웃의 내용이 자신의 삶을 성찰해보자는 단원 목표와도 잘 맞아 떨어졌다. 

Q. 이 수업을 위해선 ‘인사이드 아웃’을 꼭 봐야 하나? 

워낙 인기 애니메이션이었던 탓에 영화를 보지 않은 학생들이라도 대부분 인사이드 아웃에 등장하는 감정 캐릭터들에 대해 알고 있다. 그러나 아예 내용을 모르는 학생이라고 해도 수업에 참여하는 데 큰 문제는 없다. 인사이드 아웃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활용해 소설을 이해하는 활동은 모둠 활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둠원끼리 서로 도와주면 되기 때문. 수업 중 활동이 인사이드아웃의 구체적인 줄거리를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다섯 개의 감정 캐릭터만 일부 빌려온 것이기 때문에 또래가 알려주는 선에서만 캐릭터를 이해해도 수업에는 큰 지장이 없다.

Q. 이 수업의 효과는? 

이 수업의 가장 큰 효과는 등장인물의 심리나 성격, 소설의 주요 사건(갈등)등 소설을 읽으면서 꼭 파악해야 하는 기본 요소들을 활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인물의 감정 상태를 찾다가 자연스레 그 인물의 성격에 대해서 추측해 보기도 하고, 인물의 복합적인 감정 상태에 대해 토론을 벌이기도 하는 등 굉장히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소설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사가 일일이 가르쳐줄 때보다 훨씬 다양하고 입체적인 방법으로 소설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평소 교과서에 필기를 빼곡하게 해 두고 문제집도 열심히 풀면서 공부하던 한 학생은 이 수업에 대해 “문제집 풀면서 어렵게 공부하지 않고도 수업만으로 필요한 내용을 모두 알겠다”고 말했다.

Q. 모든 소설 수업에 적용 가능한가? 

소설은 어떤 소설이든 등장인물 사이에 두드러지는 갈등과 그 갈등 과정에서 그려지는 심리 묘사가 기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그러한 핵심 요소들을 파악하는 데 있어 이 수업은 매우 효과가 좋다. 다만, 등장인물이 너무 많으면 학생들이 이를 모두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주동인물과 반동인물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면 좋다. 보통 중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 수준의 소설이라면 대개 가능하다. 

Q. 읽기가 어렵다는 학생들에게 글쓰기(소개하는 글, 편지쓰기)는 더 어렵지 않나?

만약 설명문이나 논설문 같은 딱딱한 글이었다면 조금 더 어려워했겠지만, 편지글 같은 생활 글쓰기다 보니 크게 어려워하진 않았다. 더욱이 소설 속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여러 번에 걸쳐 깊이 있게 이해한 상황에서 글쓰기를 하기 때문에 다른 글쓰기보다 쉽게 쓰는 편이다. 

물론 그럼에도 생각을 글로 풀어내기 어려워하는 일부 학생들에게는 교사가 개인적으로 피드백을 해줄 필요가 있다.

Q. 제언 

5차시 활동에서 학생들이 써 낸 편지를 살펴보다보니, 생각보다 학생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어 놀랐다. 그만큼 학생들이 소설 속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깊이 공감하고 몰입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학생들의 보다 솔직한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편지는 철저히 교사만 볼 수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자신이 담임교사라면 이 편지 내용을 개인 상담에 활용해도 좋을 듯하다. 학생들과 협의가 된 경우라면 담임교사에게 제공해 상담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 김수애 부산 신호중 국어교사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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