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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종합전형, ‘강호동’처럼 재치 있게 ‘박명수’처럼 색깔 있게

김호진 메가스터디 러셀교육평가연구원 학종 전문연구원이 전하는 학종의 노하우 ①
 


입시분야, 특히 ‘학생부 종합전형’을 보는 시선은 대단히 무겁고 엄숙하다. 대중들은 혼돈스러운 입시현실에서 나아갈 방향을 지도받기를 간절히 바란다. 불확실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돈을 내고, 시간을 빼서, 특별한 장소에 가서, 유명인의 강의를 들어보지만 ‘똑’ 부러진 해답을 찾지 못한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인지라, 제대로 된 책이나 스승을 못 찾아서 그렇다고 여기기 쉽다. 이 역시 필요 이상으로 입시를 위엄하게 보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데 발상을 전환해보면, 해결의 문은 이미 내 앞에 오래 전에 있었는지 모른다. 바로 우리가 바보상자라고 부르면서도, 평생을 보고 살았던 TV, 그것도 예능프로그램 속에 해답이 있다면 믿겠는가? 웃고 감동하고 즐기던 예능프로가 해온 중요한 역할을, 학생부종합 전형의 시선으로 쉽게 풀어 보려고 한다.  

○ 첫째, 상황에 순응하지 말고, ‘역전의 포스’를 보이라… ‘1박 2일’

강호동이 메인 MC로 있던 ‘1박 2일 시즌1’에 있었던 유명한 에피소드이다. 예정되었던 목적지인 울릉도로 가는 배가 14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결항이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돌발적인 기상악화 때문에 모든 촬영준비가 백지상태가 된 것이다. 그때 강호동이 뜬금없이 이만기와 통화하더니 씨름대결이 성사되고, 당시 교수로 있던 인제대학교를 찾아가게 된다. 이 과정이 여과 없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더니, 본래 예정된 것보다 더 박진감 넘치는 내용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비록 예능프로일지라도 출연자에게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청자는 그 당황스러움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해결과정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본다. 예상했던 환경이 바뀌어도 포기하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처해나가는 것이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나 일생의 숙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의 안정적인 환경에서는 보통, 환경에 순응하는 사람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요즘처럼 환경이 격변하는 시대에는 상황변화에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상황을 이끌어 나가는 지가 중요해졌다. 결과보다는 ‘문제를 해결해가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해 진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고, 스스로 결과를 만드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그 과정을 통해서 배울 줄 아는, 이른바 개척형 인재가 환영받고 있다. 그렇게 성장한 사람은 비록 결과가 썩 좋지 않더라도, 다른 새로운 상황을 만나면 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입학사정관들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기만 하는 사람은 성장가능성이 낮다는 것을 안다. 반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 그 자체를 극복해낼 줄 아는 사람은 주어진 상황에 바람직하게 적응하고, 또 성장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어떤 생각의 틀을 갖고 있는가가 미재 성장의 판도를 바꾸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캐롤 드웩교수는 ‘성장형 마인드셋(growth mindset)’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해 찾고자 하는 인재가 바로 이런 ‘현실 극복형 인재’다.  

 • 한양대 생활과학부에 합격한 ○○양은 어린 시절 왕따 경험이 있었으나 고등학교에 와서 원만한 교우관계를 위해 요리를 배우고 이후, 한식, 제과, 제빵 국가조리기술자격증을 딴 점이 높이 평가 받아 합격했다.

•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에 합격한 인천의 김○○군은 학창시절의 잇따른 악재(惡材) 속에서도 학업에 전념한 끝에 합격했다. 중학교 때 부모님과 살던 연립주택에 화재가 나 친척집을 전전했고, 곧 대장암 투병 중이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김군은 학원 한 번 가지 않고도 자연계열 1~2등을 유지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과학 저술가’로 성공하는 것이 김군의 목표였다. 

※‘역경’이 꼭 불우한 환경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학습과목의 난제, 동아리활동에서의 난관, 수업의 난해함, 개인적인 고뇌 등을 두루 의미한다.   

○ 둘째, ‘캐릭터 포스’는 세다. 나만의 디테일을 찾으라… ‘무한도전’ 

‘캐릭터’는 인물의 성격을 뜻하지만, 예능에서 캐릭터란 ‘누구’ 하면 떠오르는 특정 인상이나 이미지를 말한다. 그렇다면 수험생도 자기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 유용할까? 오히려 캐릭터가 고정관념을 만들어 오해를 받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험생들이여, 캐릭터를 만들어라’이다. 이유는 인간의 뇌시스템 때문이다. 1450그램밖에 안되는 인간의 뇌는 개인이 만들어내는 총 에너지의 20%나 사용하는 연비(?)가 썩 좋지 않은 기관이다. 그러므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복잡한 판단을 꺼리고, 단순하게 대분류하는 방식으로 사람을 인식하기를 선호하도록 발달했다. 그래서 캐릭터가 잘 파악되지 않는 사람은 무미건조하게 인식하며, 반면에 캐릭터가 분명할수록 편안한 심리상태를 느낀다고 한다. 예능 출연진들에게 시청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이유는 캐릭터가 명확하여 언제 어디서든 ‘쟤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한 번에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개그맨 박명수는 무한도전을 하면서 별명만 3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캐릭터가 많았다. ‘거성, 2인자, 찮은이 형’ 등 비록 단발로 끝난 것도 많았지만, 어떤 것은 생명력을 얻어 그의 인기를 높여주었다. 강력한 개인기도 없고, 순발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 그가 뜬 이유는 독특한 캐릭터 때문일 것이다. 정준하는 무엇이든 ‘야무지게’ 먹는다는 이유로 ‘식신’이라는 캐릭터가 생겼고, 급기야 1인 소속사를 세우며, 그 이름을 ‘야무진’으로 지었다. 이러한 캐릭터 전쟁은 예능 세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치부하지 말라. 입시에 성공하려면 자신의 인상을 입학 담당자에게 분명하게 남기기 위해 애써야 하며, 학교생활 중에 계속적으로 자신을 캐릭터를 만들고 다듬어 가는 것이 좋다.  

그러면 캐릭터를 어떻게 만들까? 정답은 ‘나를 사랑하고 내 안의 디테일을 찾아가는 것’이다. 무한도전의 하하는 두 팔로 자신을 감싸 안고 팔에 뽀뽀를 하면서 ‘나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특유의 제스처를 하곤 한다. 그 동작만으로 그는 웃음과 즐거움을 대중에게 선사한다. 내가 ‘나’라는 집을 쓸고 닦고 가꾸면 사람들은 관심을 갖는다. 통상 사람들은 폐가는 경계하며 얼른 지나치지만, 잘 가꿔진 집을 보면 관심과 호기심의 눈길을 보낸다. 그러므로 나부터 나를 사랑하자. 자신을 열심히 쓸고, 닦고, 가꿔 보자. 그러다보면 디테일이 생기고,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뚜렷한 캐릭터를 만든다.  

세상은 고만고만한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고 비관적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간 각자마다 고유한 디테일이 존재한다. 달팽이와 조개는 최소 5만종이나 있다고 한다. 하물며 그보다 고차원적인 인간의 다양성이야 더 말할 것이 없다. 사람은 성장하며 동일성을 추구하는 안정성과, 개성을 추구하는 특이성의 욕구사이에서 끊임없이 진자운동을 한다. 그러다 점점 ‘나만의 나’가 만들어지는데 이것이 디테일이라는 작은 차이가 된다. 집안의 가구위치나 커튼 하나 바꾼 것으로 분위기는 확 달라지는 것처럼, 인간도 전체 플롯을 바꿀 수는 없지만, 작은 디테일이 살아 있으면 그 사람의 삶은 새로운 이야기가 된다. 지금부터라도 당장 캐릭터 만들기 작업에 착수하라.
 
• 이화여대 분자생명과학부: 일산의 정○○양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새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열정으로 조류탐사활동을 꾸준히 한 점을 인정받아 최종 합격했다. 정 양은 국내에 서식하는 거의 모든 조류의 특징을 파악하고 있다. 해외 서식 조류를 포함해 300여종이 넘는 조류를 울음소리나 깃털모양만으로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새에 관한 한 남다른 재능을 가졌지만, 성적은 중하위권으로 좋지 않았다. “고3 때도 매 주말마다 새를 관찰하러 다녔어요. 수능을 100일 앞두고서는 사실 많이 불안했죠. 성적도 나쁜데 과연 내가 제대로 대학은 갈 수 있을까라고 말이죠. 그러나 그 때마저도 새를 탐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어쩔 수 없이 새를 보러 나갔어요. 아마 이런 열정 때문에 합격한 것 같습니다”(정 양). 정 양은 앞으로 조류생태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 성신여대 IT학부: 서울의 신○○양은 내신 6등급에 가까운 성적으로도 합격했다. 신양은 중3 때부터 컴퓨터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컴퓨터 공부를 해왔고, 컴퓨터그래픽 전국 대회에서 은상·동상을 각각 두 차례씩 수상하기도 했다. 성신여대측은 “성적은 다소 낮지만 꿈을 이루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왔으며, 앞으로 훌륭한 컴퓨터그래픽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선발 이유를 밝혔다. 

○ 셋째, ‘성적 포스’로 추격전의 최종 승자가 되라… ‘런닝맨’ 

누군가 열심히 뛰고 달리는 것을 보는 것은 즐겁다. 꼭 운동경기가 아니어도 역동적으로 몸을 쓰는 버라이어티쇼는 말만 오가는 토크쇼보다 집중도가 높다. 몸을 쓰는 활동을 볼 때 느끼는 상쾌함과 카타르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런닝맨’은 추격전과 서스펜스를 기본 포맷으로 하여 인기가 높다. 출연자들이 쉬지 않고 쫓고 쫓기는 놀이를 한다. 물고 물리는 복잡한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먹잇감을 낚아채는 포식자의 쾌감을 보는 시청자는 너무 흥미롭다. 런닝맨의 먹이사슬의 맨 위에는 능력자 김종국이 있고, 말단에는 지석진과 이광수가 있지만, 늘 김종국만 이기는 것이 아니다.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서 승자는 언제나 바뀐다. 이것이 런닝맨의 묘미이다. 

그럼에도 런닝맨을 잘하려면 운동력(力)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입시현실에서는 공부력(力)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운동력과 공부력은 다른 의미지만, 본질적으로는 닮았다. 바로 사전에 준비된 토대가 바탕이 되어, 종국에는 승리한다는 것이다. 몸 근육은 꾸준한 단련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꾸준한 운동은 심폐기능이나 근력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까지 생기는 등 몸에 대한 조절감각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꾸준한 운동은 지구력을 만들어, 더 많이 가야할 때 다리가 떨리거나 힘이 빠지는 일이 없어진다. 평소에 정확히 반응하도록 준비된 몸이라면 몸의 속삭임에 그대로 의지해도 된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공부도 비슷하다. ‘들은 것은 잊어버린다. 본 것은 기억된다. 해 본 것은 내 것이 된다’라는 말처럼 공부를 평소에 꾸준히 실행해야 공부력이 상승한다. 비록 더딘 경우도 있지만, 공부는 하면 할수록 자기 확신감이 확장되어 힘든 경쟁 환경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몸에 근육이 있듯이 뇌에도 근육이 있어서 단련하면 할수록 강해지고 튼튼해진다. 공부력이 출중한 학생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지만, 일단 만들어지면 쉽사리 흔들리거나 무너지지 않는다. 학생부 종합 전형이 찾는 인재는, 아카데미아(대학)를 향한 레이스에서 선두를 유지하거나 또는 1등으로 치고 나갈 잠재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고교 3년 레이스의 기록이 중요하다. 점수는 역시 객관적이고 정직하기 때문이다. 
 
• 포스텍에 합격한 경기도의 박○○군은 1학년 1학기 내신 성적이 상위 45.6%였다. 수학·과학 관련 외부 입상 경력도 없다. 그러나 박군은 꾸준히 노력해 3학년 1학기에 성적을 상위 4.7%까지 끌어올렸다. 포스텍측은 “사교육 없이 본인의 힘으로 성적을 끌어올린 점과 학업에 대한 의지를 봤을 때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경희대 정치외교학과에 네오르네상스전형으로 합격한 ○○○학생은 인터넷을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소리 내어 스스로에게 설명해 주는 방식으로 공부했으며 그 결과 내신 성적이 1학년 2.5등급에서 3학년 1.3등급으로 꾸준히 향상되었다. 이 학생은 사회교과 성적이 특히 우수하고 정치과목은 전교 1등을 하여 교과학력우수상을 받은 바 있다. 학급반장으로서 교내 환경캠페인이나 체육대회, 과학 골든벨 등 학교생활에 충실히 임하였다. 

※성적상승의 추이는 물론 중요하다. 전략적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3학년 성적이다. 대부분 대학에서 학생선발시 3학년 성적 반영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연세대의 3학년 성적반영비율은 무려 40%). 3학년 성적은 수시전형의 성적산출기간에 맞추기 위해, 1학기 성적만 반영한다. 이럴 경우 1, 2학년 성적이 부진할 지라도, 3학년 1학기에서 급격한 성적 향상을 이루면 3년 합산한 평균등급이 크게 상승하게 된다. 입시전략을 세우기에 여러모로 유리해진다.   

이상으로 ‘학생부 종합전형’이 찾는 인재상을 예능의 힘을 빌어 도출해 보았다. 글의 순서대로 엄숙하게 정리하면, ‘역경 극복, 적성 탐색, 학교 충실’로 압축할 수 있겠다. 최근 합격사례를 보건대 ‘세 가지 포스’를 다 갖춘 학생들의 다수가 극상위권 대학에 합격했다. 두 가지 요소가 충실할 경우에도 상위권 대학에 진학했다. 하나의 포스를 달성한 학생들이 '인(In)서울권'으로 진입한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현행 입시는 과거처럼 점수로 줄 세우기가 아니니, 뒤늦게 철들어서 출발이 늦었다 할지라도 자신의 고유의 포스를 일깨우면 대입 성공이 가능하다는 점을 깨우치기를 바란다. ‘May the force of variety be with you(다양성의 힘이 당신과 함께 하기를)’.

▶ 김호진 메가스터디 러셀교육평가연구원  

▶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