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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하위 학생들에게 역전 기회 빼앗지 말라

수포자, 영포자 없애려면 적성전형 살려야



적성고사전형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8월에 있을 2022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각 전형에 대한 찬반 여론이 뜨겁게 부딪치고 있지만, 적성고사전형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교육부는 지난 7월 13일 개최한 제6차 대입정책포럼에서 2022학년까지 적성고사를 완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적성고사전형은 중위권 이하 학생들에게 수도권 대학 진학의 유일한 기회로 인식되고 있기에, 교육부가 낮은 성적대 학생들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상 높은 성적대 학생들의 상위권 대학 진학 기회가 되고 있는 수능은 확대하려 하면서, 낮은 성적대 학생들에게 수도권 대학 진학 기회를 주는 적성고사전형은 폐지하려 하기 때문이다.

앞서 교육부는 4월 국가교육회의에 전달한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국가교육회의 이송안’에도 2022학년도 대입부터 적성고사 시행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국가교육회의는 적성고사 폐지 등을 결정하는 데는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며, 교육부가 이를 결정하도록 반려한 바 있다.

수능은 상위권 학생들의 역전 기회…중·하위권은 어떡하나 

대학입시는 수시전형과 정시전형으로 나뉜다. 수시전형에는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적성고사전형, 실기전형 등이 있고, 정시는 수능정형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대입전형이 이토록 다종다양해진 것은 학생들에게 여러 기회를 제공하고 대학에도 다양한 선발 기준을 택해 대학이 추구하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게 하려는 데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전형이 갈수록 복잡해지면서 대입전형 단순화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했고, 그 타깃으로 적성고사전형 폐지가 도마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대입전형 종류를 무조건적으로 줄이자고 하기는 어렵다.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논술전형, 적성고사전형, 정시 수능정형 모두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학생부 위주 전형은 공교육 정상화와 내실화를 위해 필요하고, 논술전형은 사고력, 논리력, 창의력이 뛰어난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활용된다. 적성고사전형은 수도권 대학들을 중심으로 전형을 실시하는 특성 상 중위권 이하 학생들에게 수도권 대학 진학의 기회가 돼 주고 있다.

또한 정시 수능전형은 고교생활과 학업을 성실히 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역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일컬어진다.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보면 정시 수능전형은 오직 수능만을 바라보고 공부한 상위권 성적대 학생이나 N수생들의 명문대 진학 발판으로 활용되는 것이지, 중하위권 성적대 학생들에게는 해당되는 바가 크지 않다. 오히려 증위권 이하 성적대 학생들 중에는 적성고사전형을 준비해 수도권 대학 진학을 노리는 이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지난 6월 가천대 적성고사설명회에 참석한 고3 학생은 “3학년 10개 반 300명 학생 중에 최소한 30~40명 이상이 적성고사전형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하고 “우리 반에도 저를 포함해 적어도 4명은 더 된다”라며 고교 현장의 실상을 전하기도 했다.

중·하위권의 역전 기회 ‘적성고사’ 살려야

적성고사전형은 내신성적과 적성고사성적을 합산해 선발하는 방식으로 학생부교과전형에 속해 있지만, 사실상 적성고사 성적이 당락을 좌우한다. 학생부 반영비율이 60% 정도인 데 비해 실질반영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적성고사 시험 과목인 국어, 수학, 영어 모두 고교 교육과정 안에서 출제하고 출제 경향도 수능과 유사해, 수능과 병행이 가능한 대학별고사다.

특히 고교 1, 2학년 때 성실히 학업에 임하지 않았다가 고3 때 비로소 정신을 차린 학생이나, 학생부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학종 지원이 어려운 학생 같은 경우, 십중팔구는 수능전형이 아닌 적성고사전형을 준비한다. 

수능 준비를 해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능 난도의 70~80% 수준으로 객관식 문제가 출제돼 열심히 준비하면 비교적 쉽게 높은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적성고사전형으로 수도권 대학 진학을 노리는 것이다.

따라서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고3 학생들에게 패자부활전이 돼 주는 전형은 수능전형이 아닌 적성고사전형이라고 봐야 한다.

강원고의 박정환 교사 역시 교육부의 지난 6차 포럼에서 적성전형의 필요성을 강력히 주장했다. 박 교사는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논술전형으로 수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없는 학생들에게 적성고사 전형은 매우 필요한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논술전형은 서술형 답안을 써내야 해 중위권 학생들이 준비하기 쉽지 않고 고교현장에서도 지도하기가 어려워 사교육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지만, 적성고사 전형은 수능형으로 출제돼 별도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고, 사교육에 의존할 가능성도 낮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시 수능전형 확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수없이 많지만, 수시 적성고사전형 존속을 주장하는 세력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여기에도 냉정한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것이다. 1~2등급 14% 학생들을 위한 수능전형 확대 문제에는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지만, 3~6등급 66% 학생들을 위한 적성고사전형을 정부가 페지하겠다고 예고하는데도 여론은 잠잠하기만 하다.
 
적성고사 준비로 수포자, 영포자 사라진다 

대입에서 적성고사전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중·하위권 학생들이 수포자나 영포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내신은 뒤처져 따라잡기 힘들고, 수능 학습은 어려워 공부에서 손을 놓는 학생들을 붙잡아주는 역할을 적성고사전형이 하는 셈이다. 대학 역시 늦게 시작했더라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성실히 공부한 학생을 원한다. 이런 학생이 적성고사전형에 합격한다.

수능 문제를 보다가 적성 문제를 보면 학생들은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을 한다. 쉽기 때문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 교과서 공부보다 쉬우니 학생들이 부다 없이 도전할 수 있다. 게다가 한두 문제만 더 맞히면 내신 1등급 차는 거뜬히 따라잡도록 설계돼 있어, 내신 부담도 거의 없다. 적성고사전형은 이처럼 공부를 포기하려는 학생들을 붙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2019학년도 대입에서는 가천대, 수원대, 고려대(세종), 평택대 등을 비롯한 총 12개 대학이 적성고사를 통해 4600여 명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현재는 적성고사 폐지를 밀어붙이는 교육부 정책으로 인해 적성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이 많지 않지만, 교육부가 적성을 살린다는 입장을 밝히게 되면 적성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은 자연히 늘어날 것이다. 그러면 학교에는 늦었다며 공부를 포기하는 학생들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역전에 도전해 보겠다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지금처럼 수포자, 영포자, 국포자가 늘어나는 한 공교육 정상화와 활성화는 더딜 수밖에 없다. 대입전형 종류가 많아 학생과 학부모가 불편을 겪는다며 적성전형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대입전형이 복잡해서 문제라면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 등의 대학별 전형 명칭이 모두 다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훨씬 실효성 있는 방안이다.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공교육을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려면 적성고사전형을 없애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상위권 학생들의 성적 순번을 가리기 위해 어려운 수능 시험을 내고, 이로 인해 중위권 이하 학생들이 미리부터 공부를 포기해 버리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적성전형은 필요하다. 수포자, 영포자가 반 이상인 중위권 학생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도 적성고사전형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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