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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고전하지 않는 법] 가사, 길이에 쫄지 마라

이투스 방동진 국어 강사에게 듣는 고전시가 해석 전략 ④ 가사



《“‘국포자’를 아시나요”  

국포자. 국어를 포기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런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최근 국어는 까다로운 영역으로 급부상했다. 뭇사람들은 “한국인이 국어를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아냥거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헉’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긴 지문, 까다로운 융·복합지문을 극히 제한된 시간 안에 읽고 문제까지 풀어내야하는 수험생에겐 국어도 국어가 아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국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영어 절대평가에 따라 이전보다 정시 수능 국어 반영비율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어영역 포기는커녕 단 한 문제만 포기해도 대입에 직격타를 맞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할까. 답은 ‘고전시가’에 있다.  

고전시가는 문법, 또는 융·복합지문만큼이나 수험생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영역이다. 수험생들은 고전시가가 ‘외계어’라며 기피한다. 그런데 원리만 제대로 파악하면 하나도 어렵지 않다는 사실. 더욱이 많은 수험생들이 덮어놓고 포기하는 고전시가를 나는 꽉 잡는다면 국어 성적도 확 높아질 것이다. 국어 절대 강자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이투스 방동진 국어 강사의 도움을 받아 ‘고전을 고전하지 않는 법’을 알아본다. 이번 기사에서는 ‘가사’에 대해 분석한다.》

○ 운문과 산문의 중간 형태를 지닌 ‘가사’  

가사는 운문과 산문의 중간 형태를 띠고 있는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가 문학에서 산문 문학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장르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가사는 흔히 3・4조 혹은 4・4조의 4음보의 연속체라는 ‘정형성에 의한 운율’이 느껴지기 때문에 운문 문학으로 분류된다. 이처럼 가사는 시조(고전시가를 고전하지 않는 법 ③시조 참조)와 유사한 형식을 띠고 있는데, 3장 6구의 형태인 시조보다는 훨씬 길고, 강호 한정과 자연 예찬, 유교적 이념, 기행 및 교훈적 내용 등 그 내용 또한 더 다양하다. 

조선 전기에는 주로 사대부 계층을 중심으로 창작되었다. 따라서 양반들의 유교적 이념과 안빈낙도, 자연에 대한 애정 등이 주된 내용을 이룬다. 한편 조선 후기 이르러서는 평민층과 부녀자 계층으로까지 작가층이 확대되었다. 이들은 일상적인 체험과 감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가사의 형식도 장편화, 산문화 되는 등 형식이 느슨해지게 되었다. 

○ 가사를 해석하는 구조적 접근법 

가사는 운문이지만, 산문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산문을 읽듯이 내용을 파악해야 그 구조를 해석해낼 수 있다. 현대의 수필이나 편지글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쉽다.  

따라서 가사는 주어진 작품의 제목을 통해 먼저 어떤 내용인지 간단하게 예측한 후에, 그 내용에 따라 짜여진 ‘서사-본사-결사’의 흐름에 따라 해석해주면 된다.  

① 서사 

가사의 첫 부분으로, 서사에는 주로 화자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주제에 따라 개인적인 처지가 될 수도 있고, 나라의 정세나 계절 등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계절이나 주변 환경에 대해서 계속해서 제시되는 경우, ‘가사의 첫 부분에 해당하는 구나’라고 생각하고 화자가 어떠한 시・공간 속에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를 중심으로 해석하면 된다. 
 
② 본사 

본사에서는 본격적으로 주요 사연들이 구구절절 나오기 시작한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하고, 나라 걱정을 하기도 하고, 기행의 전문을 소개하기도 한다. 상황 속에서 화자가 어떤 심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해석하면 된다. 이때, 화자의 상황을 심화시키는 다양한 시어들이 제시되기 때문에 해당 시어의 의미 또한 앞뒤 문맥에 따라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 

③ 결사 

가사의 마지막 부분으로, 결사에는 앞의 내용을 마무리하면서 낙구(마지막 행)에 주제를 담아 마무리한다. 이 부분만 보더라도 가사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찾아낼 수 있다. 화자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독백이나 대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혹은 시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면, 이러한 주제를 담아내게 된 앞선 화자의 상황이나 심정과 연결시켜보는 것도 해석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때 분명하게 기억할 것은 ‘서사-본사-결사’의 짜임에 따라 접근하는 것은 가사를 해석함에 있어서 어떤 내용이 다뤄지고 있는지를 알고, 쉽게 파악하기 위해서일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가사를 접했을 때 해당 부분이 서사인지 본사인지를 판단하는 것 자체에 집착하면 안 된다.​ 

◆ 해석 POINT

가사는 다른 장르에 비해 내용이 다양하고 지문이 길기 때문에 조금 더 정확한 해석을 할 필요가 있다. 이때, 어려운 고어가 연이어 나온다고 당황하지 말고 아래의 5가지만 기억하자.

첫째, 생소하고 낯선 한자어는 버려라. 생소한 한자어는 대부분 관직명, 인명, 지명일 경우가 많다. 따라서 뜻을 해석하려 하지 말고, 하나의 단어 자체로 묶어버린 후 넘어가면 된다.

둘째, 수능 국어는 한자 시험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답은 절대 한자 뜻으로 결정되지 않고, 문맥적 의미로만 정답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셋째, 아는 글자만 읽고 문맥(상황, 앞뒤 수식어 및 서술어)을 통해 파악하라. 예를 들어 ‘탐화봉접(探花蜂蝶)이 그물에 걸렸으랴’를 보고서는 ‘화(化)’가 꽃이라는 사실만 읽어냈다면, ‘아, 꽃이 그물에 걸린 것일까?’ 정도로 파악하면 된다.

넷째, 필수 어휘를 암기하고, 필수 고전시가 해석 연습을 철저히 한다. 결국 어느 정도의 필수 고전 어휘는 암기는 필요하다. ‘혜다’ = ‘생각하다’ 와 같이 가사에 자주 등장하는 어휘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외워둘 필요가 있다.

다섯째, 정말 어려운 고전시가는 무조건 문맥을 통해 시어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는 그대로 해석하려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억하자. 가사에 등장하는 글자도 결국은 한글이다. 최대한 읽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이 최선의 해석 방법이다. 

○ 수능에 출제된 가사 

수능에서 연시조 다음으로 자주 출제되는 고전시가 갈래이다. 내용이 다양하고 길이가 길기 때문에 문제화할 수 있는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앞서 말했듯이 가사는 길이가 길기 때문에 전문이 전부 수능에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가사의 일부분을 떼어 지문으로 구성하는데, 대체로 그 부분만으로도 화자의 상황을 알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전문이 모두 문제화되지는 않기 때문에 면앙정가나 상춘곡과 같이 한 번 출제된 작품이라도 반복되어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은 02학년도와 11학년도 수능에 출제된 정극인의 ‘상춘곡’이다. 



▣ 감상의 핵심  

‘상춘곡’은 최초의 가사로, 봄날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화자의 정취를 통해 안빈낙도의 사상을 맘껏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봄 경치를 맘껏 즐기며 물아일체의 흥을 4음보의 율격에 맞춰 노래하고 있다. 화자는 안빈낙도의 삶을 살면서 세속적인 사람들을 ‘홍진에 무친 분네’, 자신을 ‘풍월주인’이라고 칭한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자부심으로,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여 결사에 ‘공명’과 ‘부귀’를 모두 꺼린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것이다.

그럼 이제 상춘곡의 내용을 서사-본사1-본사2-결사의 4단락으로 나누어 지금까지 배운 가사에 대한 원리와 해석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적용해 보자.  

(1) 서사  

 
서사에서는 자연에 묻혀 사는 화자의 처지를 밝히면서 현실세계인 ‘홍진’과 대립되는 공간으로 ‘수간모옥’을 설정하고 있다. 풍류생활을 즐기는 옛사람에 대한 동경을 말하면 화자 자신을 풍월주인으로 그리고 있다.

(2) 본사1  

 
본사의 앞부분에 해당하는 위 단락에서 화자는 자연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 ‘꽃’과 ‘가랑비에 젖어 있는 푸른 버들’을 감상하며 대자연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감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풀에서 우리는 새’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물아일치의 흥을 만끽하고 있다. 이러한 감흥은 자연과의 친밀감으로 이어지게 된다.

(3) 본사2  


본사의 뒷부분에 해당하는 위 단락에서는 앞에서 생긴 흥이 술과 풍류와 어우러지면서 절정을 이룬다. ‘이바 니웃드라 山水(산수) 구경 가쟈스라’고 청유형을 써서 이웃들에게 흥을 함께 누릴 것을 권유하지만 실제로 동행하는 사람은 시종하는 소동 아뿐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청류→도화→무릉으로 이어지는 시상의 전개는 자연과의 물아일체의 흥이 절정에 다다르면서 작가 자신이 신선이 된 듯한 착각을 느끼고 ‘구름 소긔 안자’서 ‘천촌만락’을 내려다보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4) 결사 

 
위 단락은 가사의 마지막 부분인 결사로, 부귀공명이 날 꺼리므로 청풍명월 외에는 어떤 벗도 없다는 표현을 하고 있다. 이는 언뜻 보기에 자연 속에서의 외로움을 말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사실을 부귀공명이 화자를 꺼리는 것이 아니라 화자 자신이 거기에 뜻이 없어서 집하지 않고 남은 생을 단표누항을 누리며 살겠다는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

앞서 해석한 내용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서사 : 삶의 공간 - 산림에 묻혀 사는 삶 
 (2) 본사1 : 제한된 공간에서의 자연 친화 - 물아일체의 삶, 고독한 한중진미
 (3) 본사2 : 확장된 공간에서의 자연 친화 - 자연 친화의 공간 확장, 술을 마시며 즐기는 풍류, 무릉도원을 지향하는 길, 초극한 상승의 경지 
(4) 결사 : 삶의 자세 -자연귀의와 안빈낙도 

이처럼 서사에서는화자의 상황에 대해, 본사에서는 화자의 사연에 대해, 결사에서는 화자가 결국 가사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 즉 작품의 주제에 대해 나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문제로 작품의 핵심 파악하기   

□ 문제 

① 화자는 탈속적 공간에서 속세적 가치를 비판하고 있다.  ( O , X )  
② 대비되는 공간을 통해 자연에서 느끼는 만족감을 강조하고 있다.  ( O , X )
③ 화자는 자연에 묻혀 살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처지를 비관하고 있다.  ( O , X )
④ 구체적 청자에게 말을 건네는 어투로 시적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 O , X ) 
⑤ 친숙한 소재를 사용하여 독자와의 친근감을 조성하고 있다.  ( O , X ) 
⑥ 주객 전도식 표현을 통해 시상을 전환하고 있다.  ( O , X ) 

□ 해설   

① ( O ) ‘공명과 부귀를 꺼리는 모습’과 마지막 부분에 ‘헛된 생각을 안 한다’는 부분에서 탈속적 공간인 자연에서 속세를 비판하는 화자의 모습이 보인다. 
② ( O ) 앞부분에 ‘홍진’과 ‘산림’은 대비되는 공간이며, 이는 화자의 만족감 및 자부심과 관련이 있다.
③ ( X ) 화자의 안타까운 처지는 나타나지 않는다. 화자는 자연에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④ ( O ) ‘홍진에 묻힌 분네’에 청자가 드러나며 이는 만족감과 연관이 된다. 
⑤ ( O ) 친근한 소재의 사용은 무조건 맞는 선지이다.  
⑥ ( X ) ‘공명도 날 꺼리고 부귀도 날 꺼리니’에 주객전도식 표현이 나타나지만 시상의 전환은 없다. 

○ 현대어 풀이 

[서사] 
속세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 이 나의 생활하는 모습이 어떠한가?  
옛 사람의 운치 있는 생활을 내가 따를까, 못 따를까?  
천지간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서 / 나와 같은 사람이 많건마는,     
어찌하여 그들은 나처럼 산림에 묻혀 사는 / 자연의 지극한 즐거움을 모른단 말인가? 
초가삼간을 맑은 시냇가 앞에 지어 놓고,  
송죽이 울창한 속에 / 풍월주인이 되어 있도다.                          

[본사1]엊그제 겨울 지나 재 봄이 돌아오니, / 복사꽃 살구꽃이 석양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 꽃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조물주가 칼로 재단해 내었는가? 붓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기한 재주가 사물마다 야단스럽다.  
숲 속에 우는 새는 봄 기운을 끝내 이기지 못하여 / 소리마다 아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물아일체어니, 흥이야 다르겠는가?  
사립문 주변을 걸어 보기도 하고, 정자에도 앉아 보며, / 이리저리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산 속의 하루가 적적한데, / 한가로움 속의 참다운 즐거움을 아는 이 없이 나 혼자로구나. 

[본사2]여보게 이웃 사람들아, 산수 구경 가자꾸나.  
산책은 오늘 하고, / 냇가에서 목욕하는 일은 내일 하세.  
아침에는 산에서 나물을 캐고, 저녁에는 고기를 낚세. 
이제 막 익은 술을 두건으로 걸러 놓고, / 꽃나무 가지 꺾어, / 잔 수를 세면서 술을 먹으리라. 
화창한 봄바람이 문득 불어 푸른 들을 건너오니,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득하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술독이 비었으면 나에게 알려라. / 아이에게 술집에 술이 있는지 물어 술을 사다가, 
어른은 지팡이 짚고, 아이는 술동이를 메고, / 나직이 흥얼거리면서 시냇가에 혼자 앉아, 
고운 모래 바닥을 흐르는 맑은 물에 잔을 씻어 들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 떠오는 것이 복숭아꽃이로구나.  
무릉도원이 가까운 듯하다. / 아마 저 들이 무릉도원인가? 소나무 숲 사이의 좁은 길에, / 진달래꽃을 붙들고, / 산봉우리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으니,  
수많은 촌락은 여기저기 벌여 있고 / 안개와 놀과 빛나는 햇빛은 / 비단을 펼친 듯 아름답구나. 
엊그제 거뭇거뭇한 들에 봄빛이 넘쳐 흐르는구나.  

[결사] 
부귀공명이 날 꺼리니(내가 부귀공명을 싫어하니) / 아름다운 자연 외에 어떤 벗이 있으리오. 
누추한 곳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여도 / 잡념은 아니하네.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면 족하지 아니한가? 
 
▶ 이투스 국어 강사 방동진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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