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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보고 떠올리는 수학 공부법?

신도열 에이텐수학학원 강사가 말하는 고등학교 수학공부를 시작하는 학생을 위한 조언


최근 우연히 백종원씨가 출연하는 TV프로그램을 보고 꽤 놀란 적이 있다. 음식의 냄새만 맡고도 어떤 재료를 사용했는지 금세 알아맞히고, 맛을 보면 조리순서나 방법도 정확하게 유추해낸다. 게다가 어떤 재료를 추가하거나 조리법을 살짝 바꿔서 전혀 새로운 음식을 탄생시킨다. 그 과정이 그렇게 신기할 수 없다. 

하지만 난 어쩔 수 없는 수학선생인 것 같다. 그 과정을 보고 ‘수학도 저런 건데...’ 라는 생각을 했다. 수능에 나오는 쉬운 4점은 창의력을 요하는 문제가 많다. 그리고 수능에서 출제되는 최고난도의 문제들은 창의력과 응용력에 수학적 직관력도 있어야 해결가능한 문제가 자주 출제된다. 창의력이나 응용력은 어렸을 때부터 단계적으로 교육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하지만 늦게 수학공부를 시작한 학생들에게 그 단계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생각해서 중간 과정을 생략하고 그냥 창의력을 요하거나, 최고난도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이건 마치 요리 재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반인에게 이미 조리가 다 되어있는 요리를 맛보고 어떤 조미료를 어떤 조리법으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빠져있는 어떤 재료를 추가해야 더 훌륭한 요리가 되는지 맞춰보라는 것과 같다.  

늦게 시작한 수학공부라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있다. 그 과정에 초점을 맞춰 이제 고등학교 수학공부를 시작한 학생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하고자한다.  

첫 번째. 우선 각각의 재료들의 역할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재료들과 함께 쓰이면 맛이 어떻게 바뀌는지부터 연구해야 한다. 그렇게 재료 하나하나의 완벽한 이해가 머릿속에 담겨있어야 어떤 음식을 만나도 그 미세한 향기에, 맛에 반응하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이 자유자재로 연결될 때 새로운 요리에 대한 상상력도 생기게 된다. 요리에서의 각각의 재료가 수학에서는 기본원리와 공식들일 것이다. 그러니 기본원리와 공식들은 반드시 머릿속에 암기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머릿속에 각각의 공식들이 정확히 숙지되어 있어야 창의력문제와 최고난도 문제에서 그 향기를 느끼게 되고, 빠져있는 재료를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자신만의 수학적 직관력도 발휘된다. 

두 번째. 이해에서 멈추지 마라. 수학에도 반드시 암기해야 할 부분이 있다. 여기서 공부양이 부족한 학생들은 대부분 이런 질문을 던진다. 수학은 암기과목이 아니라 이해과목 아닌가요? 명확하게 말 하건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일반 암기과목에서 말하는 암기와 수학선생님이 요구하는 암기는 다르다. 수학은 암기하면 안된다는 뜻은 결과만 암기하거나 풀이과정을 통째로 암기하지 말라는 뜻이다. 공식유도의 각과정과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암기하라는 뜻이다. 공식을 거의 그대로 적용하는 문제는 대부분 배점이 2점과 3점짜리 문제다. 하지만 4점부터는 공식의 변형이 가능해야 한다. 공식을 변형하려면 유도과정의 각 부분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야 문제가 요구하는 부분에 맞춰 공식 유도과정의 일부분을 수정해서 새로운 공식을 만들어 활용할 수 있다. 

세 번째. “이해를 하고 암기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해가 안가면 어떻게 합니까?” 이 부분은 외국어 공부를 생각하면 적당한 예가 될 듯 싶다. 실제로 외국어 회화를 공부할 때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에 하나가 대표적인 표현들 2~300여 가지를 그냥 통째로 외우는 방법이다. 그렇게 이해보다 암기가 우선되어도 괜찮다. 사실 이해가 안 간다는 건 공식 유도과정 중간에 꼭 필요한 개념이 학생에게 학습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늦게 공부를 시작한 학생은 그 부분에 필요한 개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이해가 안 간다고 그냥 넘어가지 말고 일단 그 부분을 그냥 통째로 외워둬야 한다. 그렇게 이해가 안가도 일단 외워서 적용하고 활용하다보면 어느 순간 필요한 개념을 만났을 때, 지금까지 풀어왔던 문제들이 떠오르면서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아 들어가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공부를 상당히 늦게 시작했던 필자도 그런 순간들을 자주 접하면서 수학공부에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마지막 네 번째. 수학은 암기하는 방법도 일반 암기과목과는 다르다.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선수가 공중에서 3회전을 도는 방법은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내 몸에 익히기 위해서는 수년간 몇 천번을 뛰어야 그 하나의 기술을 내 몸에 적응시킬 수 있다. 수학공식의 암기방법도 이와 비슷하다. 문제에 계속 적용해봐야 한다. 그렇게 자꾸 적용하다보면 공식의 변형들이 보이고, 적용되는 영역도 확장된다. 그리고 나아가서 다른 개념들과 결합되기 시작한다. 이렇듯 개념을 그냥 이해했다고 말하는 학생들과 많은 문제를 풀어서 개념을 문제와 연결시킨 학생들은 문제를 푸는 속도와 응용력에서 차이가 생긴다.  

암기의 다른 이유도 있다. 수학공부를 해야 하는 멋진 이유는 정말 수없이 많지만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시험을 봐야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수학시험은 제한된 시간 내에 대부분의 문제를 실수 없이 풀어내야 성적이 나온다. 그래서 수험생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문제를 외울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를 외우라는 말이 아니라 출제유형과 출제의도에 익숙해지라는 뜻이다.  

이런 방법으로 공부한 학생은 나중엔 시험 문제를 보는 순간 80%정도의 문제는 머릿속에서 풀이법이 본능적으로 떠오른다. 순간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단순한 암기도 아니다. 많이 풀어서 이미 머릿속에 체계화되어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들이 한꺼번에 정리되는 것이다. 시험이 다 끝나고 주변 친구들이 당신에게 “너 이걸 어떻게 생각해냈어?”라고 질문을 던지면 친절한 당신들은 어쩔 수 없이 대답하게 될 것이다. “아, 이거? 그냥 외웠어.” 하지만 이 친절한 대답은 공부양이 부족한 친구의 오해를 불러올지도 모르겠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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