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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상대평가로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못 키워요

진보 교육단체·교육청 '수능 절대평가 찬성, 학생부전형 축소 반대' 한목소리


8월에 있을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결정을 앞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인 교육 공약 중 하나인 수능 절대평가 실시를 정부가 나서서 뒤집으려 한다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수능 절대평가제는 문 대통령의 또 다른 공약인 고교학점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고교학점제는 문 대통령의 교육 공약 중 시민의 호응도가 가장 높았던 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좋은교사운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3개 진보교육단체(이하 교육단체)가 7월 26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능 시험 절대평가안을 지지해 줄 것을 시민참여단에 호소했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시민참여단의 마지막 숙의토론은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충남 천안에서 사흘간 열린다.


정부 직무유기…대입제도 방향 설정은 정부가 해야 할 몫

앞서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시민참여단 550명에게 2차에 걸쳐 2022 대입제도 개편 의견조사를 실시하도록 했다. 시민참여단이 결정한 내용을 기본으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사교육걱정 등 교육단체들은 애초에 대입 정책이나 제도 개선 방향 결정을 시민의 손에 맡기는 것은 정부와 교육기관의 책임회피이며 직무유기라고 비판해 왔다.


사실, 올해 고1부터 적용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융복합 창의 인재 육성과 협업 의사소통 능력을 강조하고 있어, 수업 방식은 물론이고 내신과 수능 체제에 일대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지금과 같은 성적 줄 세우기 식의 경쟁으로는 미래사회에 필요한 핵심능력인 창의력, 협업능력, 의사소통능력 등을 키울 수 없다는 교육계의 우려 속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5년 하반기에는 수능 절대평가로의 제도 변화가 예고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가 특별한 이유 없이 2년 동안 결정을 미뤘고, 새 정부에서도 역시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로, 국가교육회의는 시민참여단에게로 결정의 키를 넘기고 말았다.


교육단체들은 “시민 의견을 묻더라도 국가의 대입제도 방향은 정부가 처음부터 제시했어야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적어도 2022 수능 개편을 왜 하려 하는지를 2015 교육과정 개정과 미래교육의 맥락에서 설명하고, 절대평가 수능 체제가 현실에 안착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의견을 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입 개편 시나리오 확정 과정에 보이지 않는 손 작용했나 

더구나 대입 개편 시나리오를 만드는 데도 정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나리오 제안 팀들에게 시민참여단의 시나리오 결정 방식을 명확히 알리지 않은 상태에서 대입 시나리오를 만들게 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능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제출된 시나리오 중 오직 하나를 선택하는 투표 방식을 예상하고, 1개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공론화위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수능 상대평가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총 3개 안을 제출한 반면, 절대평가를 지지하는 단체들은 1개 안만을 제출한 결과가 됐다.


거기다 공론화위는 시나리오가 4개 안으로 확정된 이후가 돼서야 투표 방식이 4지선다가 아닌 시나리오별 선호도 조사 방식이라고 언급했고, 공식적으로는 한 달이나 지난 7월 12일이 돼서야 처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다 공론화위는 절대평가 팀에 불리한 방향으로 시나리오 선정 방식을 결정하고, 그것도 모자라 시나리오 제출이 끝난 이후에야 선정 방식을 발표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교육단체들은 “이로 인해 상대평가 세 팀이 절대평가 한 팀을 공격하고 절대평가 1팀이 나머지 3팀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선정 방식이 미리 공지됐더라면 절대평가 지지 단체들도 다수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제출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또한 시나리오 개수에서 수능 절대평가 지지 쪽의 수가 절대적으로 밀리는 만큼, 시민참여단 및 토론회 참여 시민들에게 상대평가가 압도적 대세라는 인상을 심어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론화위가 시나리오 제출 상황을 확인한 후 상대평가 팀에 유리한 방향으로 선정 방식을 최종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공론화위는 여러 단체와 기관이 모여 만든 1~3안과 달리, 상대평가 지지측의 4안만은 예외적으로 전문가 1인이 만들도록 허용하고, 4안측이 시민참여단에게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기한을 넘긴 후까지도 절대평가 지지측의 자료를 보고 시나리오를 수정할 수 있게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단체들은 “공론화위가 공정한 공론화를 위한 기본 룰마저 어기며 상대평가 3개안, 절대평가 1개안이라는 결과를 만들고, 절대평가안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도록 기울어진 운동장을 방치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나리오 1안, 수능 상대평가·수능 전형 선발비중 45% 확대

=> 고교 황폐화 야기하고 교육 개혁 물거품 만든다 

한편, 교육단체는 각 시나리오별 문제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시나리오 1안은 수능위주 전형 선발 인원을 45% 이상으로 확대하고, 수능은 현행 상대평가 유지하며, 학생부 위주 전형에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요구하는 안이다.


교육단체들은 “1안으로 결정되면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대폭 강화돼, 고교 수업이 5지선다형 수능 유형 문제를 푸는 고사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중심, 토론·실습·체험 중심으로 학생 참여 수업을 실시하기 위해 도입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파행 운영이 불가피하고, 문 대통령의 교육 공약인 고교학점제 운영도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즉 1안은 대입에서 전형 간 비율을 결정하는 문제에 매몰돼 2015 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처럼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교육개혁을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교교육의 황폐화는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의 교육 개혁도 수포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입 선발 인원을 강제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수능 위주 전형 선발 인원을 45% 이상으로 강제할 경우, 입학전형 실시에 어려움을 겪는 대학이 다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대입제도 개편 국민제안 열린 마당에서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김진경 위원장도 “학생부위주 전형과 수능위주 전형 간 비율은 대학의 특성에 따라 처한 상황이 매우 다르므로 대학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2안, 수능 절대평가·대입 선발비중 대학 자율·수능 최저 완화

=> 고교 정상화, 미래교육 

반면, 시나리오 2안은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며, 수시의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는 안이다. 교육단체들은 “2안만이 유일하게 고교교육 정상화와 미래지향적 대입제도 개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평가햇다. 또한 2안에만 수능 절대평가 방안이 포함돼 있어, 2안을 택해야 정상적으로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능 절대평가를 실시할 경우 수능위주 전형에서 동점자가 다수 발생할 수 있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마련해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3안, 현행 유지 => 대입제도 개편 논의 헛수고 돼

3안은 수능을 상대평가로 유지하며, 그 이외 사항은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것으로, 사실상 현행 체제를 유지하자는 안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로 예정돼 있던 2022 대입제도 개편 확정안 발표를 1년이나 유예하고 공론화까지 실시하고 있는 마당에, 돌고 돌아 현행 유지로 결론이 난다면 그 동안의 대입제도 개편 논의가 헛수고가 되고 만다.


4안, 학종 비율 낮추기 => 수능전형 확대돼 고교 교육 황폐화 

4안은 학종 비율을 교과전형 비율보다 높일 수 없게 만들어, 결과적으로 수능위주 전형을 확대하는 안이다. 4안은 1안처럼 전형 비율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수능위주 전형을 현재보다 확대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 결과는 1안과 동일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단체들은 “4안이 채택될 경우 학생부교과전형으로 학생 선발이 어려운 대학은 학생부 위주 전형 비율을 낮추면서 수능전형 비율을 대폭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결국 1안처럼 수능위주 전형이 큰 폭으로 확대되거나 수능 영향력이 강해져 고교교육이 황폐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비판했다. 이로 인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표류하고 고교학점제를 비롯해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도 길을 잃을 것으로 평가했다.


절대평가는 시대적 요구…이익 창출이 목표인 기업들조차 절대평가로 전환 중

교육단체들은 “OECD에서 국가시험을 절대평가 체제로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 외에 찾아보기 힘들고, 전 세계 유력 국제기업들도 상대평가제도를 버리고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의 70%가 직원평가를 절대평가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발표가 대표적 예다.


이익 창출을 최상의 목표로 하는 기업들마저 직원간의 경쟁을 통해서는 더 이상 기업 간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고,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같은 창의형 인재들이 자라나기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이다.


산업계에서도 직원간의 경쟁을 조장하는 상대평가를 버리고 절대평가를 채택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교육만은 여전히 학생들을 지옥 같은 경쟁으로 몰아넣는 상대평가를 고수한다는 것은 시대의 요구에 역행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수능 절대평가제-내신 절대평가제-고교 학점제는 한 몸…동시 실시해야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내신 절대평가, 고교 학점제와도 연결된다. 수능만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내신은 현행대로 상대평가 체제로 간다면, 풍선효과로 인해 내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경쟁이 아닌 상생을 모색하기 위해 수능을 절대평가제로 바꾼다면 내신 역시 절대평가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거기다 문 대통력의 교육 공약인 고교 학점제가 안정적으로 실시되기 위해서도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이 필요하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배우고 싶은 교과목을 선택해 공부할 수 있고, 대학은 이를 전공적합성과 학업역량을 평가하는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성적 순위로 줄을 세우는 상대평가 체제 아래서 고교 학점제가 시행되면 선택 과목별로 성적에 유불리가 발생해, 진로나 적성에 맞는 과목이 아니라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으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내신 역시 절대평가제로 전환해 학생들이 자신의 학업역량을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와 내신 절대평가가 공정한 학종 만든다 


고교학점제와 내신 절대평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비교과활동 평가를 교과활동 평가로 통합할 수 있는 제도라는 장점도 있다. 이들 제도가 도입되면 학종에서 비교과활동이 아닌 교과활동만으로도 학생의 발전 가능성과 전공적합성, 학업역량, 인성 등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학종 준비를 위해 비교과활동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교과활동으로 전환하거나 경감할 수 있어,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고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학종을 둘러싼 불공정 논란도 상당 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이처럼 수능 절대평가제-내신 절대평가제-고교 학점제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어, 한두 개를 고치는 것으로는 교육 혁신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시민참여단의 대입제도 논의는 고교교육 정상화, 미래사회를 대비한 교육,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대계를 수립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는 도외시한 채, 오직 대학의 학생 선발 방식에만 초점을 맞춰 이뤄지고 있어 본말이 전도돼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교육단체들은 “시민참여단이 시대적 흐름과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명확히 인식해, 수능 절대평가제를 공론화 최종 권고안에 넣어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교육청들도 동참 "정시 확대 반대, 수능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이런 가운데 진보 교육감이 이끄는 전국 교육청들 중 다수가 수능 절대평가제 전환에 찬성 의사를 분명히 했다. 최근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교육청은 세종, 강원, 광주, 전남, 전북, 부산, 울산, 제주, 충남, 경북교육청 등 10곳이다. 


교육청들은 "수능시험을 절대평가로 전환해 학생들의 입시 부담과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고, 학생활동 중심의 살아있는 교실 수업 여건을 조성해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의 수업권을 함께 보장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역량은 학생의 자발적인 참여와 가치 있는 경험 속에서 키울 수 있는 것이지, 지식 암기와 반복 학습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교육청들은 또한 대입제도 개편 방향이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방향과 달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유학기제, 고교 학점제, 내신 절대평가제, 과정 중심평가 등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도 수능 절대평가 전환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수능 중심의 정시전형을 확대하는 것에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청들은 "수능 위주 정시전형이 누구에게나 고른 기회를 주는 공정한 전형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지역 간 격차를 심화하고 일반고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교육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여는 일이고, 4차산업혁명과 평화의 새 시대는 새로운 학력을 요구한다"라며 "수능 정시전형을 확대하고 수능을 상대평가제를 유지하려는 것은 우리 교육을 과거로 되돌리는 일"이라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국가교육회의 공론화위는 7월 29일 시민참여단의 2차 숙의가 끝나면 시민참여단이 결정한 최종 의견안을 취합해 최종 권고안을 만든다. 국가교육회의는 이를 토대로 8월 3일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민참여단이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 사진 설명: 군포시청소년수련원 '4차산업 진로탐색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 [사진 제공=군포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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