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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천재의 기억을 내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 있다면?’

상상이 현실로? 생물체 ‘기억이식’성공하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한 번쯤은 해 봤을 법한 재미있는 상상이다. 그런데 SF영화나 판타지 드라마에서만 실현 가능했던 ‘기억이식’이 과학자들에 의해 성공적으로 이루어 졌다는 사례가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훈련 RNA 이식받은 일반 달팽이, 훈련 경험 있는 것처럼 행동해

지난 5월 14일 국제 학술지 <이뉴로(eNeuro)>에는‘RNA from Trained Aplysia Can Induce an Epigenetic Engram for Long-Term Sensitization in Untrained Aplysia’라는 제목의 논문이 게재됐다.



논문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과학자들이 잘 훈련된 바다달팽이의 뇌세포 분자를 훈련받지 않은 달팽이의 뇌세포로 옮겨, 훈련 받지 않은 달팽이가 잘 훈련된 달팽이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논문의 주 저자인 UCLA의 신경생리학자 데이비드글랜즈먼 교수는 그동안 소라의 일종인 ‘캘리포니아 군소(Aplysia californica)’를 연구해왔다. 캘리포니아 군소는 약 13㎝정도 크기의 민달팽이처럼 생겨 바다달팽이라고도 불리며, 수 년 동안 일어난 일을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한 중추신경계에 뉴런이 약 1000억 개가 있는 사람에 비해 중추신경계 뉴런은 2만개에 불과하지만 세포 형태와 분자적 신호전달 체계는 인간과 비슷하고 신경세포도 매우 커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연구하기 쉬워서 실험동물로 결정됐다.

연구팀은 군소에게 전기 자극을 주면 배설물을 방출하는 관을 재빨리 움츠린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바다달팽이 14마리를 7마리씩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찬물에 담가 두거나 바늘로 찌르는 등의 방법으로 감각뉴런이 방어 반응을 보이도록 학습시켰다.

그 다음, 훈련받은 달팽이의 RNA를 뽑아낸 뒤 훈련받지 않은 일반 바다달팽이에게 주사하고 하루 동안 방치했다. 주사 전에는 찬물을 끼얹거나 바늘로 찔러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이 달팽이들은 자극을 주자 훈련받았던 달팽이들과 똑같이 관을 수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극을 경험한 달팽이의 기억이 그렇지 않은 달팽이의 기억 속으로 이전된 것이다.

RNA가 자극한 ‘DNA 화학적 표지’가 기억 불러와
 


RNA는 DNA가 갖고 있는 유전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할 때 작용하는 생체 고분자 화합물이다. 또 활동성이 높아 다른 DNA나 RNA와 쉽게 결합하기 때문에 생체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지만, 아직 RNA의 생체 내 기능에 대해 모두 밝혀지지는 않은 상태다.

연구팀은 일반 군소에게 훈련된 기억이 이식된 원인을 추적해나갔다. 그리고 일부 RNA에 유전자 기능을 켰다 껐다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음을 발견했다. 유전물질인 DNA에 있는 화학적 표지(chemical tags)가 있어 RNA가 이를 자극할 경우 그 기능이 지속되고 오랜 기억을 남기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듯 말이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실험도 진행했다. 약물을 사용해 전기 자극 경험이 없는 달팽이에 화학적 표지를 제거하고, 전기 자극 경험이 있는 달팽이로부터 추출한 RNA를 주입한 것이다. 그랬더니 전기 자극에 대한 기억이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군소만 아니라 쥐와 같은 실험용 동물에게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과거에 실험했었지만 기술 부족으로 증명 못해

이번 연구는 1960년대 있었던 편형동물(flatworms) 연구의 후속 작업이다. 편형동물은 좌우대칭이며 장 외에는 체강이 없고, 배복이 편평하고 체절은 없으며 맹낭의 장관에 항문공이 없는 유충형 동물을 말한다. 충류, 단생류, 흡충류, 촌충류의 4강으로 구성돼 있다.

당시 과학자들은 조그만 편형동물에 빛을 비추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 빛 자극 경험을 한 동물의 잔해를 다른 편형동물들에게 먹였다.

이렇게 관찰한 결과 신기하게도 죽은 편형동물의 기억이 다른 편형동물에게 전달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위해서는 같은 실험 결과가 반복돼야 했지만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약 6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UCLA 과학자들에 의해 군소의 기억이 전달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랜즈먼 교수는 “이번 연구가 오래 전 편형동물 연구 이후 진행된 첫 번째 연구”라고 말했다.

인간의 기억도 전달할 수 있을지 관심



글랜즈먼 교수는 또 “군소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로 연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뇌 기능과 관련된 RNA와 DNA 화학적 표지 간에 어떤 관계가 형성되고 있으며, 또한 기억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더 구체적인 사실을 밝혀내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글랜즈먼 교수팀은 다양한 RNA 중에서 기억을 전달하고 저장하는 데 관여하는 RNA들을 찾아내는 연구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난 4월 말 한국 연구진은, 70년 전 캐나다 심리학자 도널드 헵이 주장했던 ‘장기기억은 두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에 저장된다’라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때문에 뇌과학계에서는 기억 저장소가 RNA인지, 시냅스인지에 대해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랜즈먼 교수는 “만약 기억이 시냅스에 저장된다면 우리 실험이 성공했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번 연구가 일생 동안 축적된 기억을 이식하는 데 곧바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기억 저장에 대해 좀 더 정확히 알아 갈수록 가능성은 높아진다”며 “그렇게 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RNA를 활용한 주사든 이식이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치매로 사라진 기억들을 깨우고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서 점차 사람의 기억 형성 및 전달 과정을 규명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연구는 1회성 단기적 기억에 집중돼 왔지만 이번 연구 결과로 오랜 시간 풀리지 않던 기억에 관한 비밀의 실마리가 풀리게 됐다.


   
[이 자료는 <나침반 36.5도>6월호에 실린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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