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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향평준화가 목적?” 바뀐 학생부 개선안 고교 경쟁력 갉아먹나

고교 현장, 학생부 기재 개선안 두고 설왕설래



교육부가 지난 17일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두고 교육계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입 제도의 안정적 변화를 최우선으로 한 개편이라는 현실적인 평가도 있지만, 이번 정부가 내건 교육공약 상당수를 파기하는 개편이라는 부정적 평가에 잇따르는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이런 가운데 대입의 최전선에 있는 일선 고교의 눈은 교육부가 대입제도 개편안과 함께 발표한 ‘학생부 기재 개선안’에 쏠려 있다. 교육부의 제1호 정책숙려제 대상이기도 했던 학생부 기재 개선안은 당장 내년도 고1부터 적용될 전망이어서 이번에 발표된 개혁방안 가운데 현장 적용 시점이 가장 빠르기 때문. 

그런데 교육부 공식 발표를 접한 일선 고교,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을 발판삼아 괄목할만한 진학실적을 내 온 이른바 ‘수시형 고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전반적으로 ‘스펙’ 경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축소 개편된 학생부 개선안에 대해 과격하게는 “하향평준화를 원하는 것이냐”는 반응까지 나온다. 과연 어떤 점 때문에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 “학생부 공정성‧신뢰성 높여야”… 진짜 모든 것이 문제였을까?



교육부가 내놓은 이번 개선안의 주요 내용은 △수상경력의 대입 활용 학기당 1개 이내로 제한 △기재 가능한 자율 동아리 학년 당 1개 이내로 제한 △소논문(R&E) 기재 금지 △‘방과후학교 활동’ 미기재 △항목별 특기사항 입력 글자 수 축소(4000자→2200자)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학생부 기재 항목이 축소‧삭제됐다. 

교육부의 발표 내용을 빌리자면, 이번 개선안은 ‘과도한 경쟁 및 사교육을 유발하는 요소와 항목 등을 정비’한 결과다. 하지만 이를 두고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 유발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는데, 애꿎은 학생부만 잡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해 이른바 ‘SKY’ 대학에만 20명 가까운 학생을 진학시킨 지방의 한 고교 교사는 “지방은 광역시 정도 되어도 학생부종합전형 컨설팅 업체가 한두 곳 있을까 말까다. 실제 우리 학교에서 좋은 입시결과를 거둔 학생들도 평소 학교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 교사들과 밤낮없이 수시 대비를 해 온 학생들”이라면서 “문제가 되는 고액의 학종 컨설팅 등은 서울 강남처럼 일부 지역에서 유독 불거지는 문제인데 이것을 마치 제도 자체의 문제인양 침소봉대하더니, 그 결과로 결국 이런 개선안이 나온 것을 보면서 일부 학부모들의 입김이 대단하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했다”고 말했다.   

전국의 다양한 학생들을 실제로 평가하는 대학 측의 반응도 비슷했다.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정현 경상대 입학사정관은 “이번 개선안의 숙의 과정을 보면, ‘학생부가 외부 사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접근하고 있는데, 그런 문제가 전국적인 현상인지는 의문”이라면서 “개선안은 학생부에 대한 사교육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기계적, 형식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그친 듯 보인다”고 말했다.  

○ 학생도, 고교도 ‘힘 빠지는’ 개선안 

특히 이번 학생부 기재 개선안을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이 가장 큰 비판을 쏟아내는 지점은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활동까지도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 유발’을 이유로 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교 외부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는 교육활동은 지금도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다.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는 교내 대회 수상 실적이나 학생의 자율적인 동아리 활동, 학교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방과후학교 활동은 모두 정상적으로 고교 교육과정에 편성된 계획의 일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도록 한 것은 이들 활동에 대한 학생의 관심도나 참여도를 크게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장광재 광주 숭덕고 교사는 “교내대회는 입시를 떠나 학생들에 대한 교육적 보상 차원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그런데 수상경력을 학기당 하나만 활용할 수 있다고 하면 학생들에게는 충분한 유인이 되지 못할 것”이라면서 “동아리활동 또한 학생의 적극성, 리더십, 학업적 적성, 전공적합성 등 많은 것을 파악할 수 활동인데 간단한 활동내용만 기재하도록 하면, 활동의 진짜 알맹이가 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학생뿐만이 아니라 고교의 ‘퇴보’도 우려된다. 김종우 서울 양재고 교사는 “이번 개선안이 정시 확대와 맞물려 일어나는 변화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정시 비율이 30% 미만인 대학들이 정시 인원을 늘리게 될 텐데, 수능 경쟁력이 좋은 학교 등 일부 학교는 학교 특성에 따라 방과후학교 운영 등 수시모집에 대비한 기존의 노력을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개선안으로 고교의 교육활동이 위축될 경우 고교 간 대입 격차는 더 심화될 수 있다. 서울진학교사협의회(서진협) 회장을 맡고 있는 유석용 서울 서라벌고 교사는 “이미 한참 전부터 수시 대비 노하우를 축적해 꾸준히 실적을 내 온 고교들은 여건이 달라지더라도 기존의 진학 실적을 토대로 계속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제 막 학생부종합전형에 맞춰 진학지도 체제를 정비하고 교육과정에 변화를 시도하는 다수의 후발 고교들로서는 학생부 기재에 제약이 커지면서 이를 보여줄 기회 자체가 차단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 자기소개서‧교사추천서도 없어지는 마당에… 

학생 평가를 진행하는 대학 입장에서는 이번 개선안이 그대로 현장에 적용될 경우 학생부가 대입 전형자료로서 충분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품는다.  

김정현 입학사정관은 “수상경력이 학기당 1개로 제한된 상황에서는 3년 내내 10개 이상의 수상을 한 학생과 딱 5개의 수상만 한 학생이 학업역량과 학교생활의 충실성 측면에서 동일하게 평가받게 될 것”이라면서 “학생부종합전형은 과정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인데, 이렇게 저마다 다른 과정을 똑같이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 결국 결과 중심 평가로 흐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학생부와 함께 서류평가의 주요 요소로 꼽히는 자기소개서와 교사추천서가 2022학년도부터 축소‧폐지된다는 점이다. 이번에 발표된 학생부 기재 개선안은 2019년에 고1부터 적용돼, 2020년, 2021년에 각각 고2, 고3에게로 확대된다. 즉, 내년에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고교 3년에 걸쳐 간소화된 학생부만 남는 것이다. 여기에 2022학년도부터 자기소개서는 현재 총 4개 문항 5000자 분량에서 3개 문항 3100자로 축소된다. 교사추천서는 2022학년도부터 아예 폐지된다.  

김종우 교사는 “대학이 평가할 수 있는 재료 자체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에 향후 대학에서 지원자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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