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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인류에 환경 문제 일깨워준 역사적인 책,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을 막아라!


봄은 늘 싱그럽다. 흙 속에 묻혀있던 이름 모를 식물들의 씨앗은 일제히 연둣빛 새싹으로 자라나 하나 둘 땅 위로 모습을 드러내고, 분홍, 노랑, 보라, 흰색의 꽃들이 봄바람에 한들거리며 은은한 꽃향기를 퍼뜨린다. 계곡 얼음이 녹아 졸졸졸 물소리를 내면 겨우내 잠을 자던 개구리가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켜고 온몸으로 봄을 만끽한다.


그러나 이처럼 당연했던 봄의 모습은 언제부터인가 희미해져가고 있다. 인간이 수많은 양의 살충제, 제초제를 남용하면서 곤충, 식물, 동물 생태계가 무너져, 작은 생명들이 채 피어나지도 못한 채 힘없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지금도 세계 곳곳의 공장들은 굴뚝에서 숨 쉬듯 초미세먼지를 뿜어내고 있고, 기준치를 초과한 방사능으로 인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지구상의 생명체들은 멸망의 길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


과학 분야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20세기 전 세계 사람들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시키고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역사적인 책이다.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함께 읽어 보자. 




쉬쉬하던 환경 문제 수면 위로 끌어올린 레이첼 카슨


레이첼 카슨은 매사추세츠 주에 사는 조류학자인 친구 허킨스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의 내용은 정부 소속 비행기가 모기를 방제하기 위해 숲 속에 살포한 DDT 때문에 자신이 기르던 많은 새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담았다. 헉슬리는 당국에 항의했으나 당국은 DDT가 무해하는 말만 하며 그의 항의를 묵살했다. 친구는 신문사에 항의편지를 보냈고 편지의 사본을 만들어 카슨에게도 보냈다. 이 편지를 읽은 카슨은 살충제 사용의 실태와 위험성을 알리는 책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침묵의 봄> 본문 읽기


1장. 내일을 위한 우화


미 대륙 한가운데쯤 모든 생물체들이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마을이 하나 있다. 이 마을은 곡식이 자라는 밭과 풍요로운 농장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데, 봄이면 과수원의 푸른 밭 위로 흰 구름이 흘러가고 가을이 되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소나무를 배경으로 불타듯 단풍이 든 참나무와 단풍나무, 자작나무가 너울거렸다.


(중략) 이 일대는 풍부하고 다양한 새들로 유명했는데, 봄과 가을에는 이동기를 맞은 철새 무리들이 떼 지어 날아가는 모습을 보려고 사람들이 멀리서부터 찾아오곤 했다. 물고기를 잡으려는 사람들은 가까운 시냇가로 향했다. 이 하천은 산으로부터 내려온 차갑고 맑은 물이 넘쳐흘렀고 송어가 알을 낳는 그늘진 웅덩이가 군데군데 자리 잡고 있었다. 최초의 이주자가 집을 짓고 우물을 파고 헛간을 세운 이후 이런 풍경은 계속 유지돼 왔다.


그런데 어느 날 낯선 병이 이 지역을 뒤덮어버리더니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악한 마술의 주문이 마을을 덮친 듯했다. 닭들이 이상한 질병에 걸렸다. 소떼와 양떼가 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말았다. 마을 곳곳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듯했다. 농부들의 가족도 앓아 누웠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죽음이 곳곳에서 보고됐다.


(중략) 새들이 모이를 쪼아 먹던 뒷마당은 버림받은 듯 쓸쓸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단 몇 마리의 새조차 다 죽어가는 듯 격하게 몸을 떨었고 날지도 못했다. 죽은 듯 고요한 봄이 온 것이다. 전에는 아침이면 울새, 검정지빠귀, 산비둘기, 어치, 굴뚝새를 비롯한 여러 가지 새들의 합창이 울려 퍼지곤 했는데 이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들판과 숲과 습지에 오직 침묵만이 감돌았다.


(중략) 처마 밑으로 흐르는 도랑과 지붕에 이는 널 사이에는 군데군데 흰색 과립이 남아 있었다. 몇 주 전 마치 흰 눈처럼 지붕과 잔디밭, 밭과 시냇물에 뿌려진 가루였다. 이렇듯 세상은 비탄에 잠겼다. 그러나 이 땅에 새로운 생명 탄생을 금지한 것은 사악한 마술도 아니고 악독한 적의 공격도 아니었다. 사람들 자신이 저지른 일이었다. (후략)


1장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미국이나 세계 곳곳 어디에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마을의 모습을 예로 들어, 환경오염이 닥쳐왔을 때를 생각하게 한다. 실제로 재앙이 닥친 마을은 활기 넘치는 봄의 소리를 잃고 ‘침묵’하게 되며, 상상만 하던 비극은 언제든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6장. 지구의 녹색 외투


물과 토양, 그리고 지구의 녹색 외투라 할 수 있는 식물들로 인해 지상에서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다. 현대인들은 이런 사실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우리의 식량을 만들어주는 식물이 없다면,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물에 대해 우리는 정말로 편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각적인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식물을 잘 키우고 보살핀다. 하지만 지금 당장 별로 바람직하지 않거나 관심 없는 거라면 즉시 이 식물을 없애버린다. 인간이나 가축에게 해를 끼치는 식물뿐 아니라 먹을거리를 제공해주는 식물이라고 해도 우리의 좁은 소견으로 볼 때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에 있다면 바로 제거의 표적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별로 원치 않는 식물과 연관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제거되는 식물도 있다.


(중략) 가장 널리 사용되는 제초제 중에는 2,4 - D, 2,4,5 – T 그리고 이와 유사한 합성화학물들이 있다. 이런 물질이 정말 유독한지 아닌지 논쟁의 여지가 있다. 잔디밭에 2,4 – D를 뿌리다가 약물에 젖은 사람들은 심각한 신경염이나 마비로 고생한다. 이런 사고가 흔치 않다고 해도 의료전문가들은 제초제를 사용할 때 조심하라고 충고한다. 2,4 –D를 사용할 때의 위험은 좀 더 심각하다. 실험 결과를 보면 이 물질은 세포의 생화학적 호흡을 저해하고 X선처럼 염색체에 해를 입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이 화학물질이나 다른 제초제들은 비록 치사량에 훨씬 못 미치는 양이라 해도 새의 번식작용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략) 바람직하지 않은 식물을 방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특정 식물을 먹이로 하는 곤충을 이용하는 것이다. 목초지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이런 가능성은 상당히 무시됐다. 곤충들은 자신이 원하는 식물만 먹이로 삼는데 그런 제한적인 식성을 잘 이용한다면 우리 인간에게는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다. 


6장의 제목이 상징하는 ‘녹색 외투’는 지구상에 사는 식물들을 일컫는다. 카슨은 식물과 대지, 식물과 식물, 식물과 동물 사이에는 절대 끊을 수 없는 친밀하고 필수적인 관계가 존재하며, 식물 역시 생명체를 구성하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일부라고 말한다. 그러나 멋대로 자연에 개입한 인간은 자연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마구잡이로 파괴했고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피해를 고스란히 돌려받게 됐다. 이에 카슨은 식물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제초제와 같은 화학물질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가축이나 곤충을 이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12장. 인간의 대가


(전략) 새롭게 등장하는 환경 문제는 복합적이다. 다양한 형태의 방사능, 끝없이 흘러나오는 살충제 등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화학 물질은 세상 전역에 퍼져 있고 우리에게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또 개별적 혹은 집합적으로 작용한다. 형태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이들의 존재는 위험의 그림자를 드리우며,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위험한 물질들에 대해 평생 노출될 경우 어떤 일이 생길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중략) 갑작스럽고 극적인 증세가 없다고 해도 이런 물질을 다루는 사람들의 몸속에는 유독물질이 계속 축적된다고 봐야 한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염화탄화수소계 화학물질은 아주 적은 농도에서부터 축적이 시작된다. 이 유독물질은 우리 몸의 모든 지방조직에 쌓였다가 지방층이 줄어들면 즉시 혈관 속으로 방출된다.


(중략) 중요한 살충제인 염화탄화수소류와 유기인산계 화학물질은 약간의 방법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신경계에 직접적인 손상을 입힌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각종 실험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관찰에 있어서 이 점은 확실히 증명됐다. 널리 사용되는 유기 살충제의 첫 번째 주자인 DDT는 주로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미쳐 소뇌와 대뇌 운동중추에 손상을 입힌다. 독극물학 교과서에 따르면 대량의 DDT에 노출되면 찌르는 듯 타는 듯 피부가 아프고 가려우며, 또 몸이 떨리고 경련이 일어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중략) 몇 마리 곤충을 순간적으로 없애려다가 우리 인간이 정신착란, 환상, 기억력 감퇴, 조증 등으로 고생하게 되는 것은 너무 심한 일이다. 하지만 신경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런 화학물질의 사용을 고집하는 한 우리는 그 대가를 계속해서 치르게 될 것이다. 


카슨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계속해서 살충제와 제초제 등 화학물질이 자연 환경에 어떤 문제를 불러일으키는지 언급한다. 12장에서는 인간이 화학물질들을 남용한 대가로 기억력 감퇴, 우울증, 정신분열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16장. 밀려오는 비상사태


(전략) DDT가 등장하기 전인 1945년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지닌 것으로 보고된 곤충은 12종 정도였다. 그런데 새로운 유기 화학물질이 등장해 널리 사용된 1960년대에 이르자 화학물질에 대해 내성을 지닌 곤충이 137종이라는 놀라운 수치로 증가하게 됐다.


(중략) 곤충의 내성은 농업과 삼림업 분야뿐 아니라 공공보건 분야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곤충과 인간의 질병은 오래 전부터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아노펠레스 모기는 인간의 혈류에 말라리아 병원균을 주입시킨다. 어떤 모기는 황열병을 옮기고 또 다른 모기는 뇌염을 일으킨다. 집파리는 사람을 물지 않지만 접촉을 통해 사람들이 먹는 음식물을 오염시켜 이질균을 퍼뜨리고 세계 곳곳에 눈병을 옮기기도 한다. 티푸스와 이, 페스트와 쥐벼룩, 아프리카 수면병과 체체파리, 다양한 열병과 진드기 등 각종 질병과 그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의 목록은 수없이 이어진다. (후략)


16장에서는 인간이 화학물질을 이용해 곤충을 제거하는 작업이 결국 곤충을 더 많이 불어나게 만드는 일임을 보여준다. 화학물질에 내성이 생긴 곤충들은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강한 자손을 만들어 낸다. 카슨은 살충제와 같은 무기에 의존한다고 해서 거대한 자연을 통제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카슨은 화학물질 사용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지 않는다. 다만 방제작업 시 생명체가 속해 있는 시스템을 좀 더 이해하는 가운데 자연적인 방법과 자연에 폐를 끼치지 않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한편, 카슨이 책을 집필하고 약 50년이 지났지만 환경 문제는 많으면 많아졌지 줄어들지는 않고 있다. 당시에 비해 화학물질의 유해성이나, 비교적 안전한 방제법이 알려졌고 사람들의 관심도 훨씬 더 높아졌는데 말이다. 인류가 하루빨리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지 않는 이상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역시 봄의 침묵은 계속될 것이다.


<침묵의 봄>이 불러일으킨 사회적 반향


<침묵의 봄>은 1962년 출판되자마자 미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출판되기 3개월 전에 책의 요약판이 연재되면서 시민들과 과학자들 그리고 백악관에서까지 극찬을 받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반면 카슨이 살충제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시켰다며 비판하는 여론도 잇따랐다. 아메리칸 사이아나마이드 농업연구부 부소장이자 생화학자인 로버트 화이트 스티븐스 박사는 “카슨의 말을 따르면 우리는 다시 해충과 질병과 벌레들이 지구를 지배하는 암흑시대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카슨이 제안한 화학적 불임법이 과연 옳은 것인지를 두고 문제 삼았다.


또 살충제 회사들은 책이 출판된 이후부터 농화학 약품들의 긍정적인 면을 선전하는 내용을 언론사들에 발송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들의 항의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책은 그해 가을 60만 부가 팔리며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한다.


환경운동의 기폭제 되다!


이 책의 파급력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케네디 대통령은 1963년 환경 문제를 다룰 자문위원회를 구성했고, 미국 환경청은 DDT 사용 금지 문제를 놓고 논의하는 청문회를 열었다. 1969년 미국 의회는 국가환경정책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미국 각 주들은 하나 둘 DDT 사용을 금지하다 1972년에 미국 전역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또한 이 책을 읽은 게이로드 넬슨 상원의원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 순례를 건의했는데 이를 계기로 4월 22일 ‘지구의 날’이 만들어졌다. 이후 환경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마침내 1992년 리우회담까지 이어지는 성과를 낳게 된다.


책 한권이 환경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킨 기폭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그 뒤 ‘세계를 대표하는 100인의 석학들이 뽑은 20세기를 움직인 10권’ 중 4위에 선정됐으며, 미국 랜덤하우스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논픽션’ 중 5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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