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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입개편 입김에 고교 벌써부터 ‘휘청’… 왜?

정시 확대에 일반고 대입 통로 좁아져… 일반고가 애써 다져온 학종 기틀도 붕괴 위기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이 최종 공개됐다. 교육부의 이번 발표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이뤄져있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골자로 하는 ‘단기’ 개편과, 고교교육 혁신을 중심으로 하는 ‘중장기’ 개편이 그것. 2022 대입제도 개편의 핵심은 ‘정시 확대’이고, 고교교육 혁신의 핵심은 ‘고교학점제 및 내신 성취평가제의 전면 도입’이다.  

하지만 단기 개편과 중장기 개편 양쪽 모두에 대한 일선 고교교사들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특히 이번 발표에 따라 일반고를 중심으로 고교교육 혁신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먼저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함께 발표했음에도, 오히려 고교교육 혁신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고교 교사들이 이번 개편안을 우려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차근차근 따져봤다.  

○ 일반고 살린다더니… 특목·자사고와 강남8학군의 예고된 부활 

2022 대입개편을 바라보는 입시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양하다. 하지만 모든 입시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사실이 하나 있다. “특목·자사고와 강남8학군 고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특목·자사고와 강남8학군 고교의 기세가 회복되면 상대적으로 일반고는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일반고 살리기’에 힘써온 그간의 교육정책 기조와도 완전히 어긋나는 일.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걸까. 이번 2022 대입개편의 핵심은 정시 확대인데, 확대되는 정시 전형이 특목·자사고와 강남8학군 고교 등 면학 분위기가 우수한 고교 재학생들에게 훨씬 유리한 전형이기 때문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준말인 수능은 말 그대로 ‘오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를 통해 학생들의 ‘수학’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즉, 특목·자사고나 강남8학군 고교처럼 분명한 학업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모인 고교, 그래서 상대적으로 탄탄한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가 쉬운 고교에 딱 맞는 전형이다. 반면 다양한 학생이 섞여 있는 일반고에서는 학업 분위기를 집중적으로 조성하여 학생들을 이끌어가기가 만만치 않은 현실. 특목·자사고나 강남8학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학생들이 정시로 진학하기는 불리한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시가 확대되면? 그만큼 특목·자사고와 강남8학군의 진학 통로는 넓어지고, 반대로 일반고 학생들의 진학 통로는 좁아지게 된다. 

실제 최종 등록자의 출신 고교를 모두 공개하는 서울대의 경우를 살펴보자. 2018학년도 서울대 등록자 중 일반고 출신 학생 수는 총 1834명. 이중 수시로 선발된 인원이 1318명, 정시로 선발된 인원이 516명이다. 반대로 광역단위 자사고 학생들은 수시로 143명, 정시로 144명이 서울대에 진학했다. 실제로 일반고는 수시로, 자사고는 정시로 진학하는 비중이 높음을 짐작해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일반고를 살리고자 정시전형을 축소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해 왔는데, 결국 다시금 정시를 확대하면서 고교 서열화라는 기존 교육현장의 문제로 회귀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 심지어 교육부가 명시한 정시선발 비중은 30%에 불과하지만 ‘수시 이월인원’까지 합치면 사실상 35%~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 김종우 양재고 진로진학부장은 “이런 상황으로 대입개편이 이뤄질 경우 일반고 학생들이 불리해지는 건 자명한 일”이라고 말했다.  

○ 일반고가 힘겹게 다져온 학종의 기틀도 ‘붕괴’ 위기 

일반고 현장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혼란은 더욱 극심하다. 특히 정시 확대 기조에 따라 그간 힘겹게 다져온 학생부종합전형의 기틀이 완전히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무슨 말일까.  

대다수 일반고는 특목·자사고와 겨뤄 정시에서 승부를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하고, 평가요소가 다양해 그만큼 역전의 가능성이 높은 학생부종합전형을 중심으로 대입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은 지원자의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는 모든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전형. 교내활동이 미비하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학생뿐만 아니라 일반고 역시도 교내에 다양한 교과 및 비교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정시 확대 소식이 들려오자마자 학교 ‘윗선’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정시 대비에 힘써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그간 개발해온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는 것. 

이는 2022 대입개편의 적용을 받는 중3 학생이 고1이 되는 내년부터가 아니라,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이다. 일반고에 재직 중인 한 고교교사는 “이번 개편안은 현 중3을 대상으로 하는 것임에도, 현 고3 학부모들이 정시 대비에 힘써달라는 전화를 수차례 걸어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향후 수업설계에도 차질이 생겼다. 학생의 자기주도성과 전공적합성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방침, 학생 중심의 수업을 강조하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라 많은 일반고 교사들은 토론 중심·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을 개설해왔다. 하지만 ‘정시 확대’의 바람이 불어오자 수업에서 다양한 활동이나 토론을 하기가 부담스러워진 것. 최재훈 전주신흥고 교사는 “정시 확대 기조로 인해 결국 다시 문제풀이 중심의 ‘옛날 공부’가 필요하다는 당위를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심어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 2015 개정 교육과정도 무색해졌는데… “고교학점제라고 제대로 정착할까요?”

2015 개정 교육과정 역시 빛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선택 과목’의 활성화다. 올해부터 학생들은 기초 소양 함양을 위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공통 과목’을 제외하고는 ‘선택 과목’(일반 선택/진로 선택) 중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과목을 자율적으로 선택하여 이수할 수 있다.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선택하는 선택 과목은 ‘학생의 적성과 진로, 그에 맞는 교내활동’을 강조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인 현행 입시제도와도 맞물려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노리는 일반고에서는 당연히 더욱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고자 노력하고 있던 상황. 하지만 정시 확대가 예고되면서 다양한 선택과목을 개설하려는 고교의 의지도 한 풀 꺾이게 됐다. 지방 소재 일반고에 재직 중인 한 진로진학담당 교사는 “수능에 출제되는 과목이 아니더라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진학하는 데 유리한 과목이라면 적극적으로 개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최근 다시 정시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목 중심으로 개설하자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2025학년도에 전면 도입하겠다는 고교학점제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도 일견 타당해 보인다. 고교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풍문이 떠돌 정도다. 학생들의 선택과목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2015 개정 교육과정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더욱 확대되는 고교학점제의 추진이 과연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끓는 것. 

다행히 고교학점제 및 내신 성취평가제를 골자로 하는 중장기 개편의 경우, 수정의 여지는 남아 있다. 중장기 개편에 해당하는 고교교육 혁신방향은 아직 확정된 사항이 아니라 추진 방향을 제시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현장에서는 교육과정과 대입제도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일관된 개편 방향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소재 일반고의 진로진학담당 교사는 “향후 고교학점제 등 교육현장의 커다란 변화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과 대입정책이 모순 되지 않는 ‘중심’이 있는 개편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듀동아 김지연 기자 jiyeon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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