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코칭

과학고 학생도 묻는다 “공부는 어떻게 하나요?”… 길은 결국 하나


며칠 전 계모임을 했다. 평소 나와 호형호제하는 사람들로 교직과 관련 있는 분들의 모임이다. 직업은 속일 수 없나보다. 연간 3회 정도 만나는데 만날 때 마다 학생과 학교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내용은 주로 학교 현장의 어려움, 사교육의 영향, 학생들의 진학지도 등이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입시철이 다가오니 수시모집에 학생들이 어떻게 대응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눴다. 일선에 있는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그 문제에 더 민감한 입장이었다.


얼마 전 우리 학교의 한 여학생이 복도에서 나를 기다리고 섰다가 “선생님,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고 질문했다. 교사인 나로서는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수없이 고민해왔지만 막상 이런 질문을 받으면 답은 뻔하다. “개념이 우선이다. 그리고 답을 보지 말고 직접 풀어라” 등의 얘기를 그 학생에게 했다. 내 연구실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뒤통수가 가려웠다. 이런 대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과학고에 입학할 정도면 공부하는 방법을 몰라서 묻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학생의 질문의 이면에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성적을 올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성적이 한 학생의 모든 능력을 측정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을 운영하는 대학마저 학생들을 선발할 때 성적을 우선시한다.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수시모집 시기에 보편적으로 학생들에게 성적 위주로 지원할 대학을 선택하도록 지도한다. 양쪽 모두 변명은 성적이 가장 객관적인 자료라는 것이다.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어떤 활동을 하였더라도 성적이 하위권이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원서를 넣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벌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웃의 일본을 보더라도 개인의 능력이 우선시 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이렇게 시대는 변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어느 대학을 가느냐에 연연해하는 것은 학생의 자존심과 학부모의 체면 때문일지도 모른다. 개인의 능력이 중요한 시대에는 대학보다 학과가 중요하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키워 낼 수 있는가, 없는가는 대학이 아니라 자신의 소질과 흥미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가, 아닌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영재교육도 개인이 가진 잠재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과학고는 영재교육기관이다. 영재학생들이 갖고 있는 실력은 단순히 중간·기말 등의 시험으로 판단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들도 대학에 갈 때는 성적에 좌우된다. 결국 영재교육을 받는 학생들도 성적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실력은 단순히 머릿속에 교과서 내용을 집어넣었다가 회상해 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만났을 때 해결해내는 총체적 능력인 것을 대부분 인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호랑나비의 아름다움은 빛과 나비의 날개가 한데 어울려 만들어 낸 것이다. 나비의 날개는 본래 색은 없다. 여러 층과 결로 되어있는 나비의 날개 구조에 빛이 간섭을 일으켜 만들어 낸 것이다. 빛이라는 상황이 달라지면 나비의 색은 달라진다. 이런 구조를 만들기 위해 나비의 애벌레는 여러 번의 탈피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1령에서 5령, 번데기과정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는 것이 나비다. 나비로 거듭나기 위해 애벌레가 거쳐야 하는 과정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다. 몸집이 커져 갈수록 색도 달라지고, 때로는 자신의 껍질을 먹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쳤기에 상황에 따라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어느 색이 아름다운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 본래 미(美)의 본질은 대상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애벌레에게 그 속에 잠재된 나비의 아름다움이 드러날 때까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학생들도 잠재된 재능을 드러내기까지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들에게도 역시 노력과 시간이 필수조건이다. 번데기 속에 들어있는 애벌레를 밖에서 조급히 서둘러서 억지로 나오게 하면 나비는 날지도 못하고 죽어버린다. 학생들이 갖고 있는 능력도 무르익게 기다리지 않으면 피어날 수 없다. 물론 애벌레가 스스로 깨고 나오듯이 학생들도 능력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은 나비의 날개처럼 여러 층의 능력으로 쌓이게 될 것이다. 애벌레가 5령까지 가는 동안 모습이 달라지는 것과 같이, 한 개씩 다른 층이 쌓일 때마다 드러나는 학생들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다. 이것은 고등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은 애벌레의 2령 정도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자신의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학과에 가서 더 많은 층을 만들어 갈 때 어느 순간 거듭나게 될 것이다. 


대학 진학이 비록 고등학생이 갖는 큰 목표 중 하나라 할지라도 먼저 실력을 길러야한다.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것에 힘을 쏟기보다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끈기를 갖고 자신을 단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처지에 있는 고등학생으로서 지금 해야 할 것은 정확한 개념을 알고, 아무리 사소하고 쉬운 문제라도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의식하면서 그 모든 것을 꾸준히 해 나가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다른 사람이 일러주거나 공식처럼 외운 상태로 문제를 해결한다면 결코 아름다운 무늬를 이룰 층과 결을 만들어낼 수 없다. 


이것이 ‘공부는 개념을 튼실하게 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나의 생각에 대한 변명이다.


▶최정곤 부산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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