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코칭

[교단일기] 요즘 학교, ‘스승’은 없고 ‘공무원’만 있다?

박진국 경남 월영초 교사의 교단일기



간혹 인터넷 뉴스의 댓글 창을 보다가 혹은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종종 주워듣는 말이 있다. "요즘 학교에는 스승이 없고 공무원인 선생만 있다면서요?"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또 상대에게 되묻는다.  

"예전의 학교와 현재의 학교, 둘 다 다녀보셨나요?"

예전에 뉴스를 보다가 모 초등학교의 통합 학급(일반 학급과 특수 학급이 통합된 학급) 선생님이 걷지 못하는 학생을 업고 하루 종일 현장학습을 다녔다는 기사를 보았다. 댓글에는 요즘 보기 드문 참 교사, 진정한 스승이라는 칭찬 일색이었다. 

‘옛날 학교에는 스승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TV 동화 행복한 세상’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한다. '가난한 아이를 위해 선생님이 당신 구두를 닦게 하고 등록금을 대신 내주는 일', '아이가 배를 곯고 있을 때 선생님이 다른 학생들 몰래 빵을 건네는 일',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씻지 못하는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 목욕 시키는 일’ 등 교사의 희생과 헌신이 돋보인 장면이 그 예다. 

그런데 한 가지, 진지하게 생각해봤으면 하는 점이 있다. 과연 통합 학급의 몸이 불편한 아이를 담임교사가 업고 반 학생 모두를 인솔하며 현장학습을 다녀야 할까? 분명 그 선생님의 행동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통합학급 학생 인솔은 특수교육 지원센터의 실무자나 특수교사가 인솔을 해야 한다.

담임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맡긴 학교의 시스템이 잘못된 것이다. 필자의 사견으로는 담임교사가 학교 내 관리자에게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어필했어야 한다. 담임 스스로가 편하자고 그런 게 아니라 걷지 못하는 아이와 나머지 학생들의 알차고 안전한 체험학습을 위해서다. 마찬가지로 기초생활수급자의 기본적인 의식주와 의무교육은 나라에서, 정부에서 최소한 책임져야 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적어도 이런 부분은 잘 운영되고 있으나, 가끔은 교사에게 너무 많은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 

먼 옛날의 미담처럼 전해지는 교사의 열정 넘치는 희생은 빛을 볼 기회가 없다. 아니, 있으면 안 된다. 있다면 사회복지와 학교의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다는 증거다. 현재의 학교는 기본적인 시스템이 무척 잘 구비되어 있다. ‘이런 시스템까지 있네?’ 싶을 정도로 꽤나 촘촘하다.  

학습이 부진한 아이들을 방과 후에 남겨 공부시키는 것도, 나쁜 행동을 한 학생을 따끔하게 지도하는 것도 좋지 못한 소리를 듣는 요즘이다. 심지어는 학부모에게 고소까지 당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시스템화가 잘 된 학교의 교사가 '일반인이 참 스승으로 쳐주는 스승'이 될 기회는 거의 전무(全無)할 지도 모르겠다.

▶ 박진국 경남 월영초 교사 
(박진국 경남 월영초 교사는 ‘아이스크림 쌤블로그’에 교사의 행정업무나 학급활동 시 필요한 팁을 전하는 '진국쌤의 교실꿀팁'이라는 콘텐츠를 게재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더욱 많은 고민과 수업 노하우가 담긴 박진국 교사의 교단일기는 ‘아이스크림 쌤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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