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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원숭이부터 흑인까지?! 임진왜란의 놀라운 진실

조선 쳐들어온 왜적 멘붕시킨 신기한 병사들!


1592년,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면서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바로 ‘임진왜란’이 시작된 것이지요. 조선의 왕이었던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압록강 주변에 위치한 평안북도 의주로 피신하는 지경에 이르렀던 조선 최대의 위기, 임진왜란. 그런데 이 치열한 전쟁 속에서 왜적들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고 혼비백산하며 도망치게 만든 신기한 병사들이 있었다고 해요. 과연 그들은 누구였을까요? 함께 알아봅시다!


    ▲ 천조장사전별도


이 그림은 경상북도 안동의 풍산김씨 문중에 전해오는 ‘세전서화첩’ 가운데 ‘천조장사전별도’라는 그림입니다. 임진왜란에 조선으로 파병됐던 명나라 군대가 본국으로 귀환하는 장면을 그린 것이지요. 그런데 그림을 잘 보세요!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과 다르게 생긴 병사들이 보이지 않나요?


이 그림의 왼쪽 하단을 살펴보면 온 몸이 털로 덮인 병사 무리가 보이는데요. 놀랍게도 이 병사들은 원숭이라고 합니다. 바로 ‘원숭이 기병대’입니다.


명나라의 양호는 원숭이 기병 수백 마리를 데리고 소사하 다리 아래 들판이 끝나는 곳에서 매복하게 하였다. 원숭이는 말에 채찍을 가해서 적진으로 돌진하였다. 왜적들은 원숭이를 처음으로 보게 되자 사람인 듯 하면서도 사람이 아닌지라 모두 의아해하고, 괴이하게 여겨 쳐다만 보았다. 혼란에 빠져 조총 하나, 화살 하나 쏴 보지도 못하고 크게 무너져 남쪽으로 달아났는데 쓰러진 시체가 들을 덮었다.

-1751년 조선의 실학자 이중환(1690∼1756)이 쓴 택리지의 ‘팔도론·충청도’


   ▲ 천조장사전별도에 나타난 원숭이 기병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원숭이 병사!

임진왜란 때 조선으로 파병됐던 군사들이 귀환하는 무리 속에 원숭이 기병대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원병삼백(猿兵三百)’이라는 깃발을 들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삼백의 원숭이 병사’라는 뜻입니다. 처음 학자들은 이 그림 속의 원숭이가 실제 원숭이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적정을 살피고자 원숭이로 위장한 명나라의 특수부대이거나 중국에 표류된 서양인을 훈련시켜 만든 외인부대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들이 진짜! 정말! 실제로 원숭이로 이루어진 병사들이었다는 것이 최근 확인됐습니다!


“우리 진짜 원숭이 맞아요~”

안회대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는 자신의 논문을 통해 ‘원숭이 기병대’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발표했어요. 임진왜란 때 기록된 참전 용사들의 기록 속에서 원숭이 기병대의 실체가 확인된 것이지요. 임진왜란 기간 신녕현감으로 전투에 참가했던 ‘손기양’이라는 사람의 일기에도 원숭이 기병대에 대한 기록이 다음과 같이 남아있습니다.


유정의 군진으로부터 돌아왔는데 초원(원숭이)과 낙타가 있다고 했다. 원숭이는 능히 적진으로 돌진할 수 있고, 낙타는 물건을 운반할 수 있다고 한다.

-신녕현감 손기양의 일기

 

뿐만 아니라 임진왜란을 가장 자세하게 서술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조경남의 ‘난중잡록’에서도 원숭이 부대에 대한 기록을 확인할 수 있지요. 조경남은 직접 명나라 부대를 확인한 후 말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원숭이 기동대를 묘사했어요.



군사 가운데 초원 4마리가 있어 말을 타고 다루는 솜씨가 사람과 같았다. 몸뚱이는 큰 고양이를 닮았다.

-조경남의 ‘난중잡록’

 

적정 | 전투 상황이나 대치 상태에 있는 적의 특별한 동향이나 실태

표류 | 어떤 목적이나 방향을 잃고 헤맴

외인부대 | 외국인으로 편성된 용병 부대

현감 | 조선시대에 둔, 작은 현의 수령


▲해귀라 불리며 임진왜란에 참전했던 흑인 용병

놀라지 마시라~ 이번엔 ‘색’다른 병사 등장!

하지만 임진왜란 속 기막힌 병사들은 원숭이 기병대뿐만이 아닙니다. 여러분. 원숭이 기병대 위쪽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또 다른 생김새를 한 4명의 사람이 보이지 않나요? 임진왜란 중 왜적이 2차로 침입했던 정유재란 때 선조가 명나라 파견군 장수인 팽신고를 위해 베푼 잔치에서 팽신고는 선조 임금에게 이렇게 고했습니다.


“전하, 제가 색다른 신병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래요. 어느 지방 사람이오이까.”

“예. 호광 남쪽 끝에 있는 ‘파랑국’ 사람입니다. 바다를 세 번 건너야 호광에 이르는데 조선과 거리는 15만 여 리 됩니다. 그 사람은 조총을 잘 쏘고, 여러 무예를 지녔습니다.”


팽신고가 데려온 색다른 신병에 대한 <선조실록>의 기록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노란 눈동자에 얼굴빛은 검고 사지와 온몸도 모두 검다. 턱수염과 머리카락은 곱슬이고 검은 양의 털처럼 꼬부라졌다. 이마는 대머리가 벗겨졌는데 한 필이나 되는 누른 비단을 반도의 형상처럼 서려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선조실록’ 중


놀랍게도 이들은 바로 임진왜란에 참전한 ‘흑인’ 용병들입니다. 파랑국은 1557년 포르투갈을 지칭하던 한문표기입니다. 그러니까 이 흑인용병은 바로 포르투갈 사람들이라는 것이지요. 이들은 특히 잠수 실력이 대단해 바다 밑에 잠수해 적의 배를 공격하는 뛰어난 전투능력을 가져 바다의 귀신이라는 뜻인 ‘해귀’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우리가 아는 사실은 역사의 ‘일부’일 뿐!

여러분, 어떤가요? 단순히 조선과 일본의 전쟁인 줄만 알았던 임진왜란에 이렇게 다양한 병사들과 국가들이 참여했다는 것이 믿어지나요? 조선은 아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국제적인 넓은 세계 속에 이미 발을 들여놓았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항상 역사를 더 넓게, 그리고 훨씬 더 깊게 알려고 하는 자세를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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