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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교육 퇴행시키는 대학에 장려금 준다고?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학종 확대 취지 버려진 채 수능 확대에 이용되나


교육부가 지난 8월 17일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발표하면서 수능위주전형 비율 30% 이상 대학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참여 자격조건을 부여해 대학이 수능위주전형을 확대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동안 이 사업은 사실상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고 수능 영향력을 축소해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기여한 대학을 위주로 지원금을 지급했기 때문에, 교육부가 지원사업 대상을 하루아침에 뒤바꿔 본래 사업 취지와 정반대로 사업을 이용하려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학생부전형 확대, 수능 영향력 축소'가 핵심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교육부가 2013년에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 시안(이하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기획됐다. 당시 제기된 대입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는 복잡한 대입제도를 간소화해 학생·학부모의 입시부담을 경감하고, 수능 성적 중심의 대입제도로 인해 지식암기 위주인 고교교육을 창의·융합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교육으로 혁신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교육부는 2013년 대입제도 발전방안을 발표했고, 학교교육 혁신을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 작업에 착수했다. 그 결과 올해부터 고교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됐다. 교육부는 대학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 고교 교육과정 운영에 기여하는 입학전형을 운영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당시 ’공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 2013년 대입제도 개선 배경




교육부가 지원사업을 실시하면서 대학에 제시한 '고교교육 정상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핵심 평가지표'를 살펴보면, 가장 높은 배점을 차지하는 요소는 ‘학교교육 중심 전형 운영’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즉 교육부는 대입에서 학생부 활용을 강화하라는 차원에서 학생부 위주 전형을 확대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겠다는 신호를 대학에 준 것이다.


또한 교육부는 학교교육 혁신을 위해 사실상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낮출 것도 요구했다. 수시에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 및 폐지하고, 정시 비율을 낮추면서 학생부 위주 전형 비율을 높인 대학을 지원사업의 우수 대학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 2014년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 평가지표



수능 최저 폐지 대학, 학생부전형 확대 대학이 우수 평가 받아

2014년 지원사업 선정결과는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2014년에 지원사업에서 최고 금액을 받은 대학은 경희대, 중앙대, 한양대이다. 이들 대학 중 한양대는 수시모집 전체에서, 경희대는 논술전형을 제외한 수시모집 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해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또한 최고 금액을 받은 3개 대학 모두 학생부위주 전형 선발인원’을 확대해 교육부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교육부는 이처럼 정시 수능위주전형 선발비율을 줄이고 학생부위주전형 비율을 확대한 대학에 높은 금액의 재정을 지원했다. 이는 결국 교육부가 직접적으로 언급을 하지 않았을 뿐, 지원사업 실시 이후 학교교육 혁신을 위해 정시 수능위주전형을 축소하라는 신호를 대학에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사실은 경희대와 고려대의 연도별 지원금 증감액을 비교하면 명확히 드러난다. 경희대는 그동안 정시 선발비율을 2014학년도 43.2%에서 2019학년도 26.2%로 40% 가량 줄여, 지원사업이 시작된 2014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높은 금액의 지원을 받아 왔다. 2014년 30억, 2015년 15억, 2016년 19.1억, 2017년 19.3억, 2018년 16.6억 원 등 총 100억 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는 정시 선발비율이 2017학년도까지 큰 변화가 없었지만, 2017학년도에 28.2%였던 것을 2018학년도에 15.1%로 대폭 줄여 많은 금액의 재정지원을 받게 됐다. 고려대가 받은 지원금은 2015년 6.5억, 2016년 16.6억, 2017년 22.3억, 2018년 15.6억 원 등 총 61억 원이었다.


이처럼 교육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실시하면서, 학교교육 혁신을 위해 정시 수능위주 전형 선발을 줄이고 학생부위주전형을 늘릴 것과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 및 폐지하라는 신호를 대학에 보낸 것이다.


하지만 8월 17일 교육부가 2022 대입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교육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에 ‘수능전형 30% 이상 확대’를 참여 자격으로 걸었다. 사실상 학생부전형 확대 취지를 가진 지원사업의 성격이 이전과 정반대가 돼 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2022학년도 상위권 대학의 실제 수능전형 비율은 현행(대입시행계획으로 발표된 2020학년도 기준)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은 "수능전형 확대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면 고교 수업은 EBS 교재가 교과서가 돼 지식암기·문제풀이 중심으로 파행 운영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능전형 30% 이상 확대를 고교교육 정상화 지원사업의 자격조건으로 건다는 것은 수능전형을 확대해 고교교육이 혁신되는 것을 가로막는 대학에 수백억의 국고를 나눠주겠다는 의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교육부가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학들, 대혼란…교육부 눈치 보거나 반기 들거나

한편, 일선 대학들은 수능전형 확대를 지원사업과 연계한다는 교육부의 결정에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들은 그동안 시험 점수 위주의 선발에서 벗어나 고교 교육과정과 연계해 다양한 역량을 갖춘 우수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해 왔고, 교육부도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해 왔기 때문이다.


2020학년도에 학생부종합전형 100%로 학생을 선발할 계획을 밝힌 한동대의 경우 2018년 지원사업에서 약 7.8억원을 지원받는 대학으로 선정됐다. 대학의 선발 규모가 크지 않은데도 상당히 큰 금액을 지원받은 것은 학생부종합전형 100%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긍정적인 점수로 작용한 결과다.


그런데 2022학년도부터 수능전형 30% 이상으로 확대하지 않으면 지원사업 자격조차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같은 지원사업에 정반대의 기준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 방침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대학도 등장했다. 교육부 발표 사흘 뒤인 8월 20일 포스텍(포항공대) 김도연 총장은 "오지선다 객관식 수능 시험에서 운 좋게 몇 개 더 맞으면 대박이 나고, 운 나빠 몇 개 더 틀리면 쪽박을 차는 현재 수능 제도가 과연 공정한지에 대한 사회적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며 "우수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포항공대가 지향해 온 학생부종합전형을 활용한 선발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교교육 퇴행시키는 대학에 고교교육 기여 지원금 준다고?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그동안 대학이 고교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대입전형을 설계하도록 이끈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고교가 정상화된다는 것은 학교수업과 학생의 학교활동 등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능위주전형을 축소해 입시학원 등 사교육기관에 빼앗긴 학교의 교육적 위치를 되찾고,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해 다양한 역량을 갖춘 학생들이 대입에 성공할 수 있게 하는 토대가 필요했다. 그 역할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이 해온 것이다.


학종 도입 초기 학생부종합전형에 수능 최저기준을 적용하는 대학이 많았지만 이제는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거의 사라졌다. 학생부교과전형에서 수능 최저를 없애는 대학도 상당수다. 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덕분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시계를 다시 거꾸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


많은 교육 관계자들은 "교육부가 더 이상 '그러니까 교육부'라는 조소와 비난을 듣지 않으려면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목적과 취지를 다시 한 번 분명히 되새겨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목적과 취지에 맞춰 고교교육 정상화를 이끄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들의 목소리에 교육부가 귀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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