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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교실의 주인인 아이들과 함께 직접 교실 바꿔보니…

황정회 강원 서원초 교사의 교단일기
  
《에듀동아는 신학기를 맞아 ㈜시공미디어가 운영하는 초등 디지털 교육 플랫폼 ‘아이스크림’과 함께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의 다양한 고민과 단상을 담은 ‘교단일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더 나은 수업을 위한 교과과정 연구와 학생 생활 지도 Tip부터 학부모 상담‧대응 노하우 등 초등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주제로 베테랑 교사들이 보고 느낀 점을 담백하게 담았습니다. 교단일기를 통해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계 내부의 소통이 더 활발해지기를 바랍니다. ‘교단일기’ 칼럼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학교’라는 공간은 배움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자잘한 일상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일상으로서의 공간을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하고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교실이라는 공간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유다.  

변화는 먼저 아이들에게 우리 교실에 대한 모습을 묻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교실에 있었으면 하는 것, 불편한 점, 변화했으면 하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했다. 우리 교실의 문제점을 살펴보니 물건들이 너무 많아 주변이 어수선하고 책이 많아 정리가 되지 않는 것과 낡은 블라인드가 문제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와 함께 새롭게 있었으면 하는 것으로는 바닥 매트와 새로운 책장 그리고 교실 벽화가 언급됐다. 

처음에는 제한을 두지 않고 마음껏 상상하도록 했다. 이것이 가능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고민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제한 없이 풀어 놓도록 했다. 다양한 상상력을 통해 나타난 아이들의 생각을 모아두고 나서 꼭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과 실현 가능한 것을 찾아보았다.  

국어시간에 ‘설명하며 말하기’를 공부하면서 아이들은 자기가 상상한 교실 디자인을 소개하기로 했다. 그 다음 단계로 실현 가능한 조건들을 현실화 하고 시각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활용해 실제 설계도를 작성해 보았다.  

이 설계도를 그리는 작업은 수학시간 도형의 길이를 배우면서 실제 교실의 크기와 가구의 배치를 줄자로 재어보고 그 비율에 따라 온라인 설계도를 작성하였다. 가상의 공간이지만 이렇게 실제로 공간을 구성해 봄으로써 아이들이 구현하고 싶은 교실의 모습이 실체를 나타낼 수 있었다.  

설계까지 마치고 아이들은 회의를 통해 최종 필요한 가구와 교실 배치를 결정했다. 이제 그 결정대로 교실을 배치하고 가구를 들여놓는 일이 남아있었다. 교실 배치를 다시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책장이나 사물함을 옮기고 재배치하는 일은 실과 시간에 배우는 정리정돈을 통해 실행할 수 있었다.

가구의 경우 처음 계획은 직접 나무를 구입해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책장을 만들어 보고 싶었는데, 원목을 구입하는 문제와 재단하는 일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아쉽지만 DIY 가구를 구입하여 아이들의 힘으로 직접 조립하는 선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아이들과 DIY 가구를 조립해보니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에는 직접 원목을 자르고 재단을 하는 일보다는 DIY를 구입하여 조립하여 사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매트부터 스텝 스툴, 책장까지… 작은 소품들이지만 아이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직접 선택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학생의 상상을 실현하도록 지원하는 일. 교실이라는 공간이 교사나 학교의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만, 학교 현장에서의 현실적 어려움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한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는 6학급 규모로 교실의 위치가 정해져 있고 한 학년이 한 반씩 있었기 때문에 한 번 맡은 학년을 2년 이상 하는 중임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 교사가 학년을 바꾸더라도 교실 팻말만 바꾸어 학교에 근무하는 동안 같은 교실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1년 단위로 교실이 바뀌고 학년이 변화하는 현재 학교 구조에서는 교사 개인의 비용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든다. 예산적 지원이 뒤따르지 않는 경우, 새로운 공간을 구성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다. 우리 교실 역시 예산지원이 있던 해에는 책장과 바닥매트까지 바꿀 수 있었지만 그 다음 해에는 예산이 배정되지 못했다. 매년 큰 금액을 교실 환경 개선비로만 책정하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일정금액의 예산을 바탕으로 아이들과 교실을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일상의 학교생활 속에서는 다시 얻기 힘든 기회이기도 하다. 중요한 점은 예산을 통한 교실 공간의 재구성이 아니라 교실에 관한 이야기를 아이들과 나눈다는 데에 있다.  

그 다음 해에 만난 4학년 아이들과도 첫 출발은 마음껏 상상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지난해 아이들과 달리 올해의 아이들은 책장이나 바닥매트 보다는 동물이나 식물을 교실에서 함께 키워보고 싶어 했다. 다양한 상상 속에서는 고양이와 강아지까지 나왔지만 식물을 기르는 것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해 비교적 비용 부담이 없는 ‘다육이’를 아이들과 함께 키우며 교실 공간 활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거창하게 교실 가구를 바꾸고 벽화를 그리는 것과 같은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먼저 아이들이 자유롭게 교실 공간을 상상해보는 것으로 출발해 보자. 그리고 그 상상 속에서 실현 가능한 것들을 찾아보면 좋겠다.   

▶ 황정회 강원 서원초 교사 

(황정회 강원 서원초 교사는 항상 아이들을 위한 새롭고 좋은 교실 문화를 고민하며, 그 다양한 고민의 과정을 ‘아이스크림 쌤블로그’ 내에 ‘정회쌤의 교실이야기'라는 이름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더욱 많은 고민과 수업 노하우가 담긴 황정회 교사의 교단일기는 ‘아이스크림 쌤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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