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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분류

대입, 내신으로 지원하고 학생부·면접으로 합격한다

박흥순 평촌에듀플렉스 원장이 말하는 중·고교생 대입 준비전략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한 한 학생이 면접을 보고 왔다. 교수님이 어떤 질문을 했는지 물었다. 학생부에 기재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공감능력 확인, 교과서에 수록된 소설 제시 후 결말 재구성하기, 자필 시에 대한 소개가 전부였다. 학교와 학원에서 준비해 외워갔던 문항은 전혀 쓸모가 없었다. 1차 전형 40%, 면접 전형 60%로 당락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도대체 고등학생에게 무엇을 요구하는 것일까? ‘열심히 공부해도 대학가기 힘든 세상’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 대입 결정권자인 교수는 어떤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나?  

학부모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국가에서 대학생을 선발했다. 1등부터 60만등까지 수능, 학력고사 총점을 기준으로 상위권 대학부터 배분을 해주었다. 지금은? 선발주체가 바뀌었다. 교수는 말한다. ‘내 제자는 내가 뽑습니다!’. 
  
60명 정원에 300명이 몰려 왔다. 교수는 내신, 학생부를 훑으며 무엇을 제일 먼저 볼까? 성적? 놀랍게도 ‘진로희망’ 관련 항목을 훑어본다. 먼저 ‘국문과, 자동차학과에 관심은 있는지’를 궁금해 한다. 내가 지원한 학과의 교수는 4년 후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수한 인재’를 추천해야 한다. 기업체에 추천을 해야 하고, 연구소에 보내 주고, 대학교 총장이 ‘우리 학교 출신의 학자를 만들어 봅시다’하면 대학원에 진학도 시켜야 한다.

점수 높은 학생 선발에는 성공했지만, ‘경영학과 부전공, 기계학과 복수전공’을 하거나, 공무원 시험, 고시동아리로 정원 대부분의 학생을 빼앗기고 나면 허탈감이 몰려온다. 4년간 교수는 뭘 한 것일까? 학생 개인에게도 손해지만 사회적 손실은 어찌할까? 그래서 교수는 외친다. ‘나 이런 학생 안 뽑아! 점수는 조금 낮아도 국어국문, 자동차를 좋아하는 학생을 뽑을 거야!’. 

교수가 가장 먼저 나의 진로희망을 살펴보았다면, 그 다음은 어디에 관심을 가질까? 교수는 이렇게 질문한다. ‘그렇게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관련 독서, 동아리, 진로활동은 무엇을 했으며, 나와 같이 4년간 공부할 분야에 대해 간접경험을 하고 그 결과 무엇을 공부할지를 알고는 지원했는가?’. 고등학교 3년간의 나의 활동은 어떻게 평가가 될까? 선생님이 관찰한 결과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되고, 왜 이러한 활동을 했는지를 자기소개서에서 확인한다. 그리고 교수는 ‘이 학생이 이런 사회문제에 이러한 생각을 갖고, 실제 현실에 적용을 할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 대학, 우리 학과를 찾아 왔구나’를 확인하고 평가한다. 이것이 같은 고등학교에서 같은 대학, 같은 학과를 지원했는데, 전교 50등은 떨어지고, 전교 70등이 합격하는 이유이다.

‘우리학과에 관심도 있고, 4년간 나와 함께 어떤 공부를 할 것인지도 갖춘 학생이라면?’ 교수는 이제 ‘기초학력’을 살펴본다. ‘이런 과목이 우리 학과 전공 공부에 필요하고, 4등급은 되어야 내 강의를 이해할 수 있겠지? 그런데 내신이 6-7-6-7등급이네. 그렇다면 학생은 저 산속에 있는 대학으로 가거라. 난 4등급 이상 학생에 맞는 강의를 할 건데, 자네는 이해를 못할 것 같아!’. 그렇다면 ‘기초학력’은 무엇으로 평가할까? 어떤 과목을 선택했고 이해도는 어떠했는지를 지필과 수행평가 즉 내신으로 평가한다. ‘대학을 가려면 학교생활에 충실해라’는 말이 진리가 된 이유다.  

선발주체인 교수에게 인정받고 대학진학을 하고 싶다면, ‘진로희망-학교활동-기초학력’을 기억하자.

○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 무엇이 다를까… ‘학생부중심전형’이라 부른다

고려대학교 학생부교과전형을 예로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학생부교과전형은 내신점수가 높은 순서로 합격되는 전형으로 알고 있다. 실제는? 1단계 내신으로 정원의 300%를 선발한다. 일부 대학은 정원의 600%를 선발하기도 한다.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을까? 일정 등급 이상이면 다 뽑겠다는 의미이다. 지원 학과에 필요한 과목을 이수했고,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도를 가졌다면 1차 전형을 통과한다. 

고려대 학생부교과는 이제 2단계 면접으로 100%를 선발한다. 1단계 내신점수는 포함이 되지 않는다. 어라? 지필과 수행. 즉 내신만 피눈물 나게 준비한 학생들은 당황한다. 일정 수준이상의 기초학력을 갖추었다면, 지원학과 교수가 직접 ‘우리 학과에 필요한 다양한 면접’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노력의 반영이다. 

이번엔 연세대학교 학생부종합전형을 살펴보자. 1단계 학생부로 300%를 뽑는다. 지필-수행-학생부를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이다. 그리고 2단계 면접점수가 이에 60%가 반영된다. 이번 전형도 학생부에 기반 한 면접으로 당락이 좌우된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원래 이렇게 뽑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크게 놀랄 것은 없다. 그런데 ‘우수한 학부모’ ‘우수한 학생’이라면, 학생부교과와 학생부종합전형에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된다.  

그래서 최근 전문가들은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의 구분을 잘 하지 않는다. 그저, 학생부전형, 학생부중심전형이면 족하다.  

서울대학교가 학생부종합전형 80% 체제를 도입한 지 수년이 지났다. 그리고 우리는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입시전형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보게 된다. 고2, 고1,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우수한 학생의 기준’이 어떻게 진화할지, 내가 지원하고 싶은 대학에도 유사한 기준이 적용될 지를 반드시 생각해야 될 시점이다. 

이제, 전형의 구분이 중요하기 보다는 내가 지원한 학과의 교수가 ‘고등학교 때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 일정 수준이상의 점수는 갖추었는지,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우리학과를 찾아 왔는지, 나와 4년간 치열하게 공부할 수 있는지’의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실제 고등학교 생활, 즉 진로-지필-수행-학생부 활동을 충실히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 그래서 어떻게 준비하라고?… 1등 분야를 만들어라! 

국,영,수,사,과 과목별 점수가 늘 99점인 학생과 항상 90점인 학생은 누가 더 성적이 좋은 학생일까? 정답은 ‘똑같다’이다. 모두 1등급으로 표기된다. 대상 학부모와 학생만 부러워하고 안타까워할 뿐이다.

영어점수가 2등급인 학생과 3등급인 학생은 누가 더 대학 진학에 유리할까? 정답은 ‘학과별로 다르다’이다. 대학교수는 말한다. ‘우리 학과는 영어가 중요합니다. 교재의 50%가 영어로 되어 있어요. 그런데 고교 영어점수가 조금 떨어져도 큰 문제가 없더라고요. 어차피 2학년 되면 전공교재 읽는 속도는 다 비슷해집니다. 그래서 난 영어점수로 내 제자를 뽑을 생각은 없어요. 우리 학과에 필요한 과목을 이수했는지, 점수는 어떤지가 관심입니다’. 이 경우 이 학과의 영어 반영비율은 뚝 떨어지거나 무시된다.    

2015개정교육과정에서는 일반선택과 진로선택 과목을 개설해 놓았다. 2022년 교육개정에서는 진로선택 과목의 경우 A, B, C 3등급 평가를 명시했다. 과목별로 얼마나 높은 점수를 얻느냐의 싸움에서 ‘내 진로와 관련한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로 전장이 옮겨 갔다.  

우리에게는 내 진로에 대한 결정권, 관련 과목에 대한 선택권, 다양한 학생부 활동 대한 실행권이 주어져 있다. 이러한 권리를 잘 사용하면 대학가기 유리했다. 하지만 이제는 권리이자 의무로 변화했고, 그 의무를 잘 수행하지 못하면 대학가기 어려운 시대에 직면했다.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뛰어가면 1등은 1명만 나온다. 모두가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면? 이론상으로는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다. 국어국문학 분야에서 1등, 자동차학과 분야에서 1등, 심리학과 분야에서 1등, 생명공학 분야에서 1등이 되는 고민을 하자. 1등 학생부를 만들자! 

학부모 시대에는 다양한 역량에서 2등-2등-2등의 수준을 갖추면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했다. 이제는 어림도 없다. 1등-2등-3등의 역량이 있어야, 1등의 역량으로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주어진 범위에서 고득점을 꿈꾸기 보다는 나만의 영역에서 깊이 있는 탐색을 해보자. 지원학과 교수의 질문에 논리적으로 답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높은 곳에서 보면 모든 게 작게 보인다 

우리 학생들은 2015개정교육과정으로 학교 교육을 받고, 다양한 대학별 자율 전형으로 입학을 한다. 쉽게 이야기 하면, 내신으로 지원자격을 얻고, 학생부-면접으로 대학을 간다. 우리 아이가 원하는 대학에 지원했었다는 자부심만으로 평생을 만족할 수 있다면 내신만 챙기면 된다.  

하지만, 원하는 학과에 입학을 하고 졸업을 해서 사회에서 ‘나만의 영역’에서 인정을 받고 중상 이상의 생활을 원한다면? 지필-수행-학생부-면접을 균등하게 준비하자. 이제 정책은 결정되었으니 남은 것은 신중한 전략이다.  

먼저, 변화된 교육환경과 정책에 도전하여, ‘나는 여전히 선행과 심화 중심으로 밤 새워 공부만 해서, 평균점수로 전교 등수를 상승시키고, 대입정책의 부당함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법이 있다.

다른 하나는 ‘진로탐색과 선택과목, 학생부의 연계를 통해, 지원학과와 면접을 준비하고, 나만의 진로희망과 학업목표에 대한 계획·실천·피드백을 통해 나온 결과를 다음 목표에 반영하는, 자기주도성과 전공적합성으로 대표되는 입시제도를 활용하여 나의 미래를 설계’하는 방안도 있다. 갑자기 바뀐 환경이 부담스럽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좋다. 

선택은 우리 몫이다. 당연히 그에 대한 책임도 나의 몫이다. 하지만 누구도 늦지 않았다. 지금 시작하자!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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