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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성적을 올리고 싶은가? 책을 읽어라!

책 읽는 아이가 학업역량, 자기효능감, 진로성숙도 높다



“책 그만 보고 얼른 공부 좀 하지?”
우리나라 학생들의 독서열은 대단히 뜨겁다. 다만 초등학생만 한정해서다.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1년에 67권이나 되는 책을 읽는다. 독서가 학생의 인지·비인지 발달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학부모들은 아이가 읽든 안 읽든 너도 나도 아이 손에 책을 쥐어주고 본다. 

하지만 아이가 중학교,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상황은 반전된다. 중학생들은 연간 18.5권을, 고등학생들은 8.8권을 읽는다. 고등학생은 한 달에 한 권도 채 읽지 못한다는 얘기다.

학부모들은 책 읽을 시간에 문제 하나라도 더 풀어서 성적을 올리라고 성화다. 독서가 공부 시간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 밥 먹듯 읽어야 한다더니, 중·고생이 되자 책 읽기보다 공부가 우선이란다. 아이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심지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약 15%는 고교 재학 중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책을 많이 읽는 고교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학업성취도, 진로성숙도, 다문화수용성, 자기효능감 수준이 높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독서는 초등학생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성적 올리기에 몰두하느라 책을 멀리 하는 것이 오히려 성적 향상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학생의 인지·비인지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등학생 15%, 고교 3년간 책 한 권도 안 읽어 
한국직업능력개발원(원장 나영선)의 김영식 부연구위원 등은 10월 3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독서활동 실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고등학생은 평균적으로 한 달에 1.81권의 책을 읽고, 독서에 대한 태도는 보통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독서 활동을 보다 활발히 하는 학생들은 학업성취도, 진로성숙도, 다문화수용성, 자기효능감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책 읽는 학생이 성적도 좋다 
학부모가 아이 손에서 책을 빼앗는 가장 큰 이유는 학업성적 하락을 우려해서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독서 활동을 활발히 하는 학생일수록 학업성취도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5.64점으로, 그렇지 않은 학생들 4.75점보다 높았다. 한 달에 한 권 이상 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5.57점) 역시 한 권 이하를 읽는 학생들(5.46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학생의 독서 태도도 학업성취도에 차이를 가져왔다. 독서에 긍정적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5.73점으로, 그렇지 않은 학생들(5.34점)보다 높게 나왔다. 


*표 제공=한국직업능력개발원

책 읽는 아이가 진로성숙도, 다문화수용성, 자기효능감도 높다
이뿐 아니다. 책을 꾸준히 읽는 학생들은 진로성숙도 수준 역시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진로성숙도는 3.58점,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3.20점을 기록했다. 한 달에 한 권 넘게 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진로성숙도(3.65점) 또한 한 권 이하의 독서를 학생들(3.44점)보다 높았다. 또한 독서 태도가 긍정적인 학생들의 진로성숙도(3.69점) 역시 그렇지 않은 학생들(3.39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독서 활동을 활발히 하는 학생들은 다문화수용성도 높았다. 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다문화수용성(3.86점)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3.57점)보다 높았고, 한 달에 한 권 넘게 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다문화수용성(3.93점) 또한 한 권 이하의 독서를 하는 학생들(3.75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독서 태도가 긍정적인 학생들의 다문화수용성(3.99점) 역시 그렇지 않은 학생들(3.69점)보다 높았다.

자기효능감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자기효능감 수준(3.72점)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3.52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 달에 한 권 넘게 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자기효능감 수준(3.78점) 또한 한 권 이하의 독서를 하는 학생들(3.63점)보다 높았다. 독서 태도가 긍정적인 학생들의 자기효능감 수준(3.78점) 또한 그렇지 않은 학생들(3.62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중3 성적 높을수록, 혼자 공부하는 시간 길수록 책 많이 읽는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이 학생들의 독서 활동에 영향을 끼칠까?

연구진이 고등학생의 독서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 ▲중학교 3학년 때의 성적 ▲혼자 공부하는 시간 ▲사교육 참여 ▲혼자 공부하는 시간(주말) ▲동아리 수 ▲아르바이트 빈도 ▲학생 본인의 교육 포부 ▲학습 동기(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동아리 활동 시간 ▲부모가 원하는 학생의 교육 포부 등이 변수로 작용하는 것을 알아냈다. 그 중에서도 중학교 3학년 성적이 고등학생이 독서 활동에 참여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한편, 주중에 혼자 공부하는 시간이 긴 고등학생일수록 독서량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고등학생들의 독서량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상위 10개 변수는 ▲혼자 공부하는 시간(주중) ▲국어 선호 정도 ▲국어 과목에 재미를 느끼는 정도 ▲여가 유형 ▲혼자 공부하는 시간(주말) ▲가구 소득 ▲고교 유형 >▲중학교 3학년 성적 ▲가족과의 불화 정도 ▲아버지의 폭력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연구의 분석 대상은 2016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 학생 1만 558명이며, 성별로는 남자 5,583명(52.9%), 여자 4,975명(47.1%), 학교유형별로는 일반고 5,393명(51.1%), 자율고 550명(5.2%), 특성화고 2,595명(24.6%), 과학고와 외국어고(국제고 포함), 예술고, 체육고, 마이스터고 2,020명(19.1%)이다. 독서량의 기준은 한 달 평균 읽은 책의 권수이고 교과서, 참고서, 만화책, 무협지, 잡지는 조사에서 제외했다.
 
문제를 이해 못해 틀린 게 단순한 실수일까? 
독서역량은 학업 성적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많은 학생들이 수능이나 지필고사를 치를 때, 문제를 이해하지 못해 알고도 틀리는 일이 많다고 하소연한다. 문제풀이에 적용해야 할 공식이나 지식은 알고 있지만, 문해력이 떨어져 시험 문제를 틀린다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 중 대부분이 책을 읽지 않는다.

‘설마 내 아이는 안 그렇겠지.’라고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많은 아이들이 자기가 틀린 문제를 가리키며 “아는 문제인데 문제를 잘못 생각해서 실수로 틀렸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는 문제가 아니라 모르는 문제다. 영단어와 수학 공식을 줄줄 외워도 문제가 무엇을 묻고 있는가를 모르는데 어떻게 답을 찾을 수 있겠는가.

또한 최근 많은 중·고교에서 지필평가의 논술·서술형 문항 비중을 30% 이상 두고 있다. 객관식 문제를 다 맞아도 논술·서술 문제를 풀지 못하면 70점밖에 못 받는다는 말이다. 논술·서술형 문제를 잘 풀려면 문해력, 사고력, 논리력, 글쓰기 능력 등이 필요하다. 이 같은 역량을 키우는 데 독서만큼 효과적인 활동이 없다.

학교에서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에 지필고사만 있는 것도 아니다. 수행평가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수행평가 역시 논술·서술형 평가 비중이 30% 가까이 된다. 수행평가는 수업시간 참여도와 과제 등으로 점수를 매기는데, 수업시간 활동지를 써낸다든지 보고서 과제를 쓴다든지 할 때도 독서역량에서 비롯한 능력이 필수로 요구된다.

독서역량은 학종에서 빛을 발한다 
독서역량은 대학 입시 성패도 좌우한다. 2019학년도 대입에서는 서울지역 상위권 11개 대학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절반 가까이를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 더구나 국내 최고 학부인 서울대는 전체 모집인원의 78.5%를 오로지 학종으로만 선발한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무엇인가. 학교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학생의 학업역량, 인성,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을 정성평가하는 전형이다.

서울대는 특히 대입 자기소개서 4번 자율문항에 학생의 독서활동을 적도록 하고 있다. 그만큼 학생의 독서역량을 비중 있게 평가한다는 의미다. 서울대가 이처럼 학종 선발에서 학생들의 독서역량을 중요시하는 것은 독서역량이 뛰어난 학생일수록 학업역량, 인성, 전공적합성, 발전가능성이 뛰어나다고 판단한다는 방증이다.

독서는 학업능력뿐 아니라 인성 발달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앞서 소개한 연구결과에서 보듯 책을 많이 읽는 아이일수록 진로성숙도, 다문화수용성, 자기효능감도 높다. 책 읽기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간접경험을 쌓을 수 있고, 타인의 생각이나 처지를 이해하는 공감능력도 키울 수 있으며, 책을 한 권 한 권 독파해 가면서 성공의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다.

그러니 우리 아이를 훌륭한 미래 인재로 키우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아이가 읽고 싶어 하는 책을 읽히자. 책을 읽지 않고 문제 풀이 학습만 반복하는 아이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가 도지 못한다. 책을 읽을 때도 한 분야만 편식해 보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고전이나 신문, 잡지 등도 함께 읽어야 한다. 그것이 대입과 진로, 인생 모두를 성공으로 이르게 하는 힘이 된다.

* 사진 설명: 태백 장성여고 학생들의 독서활동 [사진 제공=장성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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