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코칭

'지옥불 수능'으로 저소득층 학생과 공교육이 죽어난다

수능, 사교육과 강남 8학군을 위한 전형인가



수능 국어 31번 문항이 수능이 끝난 지금까지도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국어 문제가 아니라 과학 문제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지문이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문 자체가 어려우니 과학과 먼 인문계열 학생들은 물론이고 자연계열 학생들 중에도 “너무 어려워 지문도 다 못 읽고 포기했다”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이처럼 국어가 어려워진 결과 이번 수능 국어의 예상 1등급컷은 85점으로, 지난해 94점보다 10점 가까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다수다.

경기도 일반고 2학년 국어를 맡고 있다고 밝힌 한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조차도 문제 풀이에 애를 먹고, 결국 문제 풀이를 포기하는 선생님도 있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국어시험은 성실히 교과학습을 하고 독서활동을 활발히 한 학생이라면 모두 맞힐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변별력을 준다는 이유로 과목 교사들조차 풀기를 포기하는 문제를 내는 것은 학생들을 ‘불지옥’의 고통에 몰아넣는 일이다.

영어 절대평가 결정한 초심으로 돌아가야 

영어는 또 어떤가. 수능 영어 과목은 지난해부터 절대평가로 치러져 90점 이상을 맞으면 모두 1등급이 된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1등급이 응시자의 약 10%를 차지해, 문제 난도 조절이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수능 영어 난도는 높아도 너무 높았다. 빈칸추론 문제인 33번, 34번 논리성추론 문제인 37번, 39번, 42번 등 까다로운 문항이 쏟아져 나왔다. 이 때문에 1등급 예상 비율을 5%대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이대로라면 지난해에서 절반이 1등급에서 떨어져나간 것이다.

수능 영어를 절대평가로 전환한 이유를 생각하면 교육 당국의 난도 조절 실패는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영어 절대평가는 학생들의 실제 영어 의사소통능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수능 시험을 쉽게 내 학업 부담을 줄이고 초중고 영어수업을 실용영어 중심으로 바꾸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교 영어수업은 여전히 문제풀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거기에 수능 문제까지 어렵게 나오고 나니, 영어 절대평가는 도입 의미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셈이다. 

경제 형편 나쁠수록 불수능에 취약…사회정의는 어디로? 

이처럼 수능이 ‘불수능’도 아닌 ‘지옥불수능’이 되면서, 쾌재를 부르는 것은 입시학원뿐이다. 전통적으로 수능 난도가 높아질수록 학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고난도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공교육 수업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너도 나도 1타 강사가 있는 입시학원을 쫓아간다. 

일부 언론은 불수능을 비판하는 듯하면서도 사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논조의 기사를 내보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백전불태의 저자 유성룡 교육연구소장은 “수능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올해 불수능으로 극심한 질타를 받았기 때문에, 내년에는 아마도 쉽게 출제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내년부터 수험생이 급감하는 것을 잘 아는 사교육 업체들과 일부 언론들이 짜고 치는 ‘공포 조장’에 넘어가선 안 된다”고 말한다.

수능 난이도 조절 실패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다. 돈 걱정 없이 일류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학생들에게는 불수능이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수능전형에서 강남 등 교육특구 학생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그쪽에 N수생들이 몰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불수능은 명백히 사회불평등을 더욱 공고히 하는 요인이다. 

해법은 쉬운 수능이다. 수능 난도가 낮아지면 변별력이 떨어진다며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변별력을 주려고 하면 얼마든지 줄 수 있는 것이 대학이다. 대학이 전형 연구를 게을리 하고 간편한 성적 줄 세우기로만 학생을 선발하려 하다 보니, 이 같은 지옥불수능 문제가 탄생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해법은 쉬운 수능…정시전형 평가요소 다각화해야 

최근 수능 위주 정시전형에서 정시 100% 전형을 깨고 다른 평가 요소를 도입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서울교대는 1단계에서 수능 성적 100%로 2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수능 80%, 심층면접 20%를 반영해 최종 합격자를 낸다. 동국대는 전년도 수능 100%에서 올해 수능 90%, 학생부 10% 반영으로 정시 모집요강을 변경했다. 서강대는 수학 가형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는 이유로 수능 난도를 올리라고 하는 것은 아이들을 예전처럼 ‘공부 기계’로 만들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수능의 채가 촘촘해질수록 학생들은 죽어나간다. 수능은 굵은 채 역할을 하고, 더 잘게 고르는 것은 대학 몫이 돼야 한다.

토론과 체험 중심의 수업으로 융복합 인재를 만들겠다며 고교에 개정 교육과정을 도입한 것이 바로 올해다. 그러면서 지난해에 이어 어려운 수능 기조가 계속 이어졌다. 게다가 올해 수능은 사상 최악의 지옥불수능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학교는 다시 입시 대비 문제풀이 학원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힘들게 제 본연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공교육 현장에 교육 당국이 날벼락을 내리고 있다. 

* 사진 설명: 세종시의 한 수능시험장 [사진 제공=세종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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