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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가 활개 치는 학교…학교가 피해 학생 두 번 죽인다

가해학생 불복하면 처벌도 완전 정지



“식당은 인간이 밥 먹는 곳인데 네가 왜 오냐? 구제역 걸리기 전에 꺼져.”
“OO신문 보는 거 보니까 이 OO 빨갱이네.” 

A군은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고 동아리도 같았던 동급생 B군을 '개·돼지'라 부르며 집요하게 괴롭혀왔다. A군의 폭력은 학교, 기숙사, 동아리 등 장소를 불문하고 1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B군은 이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고, 급기야 자살 시도에까지 이르는 지경이 됐다.

이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가 소집돼 가해 학생인 A군에게 ‘강제전학’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두 달 뒤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가해학생은 여전히 자유롭게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피해 학생은 학교에도 못 나온 채 집과 병원만 오가는 상황이다. 이유가 뭘까?

소송 폭탄→무기한 징계 연기로, 가해자와 피해자는 여전히 한 공간에 

사정은 이렇다. A군 측은 학폭위에서 ‘강제전학’ 처분을 받게 되자 “육체적인 폭력이 없었고 언어폭력으로 피해 학생이 상처를 받았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학폭위에 재심을 청구했다.

학폭위는 “다른 학교폭력과의 정도와 형평을 고려해” 전학 취소와 출석정지 7일로 징계 수위를 대폭 낮춰주는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내렸다. 그 사이 가해자 A군은 피해자 B군에게 진심 어린 사과의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고, 재심에도 참석하지 않는 불성실한 자세를 보였다.

재심 결과로 인해 학교에서 다시 A군을 마주쳐야 했던 B군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참다못한 B군 측도 재심을 청구해 A군의 ‘강제전학’이 최종 결정됐다.

겨우 끝났다고 안도하기도 잠시, A군 측에서 ‘소송 폭탄’을 터뜨렸다. 가해 학생 측은 학폭위 최종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전학 결정 효력을 정지시키라는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냈다. 가해 학생 A군의 아버지는 유력 검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결과가 나오려면 길게는 1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결국 행정심판과 전학 결정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가해 학생은 학폭 전이나 이후나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고, 피해 학생은 가해자를 볼 수 없어 학교를 못 가게 됐다. 
 
피해학생 보호에 두 손 놓고 있는 학교와 교육청 

학교폭력이 갈수록 지능화·범죄화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해야 할 교육당국은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학교폭력을 막는 데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학교가 가해 학생 처벌과 피해 학생 보호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A군의 경우, 재심을 청구하자 학폭위는 전학 취소와 출석정지 7일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 B군을 자살 시도에까지 이르게 한 폭력 가해자에게 내린 처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경미한 수준이었다.

인천의 한 중학교에서 동급생들에게 집단폭행을 당한 뒤 지난 13일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14세 중학생 사건도, 학교가 관심을 갖고 학생을 보호했다면 충분히 예방했을 수도 있는 비극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학생은 어머니가 러시아인이라 피부색과 얼굴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가해 학생들로부터 집단 따돌림과 상습 폭행을 당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학생들에게까지 만연해 있는 현실에서, 학교가 폭력을 적극적으로 막거나 예방해 학생들을 보호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숨진 피해 학생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60일 이상 무단결석을 했지만, 학교에서는 폭력과 관련한 어떤 상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학교폭력 예방과 해결에 무관심한 학교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가해학생 불복하면 처벌도 완전 정지 

인천의 또다른 중학교에 다니던 16세의 여중생이 지난 7월 아파트 자신의 방에서 뛰어내려 숨진 것도 학교폭력 때문에 발생한 비극이었다. 이 학생은 또래 중고교 남학생들에게 협박과 성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에서도 가해 학생들의 학교 학폭위는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온 다음에야 대책위를 열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등 미온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장애 학생을 500일 이상 상습 폭행한 고교생 2명에 대한 처벌도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해당 학교 학폭위는 이들에게 ‘강제 퇴학’을 의결했지만, 가해 학생 측이 불복하고 충북교육청에 재심을 청구했다. 그 결과 ‘강제 퇴학’이 ‘강제 전학’으로 바뀌었고, 이 결과에도 만족하지 못한 가해자 측이 재자 재심을 청구하자 ‘강제 전학’마저도 취소됐다.

이에 대해 충북교육청에서는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이 모두 고3이고 가해 학생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어 징계 수준을 완화했다”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내놨다.

피해학생 측, 학교폭력 해결 위해 흥신소 도움 받는 상황까지 

경찰청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4년부터 올해까지 1년에 1만 명 이상의 학생이 학교폭력으로 경찰에 적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많은 수가 죄질에 비해 경미한 처벌을 받고 있었다. 거기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 학생과 여전히 같은 학교에 다니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지르는 일도 다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죽하면 최근에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 측에서 교육당국이나 경찰의 처분에 불만족해, ‘사설 학교폭력 흥신소'를 찾는 일까지 드물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흥신소 직원이 가해 학생을 폭력적인 언행으로 위협해, 가해 학생의 사과와 재발 약속을 받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해결책이 될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폭력을 폭력으로 해결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을 야기하며 교육적으로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학교장 긴급조치를 발동하라! 

그렇다면 제도적인 문제로 피해 학생이 2차 피해를 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물론 있다. 학교장에게는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가해 학생에게 긴급조치를 명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긴급조치란  ①2명 이상의 학생이 고의적·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 ②학교폭력을 행사해 전치 2주 이상의 상해를 입힌 경우 ③학교폭력에 대한 신고, 진술, 자료제공 등에 대한 보복을 목적으로 폭력을 행사한 경우 ④학교장이 피해학생을 가해학생으로부터 긴급하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학교장의 재량으로 명령할 수 있는 조치다.

긴급조치에는 ①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②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③학교에서의 봉사 ④학내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 ⑤출석정지 등이 있다. 

긴급조치 중에 가장 강력한 조치는 가해 학생에게 내리는 출석정지 명령이다. 1997년 폐지된 유·무기정학과 비슷하다. 

학교장은 학폭위가 열리기 전이라도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해 출석정지 등 긴급조치를 명할 수 있다. 단, 출석정지의 경우 긴급조치 전에 학교 측은 가해 학생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학교장이 긴급조치를 취한 뒤에는 반드시 학폭위 추인을 얻어야 한다.

학폭 피해자 지킬 수 있도록 제도 보완 필요 
연일 뉴스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 사건에, 누리꾼들도 공분을 토로하고 있다.

누리꾼 hun*** 씨는 “(A학생이 여전히 학교에 당당히 다니고 있는 것은) 명백히 학교 잘못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엿다. h 씨는 “학폭위가 가해 학생의 전학을 결정하면 학교가 전학 때까지 출석정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 그래야 행정심판으로 인해 전학이 보류돼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라며 “이는 의도적으로 가해 학생 입장에서 취한 조취이거나 학폭 담당자나 관리자가 행정 절차를 모른 탓”이라고 꼬집었다.

누리꾼 lov*** 씨는 가해자인 A학생 측의 ‘소송 폭탄’에 대해 “가해 학생 아버지가 고위 공직자로서 자식의 잘못에 벌을 내리지는 못할망정 (소송과 집행 금지 신청을 제기한 것은), 가해자인 자신을 두둔하고 피해자에게 또 다른 학대를 가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물론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생들의 인간관계를 바람직한 모습으로 돌려놓는 일이다. 하지만 사안도 사안 나름이다. 엄중한 사건일수록 가해 학생이 스스로 잘못을 시인하고 진심으로 피해 학생에게 용서를 비는 모습은 거의 보기 힘들다.

더구나 가해 학생 처벌이 결정되더라도 가해자 측에서 재심을 청구하면 대부분 처벌이 대폭 축소되고, 소송까지 가게 되면 상황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소송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과 싫어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같은 학교에서 얼굴을 맞대고 생활해야 한다. 

가해 학생 때문에 울고 학교 때문에 다시 우는 학교폭력 피해 학생이 나오지 않도록, 피해 학생을 지키기 위한 학교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또한 가해 학생 측이 행정소송을 부당하게 이용할 수 없도록 제도 보완도 시급히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사진 설명: '학교폭력 없는 행복한 교실 만들기 연극 콘텐츠’ 수업 [사진 제공=경기교육청] (위 사진은 본 기사와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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