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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줄 세우기’ 수능보다 비교육적인 수시

조창훈 대치퍼스트클래스 대표 ‘수시 시즌을 마쳐가는 소회’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태를 비롯해 고교 내신 및 학교 내 경쟁을 둘러싼 최근의 여러 사태를 지켜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어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협력하는데, 어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것일까.’

○ 눈앞에 보이는 ‘같은 학교의 경쟁자’ 

학생부종합전형이 불러온 또 다른 ‘입시 지옥’ 덕분에 고교 현장에는 경쟁이 만연합니다. 특히 일반고보다 일부 특목고나 지역 명문학교 학생들이 더 심각한 경쟁 상태에 있습니다. 지원하는 대학군이 비교적 비슷한 편인데다가 내가 붙으려면 결국 친구가 떨어져야 하거든요. 이 경우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대개 같은 지역에 사는 경우인 것도 경쟁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매일 만나는 사람이 친구이자 경쟁자가 되는 셈인데, 이러한 환경은 진정한 친구를 만나기 어려운 환경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수능 선발에 교육적인 효과가 있다면, 가까운 친구를 경쟁자로 돌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경쟁의 규모나 강도는 결국 무엇을 두고 경쟁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입니다. 제가 수능이 보다 교육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아닌, 학생들 간의 관계가 건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잠깐 눈을 돌려 볼까요? 다국적 기업은 인재를 뽑고 승진시킬 때, 특정 지역이나 좁은 인재 풀만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동료와 경쟁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호전적인 사람은 회사발전에 위협을 주기 때문입니다. 다국적 기업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나와 직접 경쟁 관계에 있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내 경쟁자는 거대한 조직 내 어딘가 나와 마주칠 리 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역 내에서 경쟁이 심해지면 그만큼 협력은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전 세계 차원의 경쟁은 지역 단위에서는 협력을 이끌어냅니다. 서울대나 연세대가 여러 유형과 여러 지역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이유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고교 내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학종

대한민국의 대다수이자 평범한 일반고의 전교 1~3등은 함께 손잡고 와서 상담이 가능합니다. 1~3등이라도 성적 차이가 제법 나서 1등은 서울대, 2등은 고려대, 3등은 중앙대를 진학하는 식이니까요.

문제는 매년 10명 내외의 학생들이 서울 명문대에 진학하는 ‘결코 진학실적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는 학교들입니다. 이런 학교의 학생들은 자신의 정보가 샐까봐 걱정하고 제3자가 보기에 그다지 특이할 것도 없는 학생부가 혹시 복사되어서 유포될까봐 걱정합니다.

무화과말벌이 짝짓기를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공격성이 진화한 것처럼 사람도 한정된 자원을 두고 경쟁할 때는 남을 돕지 않는 이기적인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필연적으로 모든 개별 고교를 치열한 전쟁터로 만듭니다. 이 과정에서 경쟁은 심화되지요.

하지만 경쟁의 범위가 넓어 내가 1등을 차지하지 않고 평균 이상만 해도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가까운 사람끼리 힘을 합칩니다. 비슷한 이유로 전국 단위의 유명 특목고 학생들도 서로 나름 친합니다. 30~40명 이상이 서울대를 가기 때문에 경쟁의 압력이 줄어든 탓이지요. 

○ ‘누군가를 누르고 경쟁에서 살아남은 자’에게 불리한 학종

단순히 한정된 자리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경쟁의 환경도 문제가 됩니다. 보상이 평등하지 않은 상황, 즉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학생부에 기록이 남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성적이 좋기 때문에 기록의 양이 늘어나는 경우 말입니다. 이 경우 가까운 사람들끼리의 협력보다는 경쟁이 훨씬 격화됩니다. 승리의 보상만큼이나 패배의 아픔도 커지고 특히 작은 집단내의 경쟁은 이 차이를 더욱 부각시킵니다. 차이가 크게 느껴질수록 사람들은 내가 가진 것을 일부 잃더라도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이 때문에 성적에 관심이 많은 유형의 학생 일부는 ‘적당히’ 우수한 학교로의 진학을 피하려고 합니다. 실제로 적당히 괜찮은 지역단위 명문고 혹은 광역 자사고 학생들은 수능 성적으로 적당히 좋은 대학을 갈 수는 있어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는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최상위권 대학에서 선발을 꺼리기 때문이지요. 사실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는 소통하고 배려하고 협력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대학으로서도 경쟁에만 익숙한 학생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선발하기보다는 그 인원만큼 차라리 전국 단위로 경쟁하면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한 재수생을 정시에서 뽑는 것을 택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의 내신 반영비중이 지금보다 높아지면 위험하다고 봅니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이미 충분히 위험할 만큼 그 선발비중이 높고요. 학생부종합전형이 비판을 받는다면, 그것은 불공정하다거나 평가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가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바로 옆의 친구를 적으로 돌리는 환경을 만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창훈 대치퍼스트클래스 대표​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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