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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고교 교육 망치는 불수능"…누구를 위한 수능인가?

고난도 문항, 고교 교육과정 수준 벗어날 수밖에 없어



역대급 불수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후 언론과 교육계에서는 현행 수능체계가 지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제기하고.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공식적인 이의신청 창구인 한국교육과정평과원 홈페이지의 이의신청 게시판에도 역대 최다인 991건의 이의신청이 제기됐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 문제오류와 지나치게 높은 난이도에 대한 이의신청이 많았다.

이와 관련해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최근 제기된 수능 문제점을 종합해 보면 수능 출제 문제가 현재 고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다른 방식의 문제유형일 뿐만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났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또 "수능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수능의 성격과 목적을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는 출제로 고등학교 학교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는 것이라 밝히고 있는 것과 반대의 행태를 보인다"며,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을 운영한 고등학교에서 성실하게 수능을 대비한 학생이 도저히 풀 수 없어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국가가 져야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어 영역의 경우 역대급 난이도로 수험생을 고통스럽게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초고난도 문제로 불리는 국어 31번 문제의 경우 지문의 길이·소재·난도 모두 난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결국 12월 4일 평가원은 브리핑을 통해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향후 고난도 문제 출제를 지양하겠다는 내용 등을 포함한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12월 5일에는역대 수능시험 이후 발표하지 않았던 수능 출제 문항의 교육과정 근거를 평가원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평가원이 이례적으로 2019학년도 수능의 교유과정을 근거를 공개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는 조짐이다. 교육계는 평가원의 교육과정 근거를 토대로 출제된 문항을 검토한 결과, 소위 킬러문항이라 불리는 수학 가형 30번문제의 경우 고교 교육 과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 평가원이 밝힌 수학 가형 30문항의 교육과정 근거


■ 2019학년도 수능 킬러문항인 수학 가형 30번 문제


평가원의 교육과정 근거를 살펴보면 ‘미적분Ⅱ’에서 삼각함수와 관련된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대해 “삼각함수를 활용해 간단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교육과정의 ‘교수·학습 상의 유의점’ 에서 “삼각함수의 활용에서는 주어진 구간 안에서 해를 구하는 간단한 방정식과 부등식을 다룬다.”라고 밝히고 있는 것과 같다.

즉 교육과정에서 언급하고 있는 삼각함수를 활용해 간단한 문제를 푼다는 것의 의미는 삼각함수를 활용해 주어진 구간 안에서 해를 구하는 간단한 방정식과 부등식을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30번 문제의 경우, 주어진 구간이 없어 무한히 많은 해를 구해야 하는 문제로 교육과정의 수준을 벗어난 문항이라는 것이 교육계의 입장이다.

사교육걱정은 이와 관련해 "평가원이 30번 문항을 푸는데 필요한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3개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재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15개 정도의 성취기준이 필요하다"며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에서는 각각의 성취기준과 그와 관련된 문제를 풀도록 하지, 이렇게 10개 넘는 성취기준을 인위적으로 통합해 만든 문제를 풀도록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EBS 수능 강사가 20분 이상 걸린 고난도 문제를 학생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고 꼬집으며 "15개나 되는 성취기준을 인위적으로 조합한 문항은 교육과정의 수준을 벗어난 문항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수학 가형 30번 문제에 포함된 교육과정 성취기준


사교육걱정을 비롯한 많은 교육 관계자들은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을 벗어난 수능 문제 출제는 학교에서 대비가 불가능한 상황을 연출하고 수능 대비 사교육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연출해 과도한 입시부담과 교육과정의 파행을 조장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재로 고난도 수능이 치러진 이후 불수능을 대비하기 위해 수능 대비 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으며 고교 교사도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는 내용의 보도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수능이 교육과정을 위반해 고교 교육정상화를 가로막는 문제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학교가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학교에서 성실하게 대학입시를 준비해 온 학생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결코 묵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교육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사교육걱정은 "고교에서 대비가 불가능한 문제가 출제돼 피해를 입은 학생과 학부모의 사례를 모으고, 평가원이 발표한 2019학년도 수능의 교육과정 근거를 바탕으로 수능의 교육과정 위반 소지를 밝혀내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등의 법적 대응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진 설명: 세종시 수능시험장 [사진 제공=세종시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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