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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학생들과 영화 찍다보니… 영화같은 추억이 남아

경기 가남초 김석목 교사의 교단일기

《에듀동아는 신학기를 맞아 ㈜시공미디어가 운영하는 초등 디지털 교육 플랫폼 ‘아이스크림’과 함께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의 다양한 고민과 단상을 담은 ‘교단일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더 나은 수업을 위한 교과과정 연구와 학생 생활 지도 Tip부터 학부모 상담‧대응 노하우 등 초등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주제로 베테랑 교사들이 보고 느낀 점을 담백하게 담았습니다. 교단일기를 통해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계 내부의 소통이 더 활발해지기를 바랍니다. ‘교단일기’ 칼럼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 지금의 아이들은 모르는 <우뢰매>, <영구와 땡칠이>를 정말 재미있게 보았다. 그게 왜 이리도 재미있던지……. 아직도 연말에 TV를 틀면 방영해주는 <나 홀로 집에>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공상 과학 영화 <ET>도 기억에 남는다. 집에서는 ‘토요 명화’를 즐겨 보고 명절이면 TV에서 재미있는 영화를 잔뜩 방영해주곤 했는데, 영화관이 많아지고 집에서도 IPTV로 최신 상영 영화를 볼 수 있는 지금은 영화를 보는 횟수가 오히려 더 줄어든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사랑했던 나의 꿈은 언젠가 우리 반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꿈은 한 줄의 글로 시작되었다. 그 글을 늘려서 시나리오를 적어보고, 빨갛고 동그란 녹화 버튼을 누르며 촬영을 했다. 역시나 실수의 연속이었다. 처음 영상을 찍었을 때는 버벅대는 대사들과 미숙한 편집이 말썽이었다.

두 번째 영상은 음향이 문제였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작게 녹음되거나, 너무 크게 녹음되었다. 밖에서 촬영을 할 때면 바람 소리, 자동차 소리, 주위 아이들의 노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녹음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시행착오는 반복됐다.

“일단 한 번 찍어 보고 안 되는 부분은 원인을 분석해서 다음 영상 촬영 때 적용해보자!”라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촬영을 반복하며 조금씩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그렇게 3년 동안 완성한 영상이 60여 편이 되었다. 1년에 20편 정도씩 날림으로 찍은 것이다. 짧으면 2분, 긴 영상은 50분짜리까지. 그렇게 필모그래피를 만들어갔다.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며 하나 둘 만들어 온 영상을 통해 내가 얻은 것은 ‘경험’이었다. 내가 만든 영상 자체보다 영상을 만들고자 3년 동안 지나온 과정이 영화 같았다. 내가 쓴 글이 영상이 되는 경험, 촬영하려고 모인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 완성된 영상을 보며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 NG난 모습을 보며 서로 박장대소를 하는 경험까지, 아름답고 멋진 영화를 찍지는 못했지만 영화 같은 경험을 아이들, 선생님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 교단일기는 ‘시작’의 설렘, 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남겨보고 싶다면, 어렸을 적 <우뢰매>를 추억하며 한 번쯤 촬영을 해보고 싶다면 스마트폰으로 한 번 찍어보는 건 어떨까?

영상은 버벅댈 수도, 편집이 잘 안 붙을 수도, 잡음이 많고 대사가 잘 안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함께 촬영에 임한 친구들,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본다면 영화에는 없는 그때의 추억과 즐거움이 보일 것이다.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기술이 발전하면서 취미로 사진을 찍고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 늘어난 것처럼,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만드는 제작의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도 늘어났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만드는 일은 제작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역할 나누기부터 편집까지 귀찮은 일 투성이지만, 아이들을 하나로 묶는 영화적 경험을 할 수 있기에 교사로서 꼭 한 번 찍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수학으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으로. 아이들과 함께 만든 영화가 희극일지 비극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즐거움의 경험과 과정만큼은 틀림없는 희극이 될 것이다.

▶ 김석목 경기 가남초 교사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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