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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보내놨더니 ‘인 서울’도 힘들다고?

일반고보다 못한 자사고의 대입 대비 역량



자사고나 특목고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SKY 등 최상위 대학 진학에 기대를 걸고 원서를 낸다. 자사고가 일반고에 비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역량이 뛰어나고, 교육 수준이 높으며 대체로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이 진학하기 때문에 정시 수능전형을 준비하는 데에도 유리하다는 믿음에서다.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은 내신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학생부교과를 준비하는 일은 없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생부종합전형을 기본적으로 준비하는데, 내신 하위권으로 갈수록 논술과 수능 정시에 기대를 걸게 된다. 이런 하위권 학생들조차도 목표는 인서울 중위권 대학과 지역거점국립대 이상에 둔다.

하지만 ‘묻지마’ 식 자사고 지원을 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입학 때는 전국 상위권 성적이던 학생이 자사고에서 보낸 3년 동안 학업역량이 급전직하로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학생 중에는 상위권 대학 진학은 고사하고, 인서울 대학 진학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도 더러 나온다. 

진학 실적이 일반고보다 못한 자사고 K고

전국단위 자사고이면서도 다른 지역 일반고보다 못한 진학실적을 보이고 있는 K고를 주목하게 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K고는 전국단위 자사고이지만 대입 실적은 초라하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 합격생은 고작 6명이고 연세대, 고려대 합격생도 각각 10명, 20명으로 신통치 않은 결과를 보였다. 서울대 합격자 6명은 모두 수시 합격으로, 정시 합격자는 1명도 없다.

거기다 서·연·고 36명의 합격자 가운데는 중복이 상당수 섞여 있다. 서울대에 합격한 학생이 연세대와 고려대에 동시에 합격하고, 연세대에 합격한 학생이 고려대에 동시에 합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서·연·고 입학생 수는 36명에 훨씬 못 미치게 된다. 

한편 한양대 학생부종합전형 45명, 성균관대 글로벌인재는 42명이 합격했다. 하지만 이들 중에는 기본적인 학업역량을 증명하지 못해 최상위권 대학 지원을 포기하고 낮춰 쓴 학생이 다수 포함돼 있고, 중복 합격자 역시 적지 않다. 연세대 등에 지원했다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탈락한 학생들도 대부분 여기 속한다. 

3등급 학생은 경희대를 썼다가 떨어지기도 했다. ‘전국단위 자사고’라는 이름값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전국단위 자사고라면 못해도 4등급 대 학생들까지는 상위 17개 대학 이내에 합격하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 일반고인 B고와 비교해 보면 그 심각성이 극명히 드러난다. B고는 2018학년도에 서울대 5명, 연세대 5명, 고려대 15명의 합격자를 냈다. B고는 비평준화 지역 고교라 지역 인재들이 지원해 오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그 지역 내 인재들만이 지원할 수 있어 전국단위로 인재를 선발하는 K고와 애초 출발부터 다르다.

게다가 비평준화 지역 고교라 해도, 일반고라는 특성 상 자사고인 K고보다 교육 환경이나 인프라가 훨씬 떨어진다. 그런데도 대입 실적은 K고와 B고가 엇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보통 일반고와 비교해도 낮은 실적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먼 지방에 있는 자사고에 다닐 이유가 없다.
 
전국단위 자사고 K고, 하락세 못 면하는 이유는? 

전국단위 자사고는 크게 전국단위 모집과 지역단위 모집, 그리고 지역을 구분하지 않는 공통모집 등 3가지로 구분해 학생을 선발한다. 공통모집의 경우 일반적으로 사회통합전형이나 체육특기자를 중심으로 선발한다. 이 중 전국단위 합격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단연 우수하다. 

K고의 경우 2019학년도 입학정원은 총 280명이다. 그 중 전국단위 모집인원이 80명이나 된다. 지역인재는 20명, 사회통합은 28명, 나머지 152명 중 140명은 ‘OOOO 특별전형’으로 선발하고, 12명은 체육특기자로 뽑는다.

전국단위 모집에 합격한 학생은 그만큼 추리고 추려서 선발된 학생이라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음에도, 결과적으로 고3이 되어서는 자신보다 낮은 성적대 학생들보다 뒤처진다는 것을 학부모로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K고를 취재하게 된 것도 자녀가 K고에 다닌다는 한 학부모의 제보 전화가 발단이 됐다. 이 제보자는 “전국단위 자사고를 찾는 학부모들에게 자사고의 실상을 알려서, 무조건 자사고에 아이를 보내는 일이 없게끔 해달라”며 간곡하게 요청해왔다.

이 학부모는 "K고 전국단위 입학생의 학업성취도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며 "따로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전국단위 입학생 중에서도 대입에서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해 탈락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학교의 지시대로 학생부종합전형 대비를 위한 교과·비교과 활동에 밤낮없이 시달리고 있고, 주말에도 학종 관련 프로그램이나 행사 등이 많아 학생들이 실제로 자기주도학습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학교의 논술 준비가 부족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이에 대해 K고 관계자는 “논술의 경우 자치단체로부터 수천만 원을 후원 받아 고2부터 희망자에 한해 논술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으며, 평일 방과후나 주말에 학생들을 강제적으로 학종 활동에 참여시키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3등급 학생이 경희대에 떨어진 것도 학종이 성적으로만 선발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며 “한양대에 2.5등급 학생이 탈락하고 4.5등급이 합격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 K고의 대입 실적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5년 전 서울대 합격생이 15명이었지만 2016학년도에는 9명, 2017학년도에는 7명, 2018학년도에는 6명”으로 갈수록 줄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고는 2016학년도 360명, 2017학년도 332명, 2018학년도 303명으로 입학정원을 매년 30명 내외씩 줄여갔다. 학령인구 감소가 이유라고 하기엔 축소 폭이 지나치게 크다.


이와 비교해, 전국단위 자사고로서 여전히 정시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전주 상산고는 2016학년도 387명, 2017학년도 377명, 2018학년도 365명, 2019학년도 360명으로 보통 10여 명 이내의 정원 감소폭을 보이고 있다. K고의 1/3 수준이다.

또한 전주 상산고는 수시와 정시를 합쳐 한 해 40여 명 정도가 서울대에 입학한다. K고보다 7배 가까운 실적이다.

학종 대비도 수능 대비도 다 못하는 학교

K고가 이처럼 대입 실적에서 전국단위 자사고 최하위 수준을 보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대비 역량과 정시 수능 대비 교육 역량이 모두 낮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제보자는 “학교가 주중 밤늦게까지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학생들을 강제해, 숙제를 마치고 나면 아이들에게 자기 공부를 할 시간이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K고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저녁식사 후 9시까지는 전반 자율학습을, 11시까지는 후반 자율학습을 한다. 말 그대로 자율학습이라 강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부모의 말은 달랐다. 말은 자율이라고 하지만 전반 자율학습 때는 대부분 학교가 짜놓은 학종 활동을 주로 해야 하기 때문에, 후반 자율학습 시간에 겨우 공부할 짬이 난다는 것이다. 또한 방과후 학원 수강 등을 하려면 외출이 필요한데, 학교에서 대부분 외출을 막고 있다고도 했다.

이처럼 학부모와 학교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라, 결국은 대입 결과를 높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제보자와 K고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K고는 학종 대비 교육에 사활을 건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K고가 수시에서 서울대 합격생을 6명밖에 내지 못하고 해마다 그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K고가 정시는 물론이고 수시 학종에서까지 모두 부진한 성적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학업역량 저하’에 있다. 학종 대비 활동은 학생들이 기본적인 학업역량을 갖추었을 때에야 제대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제보자는 “K고가 학종 프로그램에 학생들을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참여시키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학업역량을 높일 수 있는 공부 시간이 너무나 모자란다”라고 주장했다.

학종에서도 학업역량 중요…학습과 활동의 황금률을 지켜라

앞서 예로 든 전주 상산고는 일반적으로 일과시간이 끝나면 학생들이 자유롭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들은 그 시간에 학종 관련 활동을 하기도 하고 학원 수강을 하거나 보충학습이 필요한 교과를 따로 공부하기도 한다. 이처럼 학생이 자기주도적으로 시간을 쓸 수 있게 하고 있어, 수시와 정시를 합쳐 한 해 40여 명 정도가 서울대에 입학한다.

반면 K고의 경우는 자기주도 학습역량이 충분한 학생들에게서 반강제로 개인 시간을 빼앗아가니,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시간을 갖지 못해 학업역량이 갈수록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는 비단 K고만이 가진 문제가 아니다. 일반고보다 뛰어난 학업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외고에서도 이런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들 학교는 교과 학습과 학종 활동의 황금률을 찾지 못하고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치우쳐, 수시와 정시 모두 기대 이하의 결과를 얻는다는 점에서 K고와 비슷하다. ‘과유불급’은 대입 전략에도 적용되는 진리이다.

거기다 여전히 많은 고교에서 학생부 기록이 교사의 평가가 없이 학생들의 일방적 진술이나 기존 기록을 복사하는 식으로 이루어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K고 학생들의 학생부 기록 역시 다른 학생의 기록을 ‘복붙’하거나, 학생들이 제출한 기록에 의지해 기재하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교사의 평가가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는다는 것은 학생의 역량이 학생부에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상위권 대학에 학종으로 합격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처럼 특목고나 자사고에서도 학생부 기록과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학업역량까지 저하될 위험이 있다면, 차라리 일반고에 진학해 상위 10위권을 차지하는 것이 대입에 훨씬 유리할 수 있다. 

자사고보다 학종 준비 잘하는 일반고 많다

최근에는 학종 대비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일반고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학종 비밀서 <명문대 학생부 대공개>를 대량 구매하는 학교들 중 많은 수가 일반고인 것도 그런 경향을 대변해 준다. 그 중에는 수시에서만 서울대 합격자를 2~3명 이상 배출한 일반고들도 있다. 

학종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제대로 대비하는 것은 자사고, 특목고, 일반고를 막론하고 가장 기본이 돼야 할 덕목이다. 그렇지 못한 학교는 학생들의 미래에 무책임한 학교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자사고의 경우는 우수한 인재들을 받아놓고도 그들의 역량을 제대로 꽃피워주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엄중한 자기반성과 함께 학종 대응 능력을 제대로 키워가야 할 때다.

관성대로 대입을 준비하는 학교는 대단히 위험하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더 나은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대입에서 좋은 실적을 올릴 수 없다. 현재 대입에서 자사고의 경쟁력이 갈수록 하락하는 이유는 일반고의 역량이 그만큼 높이 올라서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따라서 자사고라는 이름값만을 보고 자사고에 지원하는 학생도, 자사고라는 이름값에만 기대 변화와 발전을 외면하는 학교도 이제 더는 없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그 학교가 자사고인가 일반고인가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의 역량을 키워줄 수 있는 학교인가 아닌가를 아는 것이 고교 선택의 제1 조건이 돼야 한다. 

* 사진 설명: 울산 상안중 수업 시간 [사진 제공=울산교육청], 이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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