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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의 끝자락, 교사가 내다 본 수험생들의 앞날은?

최정곤 부산과학고 교사가 말하는 대입 그 후(後)… ‘새로운 문을 열 준비를 할 시기’


얼마 전 나는 수능 감독관으로 갔다 왔다. 수험생들의 모습은 약간은 긴장되어 있었지만, 눈빛은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아마 자신이 원하는 대학의 문을 열기 위해 온몸으로 부딪히는 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세상을 충분히 살필 시간을 갖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동안 어렵고 힘든 날들을 보냈고, 시험이라는 터널을 지나오느라 주위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학력고사 출신인 나도 시험을 앞둔 그때는 다른 것을 볼 수가 없었다. 머릿속에 온통 시험에 대한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누구나 한 가지 목표를 이루고 나면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지 못하고 방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 나 또한 잠시 동안 그랬다. 아마 이번 수능을 끝낸 학생들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내가 대학에 입학하던 80년대 초와 너무나 다르기에, 시험을 치른 학생들이 방황을 멈추고 진지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해야 할 때다.  


○ 학교 공부만 해오던 지금까지와는 달라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처음부터 아는 사람은 없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기 위해서는 마음이 끌리는 곳에 도전해야 한다. 그런 곳이 한두 곳이 아닐 수도 있다. 괜찮다. 다양한 곳에 도전해 보는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또한 평소 시험이 끝나면 꼭 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가졌던 부분이 있다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할지라도 시도해야 한다. 도전하고 노력하는 동안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는 영역이 보이게 된다. 그곳이 하나밖에 없는 자신만의 길이 될 수 있다. 

   

대학 선택도 마찬가지다. 지금 수능을 치른 학생들이 세상을 나아갈 때는 대학 이름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70~80년대까지는 산업사회였기에 필요한 인재가 외국의 우수한 기술을 알아와 산업에 적용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발달된 기술을 배워온다는 것은 창의력이 아니라 암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는 대학 이름이 경쟁력이 되었고, 인맥과 학맥, 지연 등의 ‘벌(閥)’이 판을 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개인의 능력이 우선인 사회로 변하고 있다. 대학이라는 울타리가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얼마나 단련시킬 수 있는가하는 것이 핵심이고, 경쟁력이 되는 시대인 것이다. 이미 진부한 느낌마저 주는 ‘세계화, 국제화’라는 이름이 대변하듯이 진검 승부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시대의 요구에 맞춰 겉으로 드러난 스펙이 아니라 안으로 갈무리된 능력을 갖춰야 한다. 


공부도 이런 시대에 맞게 해야 한다. 고등학교까지는 외부에서 주어지거나 정해진 과목을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전공이라는 정해진 것도 해결해야 하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고, 그것도 공부해야 한다. 어쩌면 그런 것을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에 후자가 더 힘들 수도 있다.


이것을 찾기 위한 바탕은 무엇보다 자신의 꿈, 혹은 비전이다. 이것 또한 처음부터 설정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먼저 마음속에 자신의 미래 모습을 다양하게 그려봐야 한다. 꿈꾸는 것이 모두 이루어질 수는 없지만 그 중에 어느 것은 자신의 미래 모습으로 구체화 될 수 있다. 자신의 꿈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은 상태에서, 옆에 있는 사람들이 한다고 따라서 한다면 헛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의 그림자로 살아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 미래 사회의 변화, 수용하고 준비해야 


미래는 창의성을 요구하는 시대다. 창의력은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에서 생기며, 갑자기 만들어질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창의성과 관련된 자기계발서 몇 권을 읽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더욱 아니다. 그것은 충분한 준비와 훈련이 되어 있어야 발휘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창의성과 관련된 전문가들은 상상력이 우선이라 얘기하지만 상상하는 것도 훈련을 통해 사고능력을 길러야 올바른 상상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그것과 관련된 다양한 책을 읽고, 사색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것이 앞길이 보이지 않을 때 돌아와야 하는 기본이며, 새로운 변화의 물결에 응전하기 위한 준비인 것이다. 


역사를 보아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나라는 망했다. 한반도 내에서 생겼다가 없어진 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 등에서 강성했던 나라들도 변화해가는 시대에 적응하지 못했을 때 멸망했다. ‘공룡이 되지 마라’는 말이 있다. 약 1억6000만 년 동안 지구의 주인이었던 그들이 왜 멸종했을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시의 풍요로움에 안주했던 공룡처럼 자신의 현재 상황에만 젖어있다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고 한다. 빅 데이터와 관련된 정보과학, 유전공학과 관련된 생명과학, 나노과학과 로봇 공학 등이 만들어내는 시대다. 2차 산업혁명 때처럼 생활이 편리해진 반면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일자리는 줄어들거나 없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전문가들은 이 시기에 점차 사라질 직업군을 열거하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새로운 기회라고 했다. 물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처럼 기회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만 오는 것이다. 이것은 행운이 아니다.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당연히 열릴 문인 것이다.


지금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는 문 앞에 서있다. 문은 열릴 수도 있지만 닫힐 수도 있다. 또한 그 문은 수없이 많을 수도 있다. 선택은 자유다. 자유이기에 쉬울 수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무한히 힘들 수도 있다. 지금 세상에 나갈 준비를 하는 학생들 모두가 지금까지 익혀온 끈기와 투지를 바탕으로 변화하고 있는 세상의 요구에 맞춰 자신의 꿈을 향해 문을 활짝 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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