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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어’보다 ‘절대영어’에 달린 정시 운명…‘과감하거나 신중하거나’

올해 입시 판가름하는 핵심 영역으로 부상한 영어, 역전 전략은


#. 올해 수능을 본 A 군은 정시 지원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 A 군은 평소 우수한 성적으로 서울대 입학을 준비해왔으나 이번 수능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영어 2등급을 받았기 때문. 다행히 영어를 제외한 다른 영역 성적이 나쁘지 않아 총점을 기준으로 서울대 지원이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영어 2등급이 못내 마음에 걸린 A 군은 결국 작게는 학과, 크게는 대학을 한 단계 낮춰 지원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오는 29일(토) 접수가 시작되는 정시 지원을 앞두고, 수능 영어 성적으로 고민하는 수험생들의 고뇌가 깊어지고 있다. 올해 수능에서 모두를 예외 없는 충격에 빠뜨린 과목이 국어라면, 영어는 믿었던 도끼가 발등을 내리친 격이다. 지난해 대비 1등급 비율(10.03%→5.3%)이 절반가량으로 줄면서 상대평가 시의 1등급 비율(4%)과 비슷한 수준이 됐기 때문. 이로 인해 상위권 학생 일부는 물론 영어 학습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중상위권이 뜻밖의 타격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영어가 절대평가로 변경된 후 고난도로 출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입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영어 성적이 하락한 대부분의 수험생이 하향 지원은 물론 재수까지 고려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오장원 단대부고 진로진학부장은 “평소보다 수능 영어 성적이 낮게 나와 당황한 학생들이 많다”며 “떨어진 영어 성적에 충격을 받고 안정 또는 하향 지원을 고집하거나 아예 재수를 고려하는 학생도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많은 수험생들의 생각처럼 ‘1’이 아닌 영어 등급으로는 다가오는 정시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든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입시전문가들은 생각보다 어려웠던 영어를 지렛대로 활용해 입시결과를 역전시킬 수 있는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 수시 합격자 빠져나간 정시, ‘영어 1등급’이 없다? 


정시 지원을 앞두고 가장 고민이 큰 건 영어 2, 3등급을 받은 중상위권 수험생일 것이다. 특히 평소 1등급을 받다 갑작스레 시험을 망친 수험생이라면 기존에 희망하던 상위권 대학 지원이 요원하게 느껴져 하향 지원을 고민하거나 재수까지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전에 먼저 영어 2, 3등급의 성적이 실제로 정시에서 크게 불리한 성적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올해 수능 영어 1등급 인원은 전체의 5.30%인 2만 7942명이다. 지난해 영어 1등급 인원이 5만 2983명(10.03%)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난 수치로, 절대평가 시행 이전 상대평가로 치러진 2017학년도 수능의 1등급 인원과 비슷하다. 여기에 2, 3등급 인원도 지난해보다 6만 4889명이 줄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 정시는 결국 상대평가다. 절대적인 성적보다 경쟁자들의 성적, 즉 경쟁자 대비 나의 우위가 중요하다. 그런데 올해는 전반적으로 수험생들의 영어 성적이 하락하고 1등급 인원 자체가 크게 줄었다. 단순하게 ‘나’만 영어 성적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나처럼 성적이 하락한 경쟁자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렇게 보면, 평소보다 몇 점 더 낮은 영어 성적이 향후 정시에서 무조건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전체 응시집단의 전반적인 성적 하락이 수치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어 고득점자의 경우 수시를 통해 이미 빠져나갔을 확률도 크다. 올해 ‘인서울’ 대학 정시 모집 정원은 2만 7758명으로 수능 영어 1등급(2만 7942명)과 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상위권 학생의 경우 대개 정시와 수시를 함께 준비하기 때문에 이미 이들 중 상당수가 수시 합격으로 빠져나갔을 수 있다. 특히 상위권 대학의 경우 수시 최저학력기준이 대개 각 영역 2등급 이내이기 때문에 이미 발표된 수시 합격자 가운데 영어 고득점자들이 상당수 포함되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은 “정시보다 수시 비중이 크고 최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수시 합격으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시에서는 영어 1등급 수험생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확률이 크다”면서 “영어 2, 3등급 수험생도 소극적인 지원만 고려하기 보다는 ‘배짱 지원’을 전략 중 하나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대학 따라 급변하는 영어 성적, 가장 유리한 성적을 찾아라 


대학마다 영어 성적 반영 방법이 모두 다른 것 또한 부족한 영어 성적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다. 같은 성적도 학교마다 다르게 계산되기에 자신의 성적이 가장 유리하게 적용되는 대학을 찾는다면 영어 성적이 부족하더라도 실제 입학에는 충분한 성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수능 영어를 활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수능 반영 비율에 영어를 포함하는 대학이 있고, 별도로 영어 등급을 가산 혹은 감산하는 방식으로 반영하는 대학이 있다. 보통 영어를 수능 반영 비율에 반영하지 않고 가·감점으로 활용하는 대학이 영어의 영향력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영어 성적에 자신이 없다면 이들 대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때 단순히 영어 성적 활용 방법만 살펴본다면 함정에 빠질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대학에서 정해놓은 영어 등급별 점수 차이가 크다면 오히려 수능 반영비율에 영어를 포함하는 대학 못지않게 잃는 점수가 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학년도 주요 대학의 영어 성적 반영 방법을 보면 1등급과 2등급의 점수 차이가 작게는 0.5점(서울대·중앙대)부터 크게는 10점(이화여대)까지 벌어진다. 따라서 대학별 영어 반영 방법은 물론 등급 간 점수 차이와 최종 환산 점수까지 총체적으로 고려해 자신의 영어 성적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대학을 찾는 것이 필수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연세대와 고려대처럼 비슷한 경쟁 대학끼리도 영어 반영 방법이 다른데, 영어 2등급 학생의 경우 영어 성적 영향력이 큰 연세대에서는 영어 1등급인 학생과 좁히기 힘든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나 고려대 기준으로 환산하면 타 영역 점수로 충분히 만회가 가능한 점수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처럼 영어의 변별력이 커진 상황에서 자신이 경쟁자보다 영어 점수가 부족하다면 영어 점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학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 결국 답은 둘 중 하나, ‘과감하거나 신중하거나’ 


이 때문에 입시전문가들은 평소보다 부족한 영어 성적을 받았다고 해서 무턱대고 목표를 낮추고 좌절하기 보다는 면밀한 상황 분석이 먼저라고 입을 모은다. 대학별 점수 환산 방법과 경쟁자 분포 등에 따라 예상보다 저조한 영어 성적을 거뒀더라도 이를 충분히 만회하고 ‘역전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평가팀장은 “올해는 영어 1등급 비율이 지난해 대비 절반가량 줄어들었으며 영어 등급 간 점수 차가 커진 대학도 많기 때문에 정시 지원에서 영어 유·불리를 잘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영어 성적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위기가 올 수도, 반대로 기회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영어 성적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 정시 전략을 수립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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