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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선생님, 산타 할아버지가 진짜 있나요?”를 대하는 자세

정가영 인천 부개초 교사의 교단일기

정가영 인천 부개초 교사의 교단일기
 
《에듀동아는 신학기를 맞아 ㈜시공미디어가 운영하는 초등 디지털 교육 플랫폼 ‘아이스크림’과 함께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의 다양한 고민과 단상을 담은 ‘교단일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더 나은 수업을 위한 교과과정 연구와 학생 생활 지도 Tip부터 학부모 상담‧대응 노하우 등 초등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들을 주제로 베테랑 교사들이 보고 느낀 점을 담백하게 담았습니다. 교단일기를 통해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계 내부의 소통이 더 활발해지기를 바랍니다. ‘교단일기’ 칼럼은 격주로 연재됩니다.》 


또다시 찾아온 크리스마스의 계절. 매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은 바로 “선생님 산타 할아버지가 있어요?”다.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는 수수께끼 같은 질문을 던지고 피해갈 뿐, 나는 아직까지 아이들에게 명확한 답을 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작년 이맘때 독서시간에 책을 읽던 한 아이의 질문이 논쟁에 불을 지폈다. 처음 질문은 그냥 ‘자루가 무엇이냐’고 묻는 단순한 질문이었다. 이에 “자루는 커다란 주머니 같은 거예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담아가지고 다니는 빨간색 주머니 있죠? 그런 것…”이라고 답을 하는 도중,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당시 우리 반 아이 서원이가 큰 소리로 물었다. 

세상에 산타가 어디 있어요! 선생님 왜 저희한테 거짓말 하세요?


웅성거리는 아이들 사이에서 내적갈등이 시작되었다. ‘여덟 살이나 되었는데 산타가 있다고 하는 건 날 놀리려고 하는 말일까? 아님 진짜 있다고 믿는 걸까? 산타가 없다고 말을 해야 하나? 아니지. 사실 핀란드에는 산타마을도 있다는데. 그럼 있다고 하는 게 맞는 건가?’ 고민하는 사이 아이들끼리 산타 논쟁에 열을 냈다.

“산타는 있다니까? 만약에 없다면 누가 나한테 지금까지 선물을 줬겠어???”

“넌 아직도 몰라? 산타는 아빠야. 아빠.” 

“아냐. 세계 사람들이 다 아는 걸 보면 산타는 있는 게 확실해. 산타 할아버지는 TV에도 나오잖아?”

“야. 너희는 8살이 산타를 믿다니. 너무 유치한 거 아냐?” 

나름의 이유들이 전부 어린이답게 타당해 보이기도 하고, 순진하게 말싸움을 하는 아이들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더 지켜보기로 하던 찰나.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던 산타 논쟁을 끝낸 이가 있었으니. 우리 반에서 비교적 조용한 예중이의 외침이었다. 

“야아아아아아!!!! 너희들! 산타 할아버지가 왜 없어??? 말. 도. 안. 돼!!”

 
순식간에 아이들은 예중이를 쳐다보았다. 평소 예중이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고 목소리도 작아서 용건이 있어도 상대방이 쳐다보기 전까지는 말 한 마디 꺼내지 않는 친구다. 그런 예중이가 큰 목소리로 외치다니. 나뿐만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왜 없어? 내가 확실히 봤어. 우리 아빠가 산타 할아버지랑 며칠 전에 핸드폰으로 통화하는 거 확실히 봤다구!!!” 

이 말을 하는 예중이는 화가 난 듯했고, 그런 예중이의 말에 아이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설마 우리 아빠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을 것 같아? 우리 아빠는 절대로 거짓말 안 하셔!”

난 나름 산타의 진실(?)을 아는 어른이기 때문에 당연히 예중이 아빠가 예중이 앞에서 산타와 통화하는 임기응변을 발휘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이들은 모조리 설득 당하고 말았다. 평소와는 다른 예중이의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이 설득의 가장 큰 이유였고, 확신에 찬 예중이의 목소리가 산타의 존재를 믿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가 되었다. 문득 이렇게 작년 일을 떠올리고 나니 올해는 아이들에게 산타 할아버지는 있다고 대답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아는 어린이가 말야. 산타 할아버지랑 자기 아빠가 전화하는 걸 진짜로 봤대. 산타가 없다면 전화를 할 수 있었겠니? 아마도 산타 할아버지는 저 멀리 핀란드에 살고 계실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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