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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학종=비교과'? 거짓 공식을 깨라!

특집 대담 | 전 서울대 입사관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얼마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지낸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와의 대담 기사[링크 클릭]를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됐다. <명문대 합격생 학생부 대공개>를 막 출간하고 <학부모가 알아야 할 대입 노하우>, <엄마 잔소리 필요 없는 공신 학습법> 책을 준비할 때다.

기사를 읽고 깜짝 놀랐다. 대담 중 진 이사가 말한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방식이 <명문대 합격생 학생부 대공개>가 분석한 내용과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다.

진 이사는 대담에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내신 등급은 첫 번째 고려 사항이 아니다. 학생부에 자기주도적이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했는지 나타나 있는가가 더 중요하고, 여기서 진짜 실력을 본다. 내신 등급은 그 다음이다. 대학이 판단하는 학생의 실력과 등급이 정확히 일치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등급이나 성적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자신의 생활을 주도해가는 가운데 교육과정 안에서 자신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문대 합격생 학생부 대공개>가 명문대 합격생 12명의 학생부 기록을 분석한 결과는 그의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고 있다. 책은 학생의 학교 활동을 학생부에 기록할 때 꼭 들어가야 할 ‘키워드’와 ‘서술어 표현법’ 등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대학은 키워드 유무와 서술어 표현법 등을 통해 학생의 자기주도성과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했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이다.

결국 학종이 정성평가인 것은 맞지만,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입학사정관과 <명문대 합격생 학생부 대공개> 같은 책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에듀진>은 진동섭 이사를 다시 만나,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고1, 2학년에 적용되는 올해 학교 현장에 찾아올 변화와 학생부종합전형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신동우 에듀진 대표(이하 신):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 어떻게 보고 있나.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이하 진): 학생부종합전형이 선순환 궤도에 올랐다고 본다. 예전에는 3,4등급 이하 학생부는 볼 것이 없었다. 아이들이 아무 것도 안 했다. 수업 때 발표 잘했냐고 하면 안했고, 제대로 수업을 들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고. 자기 전공에 맞는 공부를 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수업도 진도 나가기에만 바빴다. 일방적인 강의 수업 말고는 교육과정 내에서 학생이든 교사든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기록할 게 없는 것이다. 학생부에 기록된 게 없으니 중위권 대학이 학생부를 볼 때 참 답답했을 것이다. 아이들 학생부가 백이면 백 다 똑같아, 학종으로 뽑으려 해도 학생을 평가할 근거가 전무하다시피 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졸지 않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학급 절반 이상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참여하는 아이들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학생부도 그만큼 두터워지고 있다.

학교도 바뀌고 있다. 그 전에는 많은 학교가 2등급 아래 학생들은 학생부를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대학이 성적으로만 학생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학생부를 바탕으로 학생의 역량을 정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따라서 대학이 지금보다 더 학종 선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때라고 본다.

신: 모든 학교가 다 바뀌지는 않았다. 지방 학교는 더더욱 그렇다.

진: 그렇다.  아직도 많은 학교에서 모둠학습, 토론학습을 시키고 그 과정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험이 적어서다. 과정 평가 경험이 적으니까 애들에게 모둠학습이나 토론을 시켜놓고도 교사가 개입을 하게 된다. 그런 문제들 때문에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으로 바꿔야 한다고 해도 하기가 쉽지 않다.

지방의 경우 더 어렵다. 지방 국립대는 교과전형뿐 아니라 수능 최저가 있는 학종으로도 많이 뽑고 정시에서도 많이 선발한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진로에 맞춰 선택 과목을 듣는 것이 아니라, 수능을 위해 수강자가 많은 수능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 결국 수능만 잘 보면 된다는 인식이 여전히 만연해 있다. 수능 점수만 좋으면 된다는 인식이 학종 준비를 하는 동기를 약하게 만들게 된다. 고쳐가야 할 문제다. 

신: 10년 전과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

진: 10년 전 입학사정관제 시절에는 스펙으로 학생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입학사정관으로 선발하는 학생이 10%도 안 되니 준비하는 학생도 적어 학교에서 특별히 대비를 해주지 못했다. 학교가 만들어 놓은 것이 없고 수업에서도 특별히 보여줄 게 없으니까, 대학은 어쩔 수 없이 외적인 스펙을 보고 학생을 선발했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바뀌고 나서는 학생 평가 방법이 대폭 달라졌다. 학생부 평가가 기본이 되면서, 스펙이나 성적보다 수업을 중요하게 보게 됐다.

그 전에는 공부 잘하는 애들만 열심히 수업에 참여했지만, 성적보다 수업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1~2등급 아래 학생들도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2~3년 전만 해도 학생부에 볼 게 없었지만, 이제는 1~2등급 아래 학생들의 학생부에도 볼 게 생긴 것이다.

신: 아직도 ‘학종=비교과’라는 공식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진: 언론이 자꾸 ‘학종은 비교과’라고 하니까 다들 ‘학종은 비교과가 중요한가보다’라고 믿는다. 내가 아무리 “학종은 비교과가 아니다”라고 말해도 “그것은 서울대에나 통할 얘기”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서울대뿐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대학들이 학교생활, 수업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해도 믿지 않는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년 전부터 외쳐왔지만,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신: <명문대 합격생 학생부 대공개>를 쓰기 전에는 저 역시도 서울 중위권 대학에서는 학종 선발을 성적으로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해당 대학의 입학사정관에게서 “우리는 2등급 이하는 안 본다”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쓰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사실 하나는, 그런 대학조차도 이제는 성적만을 보고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학생들을 학생부종합전형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선발하고 있었다.

진: 신 대표님이 말씀하신 사례는 5년 전에나 볼 수 있었던 일이다.

신: 아니다. 불과 2~3년 전에도 사정관이 성적을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 합격생들의 학생부를 대학별로 분석해 보니 ‘성적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종합적으로 정확히 학생을 평가하고 있구나’라고 느꼈다.

신: 학종으로 인해 3~4등급, 5~6등급도 달라지고 있는 지금, 정부가 수능 확대 발표를 했다.
진: 정부가 수능을 확대하라고 하니, 대학이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겠지. 성균관대가 다음 연도에 논술 선발인원 500여 명 정도를 줄이고 그 수를 전부 수능 정시로 돌렸다. 이화여대도 수능 정시 선발 인원이 50여 명 정도 늘렸다.

신: 학종이 선순환하고 있는 마당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진: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수능이 확대된다고 학종 비중 자체가 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이 불수능이었다. 건국대 자연계열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270점이 필요하다. 3점짜리 문제를 10개 이하로 틀려야 한다는 얘기인데, 수능 정시 인원을 몇 명 더 늘린다고 해봐야 일반고에서 270점을 맞을 수 있는 아이는 몇 안 된다.

이번처럼 불수능이라면 수학에서 15점을 틀렸을 때 탐구를 다 맞아야 1등급이다. 보통의 학교들에서 사탐이나 과탐을 다 맞거나 1~2문제 틀리는 애가 얼마나 되겠나. 만약 수능으로 건대까지 가는 애들이 5천명이 더 늘었다고 가정해 보자. 수능에서 5점을 덜 맞아도 된다는 얘기인데, 애초에 2점, 3점짜리 2개 더 틀리고도 건대에 갈 수 있는 애가 얼마 안 된다. 수능 선발인원이 약간 는다고 해서 수능으로 대학가기가 쉬워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결국 수능 선발 인원이 조금 는다고 해도 일선 학교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어렵다고 해도 수업을 개선해 학생들을 잘 가르쳐 학종을 대비하는 것이 대입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신: 하지만 여전히 수능에 목메는 학부모들이 많은데.
진: 교사들은 잘 안다. 학교 대입 준비 방향이 학생부교과나 학생부종합을 대비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선생님들은 수능 선발인원이 늘어도 일반 고교에는 해당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학교에서 수능 드라이브를 걸었을 때, 입시성적이 좋아질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결국 위에서 말한 것처럼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반고의 대입 역량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교과와 종합을 어떻게 대비하는가’로 결정될 것이다.

또한 일반고에서 논술로 좋은 대학에 가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 학부모들도 일단 자기 주변에 일반고에서 논술로 대학에 진학하는 사례는 어차피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학교에서는 학생 중 70~80%에게 수능 대비를 시킨다. 가장 큰 이유는 학부모들의 요구다. 수능 대비를 해달라는 학부모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학교가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다.

신: 그동안은 학종에서도 특목·자사고가 일방적으로 유리했다면, 현재는 일반고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 느낌이다.

진: 대학은 학생을 선발할 때 모집 집단의 다양성을 생각한다. 다양한 환경과 배경 속에서 여러 경험을 한 학생들이 모여 만들어낼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도 갖고 있다. 또한 발전가능성 측면에서 봤을 때 현재는 부족해 보이지만 대학에 와서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학생도 환영한다. 이런 측면에서 일반고 출신 학생들을 눈여겨보는 것도 있다.

또 이런 문제도 있다. 외고에서는 수학과 과학을, 과학고에서는 영어를 각각 공부하지 않는다. 그런데 학종에서는 학교생활기록부로 학생을 평가한다. 해당 과목을 학교에서 공부하지 않았다면 평가도 할 수 없고 학생부에 기록도 남길 수 없다. 학생부에 기록이 없는데 대학이 무슨 수로 학생을 평가할 것인가. 예를 들어 대학 상경계에서 보면 외고는 수학을 하지 않으니 외고 학생은 관심 대상이 안 된다.

신: 서울대 쏠림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진: 서울대가 역량 있는 학생을 독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연·고대, 포스텍, 카이스트, 한양대 등에도 골고루 나눠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울대에 떨어졌다고 열 받을 이유가 없다. 다른 대학에 가서 더 성장하면 된다.

공부 잘한다고 모두가 서울대에 가려는 것은 문제다. 대학 가서 성장하면 된다.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성공한 사람들이 모두 서울대를 나온 것은 아니다. 지금 단지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것뿐이지, 서울대 출신이라고 뭐 있겠나.

신: 학종의 본산이 서울대인 만큼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진: 서울대가 일부러 특목·자사고 학생을 골라 선발하는다는 오해가 있는데, 서울대는 일부러 특목·자사고 학생을 더 선발하지도 않고, 선발을 거부하지도 않는다. “일반고, 특목·자사고 선발 비율이 얼마냐”라고 물으면 입학본부장, 총장도 모른다. 누가 개입할 여지가 없다.

정부가 농어촌 출신과 저소득층을 많이 뽑으라고 해도 서울대가 정원내에서 이들 인원을 늘리지는 못한다. 경쟁이 심하지 않은 대학은 가능하겠지만 서울대는 특히 안 된다.

만약 정시 일반전형에서 1000명을 선발하는데 300명을 저소득을 뽑기로 했다면 큰일 난다. 수년 전 의대에서 정시에 사탐과 수나로 수능 본 학생을 선발한다고 했을 때 문제가 엄청나게 많았다. 뽑아 봐야 한두 명인데 얼마나 시달렸는지 모른다. 대학에서는 전형 요강에 맞춰 학생을 선발할 뿐, 선발 과정에 개입하거나 의도를 가지고 관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다.  

신: 학종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인가?

진: 발전이라기보다는 현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 대학이 사정관을 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구하기가 어렵다. 유능한 사정관을 확보하려면 우선적으로 정규직으로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대학이 돈이 없다. 대학은 반값등록금으로 가고 있어 사정관 월급을 주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학종 선발에 가치를 두는 대학들은 현재대로 유지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대학들은 학종 선발에 소극적이 될 것이다. 지금보다 더 확대하기에는 어렵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더 큰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한편으로, 모든 고교가 수업과 평가를 개선하면 굳이 학종으로 선발할 필요가 없어진다. 교과 성적에 학생의 수업태도나 학교생활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될 테니 말이다. 지금과 같은 학종 평가가 이미 고교 내신평가 단계에서 이루어지고, 그 결과가 점수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그렇게 되면 사정관이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종합전형을 유지하는 방식이 점점 간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IB(국제 바칼로레아) 교육과정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지금은 사정관 유지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구조이다. 그런데 나중에 교과성적만으로도 평가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당연히 그 점수는 근거가 있는 점수여야 한다) 입학사정관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적어도 된다.

성적 구성과 과목 구성을 보고 평가할 수 있다면 2030년쯤 되면 학생 선발도 AI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환자도 AI가 보고 재판도 AI가 한다는데 못할 것도 없다. AI를 입학사정에 도입하려면 수익성에 문제가 있겠지만, 수지가 맞는 단계에 가면 언젠가는 도입하게 될 것이다.

신: 마지막 질문이다. 아주 예전부터 학생부종합전형에 애정을 갖고 일해왔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진: 이제 6학년에 들어섰다.(웃음) 우리 시대는 다 그냥 ;'조국을 위해서 이 한 몸 굵고 짧게 희생하자'가 모토였다. 현대 사회에서는 나에게 이익이 되는가를 보고 행동하지만, 나는 옛날 사람이니까 더 나은 교육을 위해서 하는 것뿐이다.

신: 예전에는 사정관을 만나면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책을 쓰고 난 지금은 사정관이 말하는 그대로 준비하면 합격한다고 믿게 됐다. 사정관 말들이 정답이다. 학생과 선생님, 학부모님들께 당부 드린다. 입학사정관들이 말하는 대로 하시라.

* 사진 설명: 광주중앙도서관 '중학생 독서퀴즈대회'에 참가한 학생들 [사진 제공=광주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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