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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SKY 캐슬’ 이전에 ‘강남엄마 따라잡기’가 있었다…드라마로 본 대한민국 입시판

수능 그리고 학종, 드라마가 비춘 대한민국 대입제도의 현주소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겨둔 JTBC 드라마 ‘SKY 캐슬’ 인기가 가히 신드롬급이다. 1%대로 시작한 시청률은 22%를 넘기며 역대 비지상파 프로그램 최고 시청률 기록을 경신했다.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사용한 책상까지 이슈가 될 만큼 드라마의 요소 하나하나 모두 전국민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교육열이라면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을 대한민국에서 ‘입시’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거둔 성과다. 

이와 같이 ‘입시’를 소재로 해 성공 사례를 남긴 드라마는 비단 ‘SKY 캐슬’ 뿐만이 아니다. 12년 전 하희라, 유준상 주연의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이하 ‘강남엄마’) 역시 인기 배우가 출연하지도, 로맨스가 극의 중심을 꿰차고 있지도 않지만 최고시청률 18%를 돌파하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그런데 같은 입시라는 소재를 다루면서도 두 드라마는 사뭇 다른 양상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그 사이 대입의 중심축을 차지하는 입시제도 및 환경이 조금씩 달라졌기 때문이다. ‘강남엄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체제의, ‘SKY 캐슬’은 이후 도입된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체제의 입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두 드라마 속에서 읽어낼 수 있는 대한민국 ‘입시’의 변화는 무엇일까. 

○ 드라마가 비춘 ‘수능’ 그리고 ‘학종’의 시대

“당신 같은 학력고사 세대랑은 달라요, 다르다고요!”

과거 학력고사 전국 수석으로 서울대 의대에 들어간 준상(정준호)은 딸 예서(김혜윤)를 서울대 의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다른 사람의 축하파티까지 여는 아내 서진(염정아)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서진 또한 그런 준상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공부만 잘하면 됐지 유난 좀 떨지 말라는 준상의 핀잔이 계속되자 서진은 결국 소리를 지르고 만다. 이제는 시대가 변해 학종의 시대가 왔다고.
 
 
‘SKY 캐슬’ 1회에 나온 서진의 외침은 이 드라마가 오늘날 대입제도를 대변하는 학종을 중심으로 흘러간다는 점을 명시한다. 한국의 대입제도는 끊임없이 변화해왔으나 시기마다 뼈대가 된 전형을 중심으로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다. 학력고사, 수능 그리고 학종이다.

1세대 대입전형인 학력고사를 두고 암기식 시험을 통한 ‘줄 세우기’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1994년 수능이 도입됐다. 수능은 학생의 사고력, 논리력 등을 주 평가 대상으로 삼았으나 이후 학력고사와 크게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오며 점차 수능을 위주로 한 정시가 아닌 논술, 적성고사 등을 중심으로 한 수시 확대 추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2014년 수시의 한 전형으로 등장한 것이 학종이다. 보다 학생들의 다양한 적성과 잠재력을 살리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학종은 해마다 대입전형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늘려가며 이른바 ‘학종 시대’를 열었다. 단 한 번의 시험으로 끝나는 수능과 달리 학종은 고등학교 3년 동안의 학생부 전체를 비중 있게 반영하며 내신 성적은 물론 동아리, 봉사, 소논문 등의 비교과 활동까지 대입의 평가 요소로 삼아 학생들에게 수능과는 또 다른 노력을 요구했다.

이처럼 수능과 학종의 성격이 전혀 다르기에 각각의 시대를 배경으로 극을 전개한 두 드라마의 모습도 다를 수밖에 없다. 거꾸로 두 드라마의 비교를 통해 수능에서 학종으로 변화한 대한민국 대입제도의 흐름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 목표는 서울대…진우는 ‘강남’으로, 예서는 ‘김주영 쌤’에게 간 이유

‘SKY 캐슬’의 예서와 ‘강남엄마’의 진우(맹세창)는 서울대 입학이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예서 엄마 서진과 진우의 엄마 민주(하희라) 역시 이들의 서울대 입학을 애타게 바라며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둘 다 기존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명석하다는 설정 또한 비슷하다. 그러나 각 드라마에서 이들의 입시 모습은 상당히 판이하게 그려진다.

‘강남엄마’는 특수목적고등학교(이하 특목고)를 가기 위한 중학생 진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수능 중심의 대입제도에서는 수능 경쟁력에 특화된 특목고가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진학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민주는 없는 형편에도 무리해 학군이 좋고 사교육에 특화된 강남으로 이사를 가 진우를 명문 중학교에 입학시킨다. 나아가 진우를 유명 학원에 보내기 위해 대리운전부터 노래방 도우미까지 마다치 않고 밤낮으로 일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전국에서 최상위 수준에 드는 수능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한 가지 목표를 향한 것이다. 수능 점수가 곧 서울대 입학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SKY 캐슬’의 예서는 ‘수능’ 보다 우선순위인 것이 훨씬 많다. 극 중에서 고등학교에 입학한 예서가 3년 내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수능이 아닌 내신과 비교과 활동이다. 예서는 매 학기 진행되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수행평가 등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여기에 로스쿨 교수가 지도하는 독서 활동에도 열심이고 주기적으로 봉사활동도 진행한다. 바쁜 가운데 학생회장 선거에도 출마해 이른바 ‘입시 스펙’을 쌓는다.

전국 모든 수험생이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르는 수능과 달리 학교마다 출제경향이 다른 내신 시험을 빈틈없이 대비해야 하는데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공부 외에도 챙겨야 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예서는 학원 대신 서울대 입학사정관 출신 입시 코디네이터 주영(김서형)에게 수십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일대일 관리를 받는다. 주영은 과목별 강사팀을 꾸려 예서가 다니는 학교에 맞춘 내신 대비 문제를 제작해 준비시키고 각종 활동을 빠짐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챙기며, 생활과 심리 관리까지 도맡는다.
 

진우와 예서의 모습이 이처럼 다른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적으로 정시 문이 좁아진 오늘날의 대입제도에서 예서가 서울대 의대를 가기 위해서는 수능 하나만 준비해서는 합격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3년 동안 학생부에 기재된 교과, 비교과 활동을 착실히 챙겨 보다 비중이 큰 ‘학종’을 노리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고 안정적인 전략인 것. 앞서 ‘강남엄마’의 진우보다 예서의 입시에 보다 높은 경제력과 부모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요구되는 것 또한 같은 이유다.

○ 그럼에도 변치 않는 것들…‘무엇을 위한 입시인가’

12년이라는 간극만큼이나 두 드라마는 같은 입시를 다루면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비슷한 부분도 적지 않다. ‘서울대 입학’이 모든 것의 끝이라는 시각 속 입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희생하는 부모가 그렇고, 그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아이들이 그렇다. 이 과정에서 가정이 파괴되고 도덕과 신념을 저버리는 일은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두 드라마에는 충격적인 죽음도 공통적으로 그려진다. ‘강남엄마’에서는 그림을 좋아하지만 부모의 성화에 과학고로 진학한 창훈(김학준)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SKY 캐슬’에서는 서울대 입학에 합격했으나 입학하지 않는 것으로 부모에게 복수한 영재(송건희)의 엄마 명주(김정난)가 자살한다. 예서는 물론 주영과도 갈등을 빚던 혜나(김보라) 또한 누군가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두 드라마 모두 공교육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치열한 입시 경쟁의 단면을 강렬하게 드러내야 하는 드라마의 특성상 구태여 공교육을 부각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억대의 비용을 받는 ‘입시 코디네이터’라는 소재가 등장할 동안 아예 빠져있거나 다소 무기력하게 그려지는 공교육의 모습은 수능과 학종으로 대변되는 이제까지의 대한민국 입시제도에서 공교육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두 드라마는 수능과 학종이라는 입시제도의 변화가 얼마나 학생과 학부모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또 학력을 우선시하는 대한민국 사회가 어떻게 공동체를 파국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질문한다. 입시가 누구를, 또 무엇을 위한 것인지. 종영까지 단 2회를 남겨둔 ‘SKY 캐슬’의 결말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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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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