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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오늘 막방 ‘스카이캐슬’… 실존하는 김주영은 대치동에 있다?

김은실 ‘김은실세븐멘토’ 대표가 전하는 <대치동의 눈으로 본 ‘스카이(SKY)캐슬’>
 

드라마 SKY캐슬 인기의 여파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하는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나 ‘김은실’이다. 평소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당신이 하는 일이 김주영과 같은 일이었어?’하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어본다. 자주 나를 접하는 학부모 혹은 학생들도 역시 반응이 비슷하다. ‘선생님이 입시 코디네이터였나요?’. 그럼 나는 웃으며 이렇게 답한다. 그래, 내가 실존하는 김주영이다! 라고.

2006년 말, 대치사거리 인근에 교육컨설팅 ‘멘토&멘티’라는 간판을 걸었었다. 당시는 국제중, 특목고가 인기 절정에 이르렀을 때였고, 사교육 역시 비례해서 정점을 찍을 때였다. 수능 점수에 맞춘 대입 컨설팅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초․중등 대상의 교육컨설팅은 전무후무했기 때문에 당시 상당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었다. 교육열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강남 엄마들조차도 받아들이기 버거운, 다소 앞서나가는 콘셉트의 컨설팅이었다.

그러나 13년이 흐른 지금, 교육컨설팅 대상의 하향화가 지속되면서 최근엔 영유아 단계로까지 ‘교육컨설팅’이 번지고 있다. 실제로 나의 사무실을 찾은 고객 중 최저 연령은 생후 24개월 유아였다.

하지만 컨설팅의 영역이 이렇게 폭넓게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컨설팅 수요가 대폭 늘어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학원을 보내고도 여력이 있는 일부 학부모들만 컨설팅을 찾았기 때문이다. 교육 컨설팅이 무엇을 하는 것이고, 왜 필요한지를 모르는 학부모들이 여전히 대다수였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에서 등장한 입시 코디네이터는 “‘컨설팅’이 저런 일을 해 주는구나”라고 아주 쉽게 스토리로 풀어서 전 국민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서울대 의대가 얼마나 대단한 학교인지를 실감하게 해주었으며 경제의 빈익빈부익부에 못지않게 교육의 경제 양극화도 엄청나다는 사실도 절감케 했다. 이어 대입의 대세로 자리매김한 수시의 ‘학종’이 사교육으로 어떻게 변질이 되어 가는지 보여주었다.

자주 바뀌는 입시 제도에 맞춰 자녀의 학습과 입시 로드맵을 어떻게 잡아야하는지, 구체적 방법은 무엇인지 등등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야하는 일이 ‘컨설턴트’ 영역이기 때문에, 큰 틀 안에서 해내는 역할은 드라마 속 김주영과 현실 속 컨설턴트가 비슷하다.

그러나 로드맵을 향해서 나아가는 방법은 차이가 많다. 드라마 속의 학생 관리 방법은 현실의 컨설팅 매카니즘을 드라마틱하게 극대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집 한 채 값을 받으면 그만큼 그 학생을 위해 ‘올인’해야 하는데 그런 엄청난 모험을 걸 컨설턴트는 아마도 없다고 본다. 설사 있다고 해도 바보가 아닌 이상 무조건 잠수를 탄 상태로 암암리에 이루어지지, 버젓이 대치동에 간판 걸고 할 일은 아니다. 더욱이 이런 섀도 티처 김주영을 잡기 위해 교육청 등의 기관에서 대치동을 수색하러 나온다니,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드라마일 뿐이다.
 
대치동에 김주영은 없다. 그러나 김주영을 원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많다. 왜 그럴까? 학교에서 학종 길라잡이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학종 관리를 한다 해도 상위 몇몇 학생들만 특별 관리를 해주고 나머지 학생들은 버린다. 진로 지도 교사 1명이 담당해야할 학생 수가 100~200명이니 제대로 된 진로상담은 물론이고, 학종을 위한 관리는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에서 관리 받지 못하는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사교육으로 밀려나온다. 상위권 대학 기준 25%의 내외만 선발하는 정시 모집인원이 적어 재수 삼수를 각오해야하기 때문에 학종을 준비해야만 하는 학생의 입장으로서는 사교육에서 지푸라기 하나라도 잡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김주영의 등장을 온전히 사교육의 책임으로 몰아갈 일이 아니라고 보는 이유다.

학종이 시작된 지 10년이 훨씬 넘었는데, 아직도 안착하기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러나 현 교육부의 수정 보완 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혁신학교와 고교학점제 등이 무리 없이 진행이 된다면, 더 이상 김주영을 찾아서 헤매고 다니지 않아도 될 날이 오지 않을까.

▶ 김은실 교육컨설턴트(‘김은실세븐멘토’ 대표) 
▶에듀동아 김수진 기자 genie87@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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